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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이회진마을] ‘천년학’과 어우러진 유채꽃· 메밀꽃, 그림이 되다
바다 낚시로 유명…미역·꼬시래기·김·낙지 등 주산물
2010년 무산김 선포식 열고 친환경 고집에 바다도 살아
선학동에 천년학 리조트 지어 머무는 관광 유도
6차산업 토대 마련 ‘어촌뉴딜 300사업’ 선정에 심혈
2021년 07월 24일(토) 06:00
마을 지형이 부채모양으로 펼쳐져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의 선자마을. 마을 뒷산에 나무가 울창해 ‘목골’이라고도 불렸다. /김진수 광주일보 기자 jeans@kwangju.co.kr
파란 하늘이 손짓하는 계절. 여름날의 장흥은 어디로 떠날까 고민할 이유가 없다. 장흥읍의 억불산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수인산, 남쪽에는 천관산, 서쪽에는 부용산, 동쪽에는 제암산과 사자산이 맞이한다. 정남진의 남쪽바다가 펼쳐지고 사방의 산세가 푸르러 길 위의 발자국 마저 푸르다. 느슨한 유랑만으로도 계절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곳, 남도 문학의 정취를 품은 회진면을 찾았다.

회진면은 진목, 회진, 덕산, 대리, 신상리로 구성돼 있다. 바다낚시로 유명하며 문학도들이 즐겨찾는 곳이기도 하다. 남도에서도 가장 남쪽 끝 회진은 거기서도 가장 끝부분 남해바다와 맞닿은 포구로 고만고만한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평화롭다. 이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이청준, 한승원, 이승우 등 내로라 하는 문인들이 나고 또 자랐다.

마을 지형이 부채모양으로 펼쳐져 있다고 해서 ‘선자’, 공기산의 음영이 학의 날개짓을 연상시킨다 하여 ‘선학동’,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주 배경지로 알려진 ‘이회진’. 오순도순 이웃한 이 세 마을은 ‘이회진 어촌계’로 묶여 1962년부터 공동 어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민 248명이 어업에 60%, 농업에 40% 종사하고 있으며 미역, 꼬시래기, 김, 낙지, 매생이 등이 주산물이다.

해조류 양식은 8월부터 두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늦가을 종묘작업이 시작되고 이듬해 6월까지 발육과 채취가 이뤄지는데 1년 중 가장 여유로운 기간이 5~7월이다.

이곳 소득 1위는 미역. 지난해 2만t을 생산해 16억 원의 소득을 올렸다. 쇠미역은 다시마목 미역과의 해조류로 곰피라고도 불리고 쌈으로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원래는 동해안에 자생했으나 종묘를 채취해 전국 첫 상품화에 성공했다.

‘바다의 국수’로 불리는 꼬시래기는 칼슘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건강식으로 인기가 높다. 어촌계가 전국 첫 면허를 취득해 상품화에 성공, TV 등에 소개되며 인기를 끌자 인근 완도·고흥에서도 생산에 뛰어들어 단가가 5분의 1로 줄어든 탓에 지난해엔 4억5000만원의 소득에 그쳤다.

김은 2010년 무산김 선포식을 열고 양식에 염산을 쓰지 않고 있다. 친환경 전략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바다 환경을 살리자는 취지였다. 김에 산을 쓰지 않으면 손이 많이 가고 발육이 더디다. 문제는 힘들게 생산한 고품질 김이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청준 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주 무대인 선학동마을은 봄이면 40ha의 유채밭에 꽃이 피어 푸른 바다와 함께 장관을 이룬다.
강신한(55) 어촌계장은 “어민들은 다시 산을 써야 되는거 아니냐는 불만도 많았지만 그건 안될 일이다. 시장경제는 그것대로 인정하되 어민 스스로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을 통해 감내하고 극복해가야 하는 문제다”고 힘주어 말했다.

친환경을 고집한 생산 방식은 달라진 바다 환경이 답해주고 있다. 먼저 종패를 사다 뿌리지 않았는데도 조개가 서식하고 조개를 주식으로 하는 낙지·문어 생산량이 늘고 새조개가 터를 잡기 시작했다. 어종도 풍부해져 감성돔 낚시 포인트로 알려지고 있다.

강 어촌계장의 친환경 철학은 해수부가 2025년까지 주관하는 친환경 부표 시범사업에서 우수마을로 선정돼 지난해 스티로폴 저장 집하장이 마을에 설치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또 이회진하면 선학동 마을의 봄 유채, 가을 메밀꽃밭을 빼놓을 수 없는데 2007년 영화 천년학으로 관광객이 늘자 마을 주민들이 밭에 유채를 심기 시작해 지금의 명소가 됐다. 이청준 생가가 있는 진목마을 근처로 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무대이고, 마을에 이르기 전 길가의 낡은 집 한 채가 눈길을 끄는데 임권택 감독 영화 ‘천년학’ 세트장이다. 꽃이 피는 봄·가을엔 관광객과 출사가들이 자연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그린다.

어촌계는 관광객들에게 머무는 관광을 유도하기 위해 2010년 선학동에 천년학 리조트를 짓고 3개 마을이 공동 운영을 시작했다. 매년 600~700만원의 순익이 발생하는데 수익금은 모아뒀다가 2년에 한번씩 어르신들을 위한 잔치를 연다.

어촌계는 마을 발전을 위해 어촌뉴딜300사업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얀 눈이 내려앉은 듯한 선학동 메밀꽃밭. 꽃이 피는 가을이면 관광객들과 출사가들이 찾는 필수 코스다.
강 어촌계장은 “바다에 나가 일을 하는 어촌은 일이 고된 탓에 은퇴가 빠르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력을 대상으로 새 일자리를 만들고 기반시설을 늘려 6차산업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의지를 밝혔다.

올해 사업 대상지에 포함된다면 물양장 확대, 선창 개·보수, 어구 보관소·냉동창고 설치 등 그동안 예산 등 현실적인 문제로 엄두를 내지 못했던 숙원 사업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어촌계에서는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도 구상중이다. 친환경 성과로 갯벌 생물이 풍성해져 바지락 캐기·낙지 잡기·굴 따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 여지가 많다. 지금은 견학이나 체험을 원하는 학교와 단체에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채취한 조개나 낙지도 가져갈 수 있게 하고 있다. 마을 정비와 함께 관광 프로그램이 가동된다면 경제적으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남도 답사 1번지’ 강진, ‘녹차밭·율포 해수욕장’ 보성의 그림자에 가려 그동안 스쳐 지나가는 곳이었던 장흥, 이제 가능성이라는 커다란 날개를 펴고 선진 어촌으로, 사람들이 살고 싶고 찾고 싶은 곳으로 더 크게 비상하려 한다.

/임수영 광주일보 기자 sw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