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눈으로 본 예술작품…시와 예술 사이 작은길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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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눈으로 본 예술작품…시와 예술 사이 작은길을 만들다
예술의 주름들
나희덕 지음
2021년 05월 21일(금) 10:00
시인은 그의 노래에 대해 “들려오기보다는 불어온다”고 표현했다. “몸 전체로 스며들어와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불러일으킨다”고도 했다. ‘울고 /있나요/당신은/ 울고 있나요/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책에 실린 가사를 따라 낮게 불러보는 노래 ‘행복한 사람’. 가수 조동진을 그는 ‘공기의 시인’이라 명명했다.

금방이라도 부러져 버릴 것만 같은 조각상 ‘걸어가는 사람들’. 자코메티의 대표작을 보며 시인은 “그걸 만지면 삶의 온갖 고통과 슬픔이 손끝에서 묻어날 것만 같다”고 말한다. 광주 출신 작가 정영창의 초상화 작품에 대해선 “세계에 대한 낙관과 비판을 동시에 품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문규현 신부와 윤상원 열사의 초상화를 소개한다.

나희덕 시인의 새 책 ‘예술의 주름들’에는 ‘감각을 일깨우는 시인의 예술 읽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에세이집을 낼 때 직접 찍은 사진을 싣고, 여행의 순간들을 모은 사진전을 열기도 했던 시인의 섬세한 시각과 깊은 사색으로 그려낸 ‘예술의 초상’은 깊은 울림을 준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문학이 아닌 다른 예술 언어에 대해 내 안의 시적 자아가 감응한 기록이다. 시와 예술 사이에 작은 길 하나를 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예술이란 얼마나 많은 주름을 거느리고 있는가. 우리 몸과 영혼에 얼마나 많은 주름과 상처가 있는가”라고도 덧붙였다.

책을 읽다보면 시인의 글에 등장하는 글렌 굴드와 류이치 사가모토의 음악을 다시 듣고 싶고, 마크 로스코와 마리 로랑생의 그림도 다시 찾아보고 싶어진다. 한설희 작가나 영화감독 클라우디아 요사의 영화를 ‘새롭게’ 알게 된 건 또 다른 예술여행의 출발이라 반갑다.

시인은 생태적 인식과 실천, 여성주의적 정체성 찾기 등 5부로 나눠 영화감독, 화가, 가수, 작곡가 등 모두 30명의 예술가를 호명하고,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인은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를 읽다 꺼내든 한설희 작가의 사진집 ‘엄마, 사라지지마’를 보며 팔순이 넘은 자신의 ‘엄마’를 떠올린다. “엄마의 어떤 표정과 자태가 문득 아름답다고 느껴지고, 오랜 시간의 빛과 그림자를 견뎌내면서 생겨난 그 무늬와 질감을 가만히 쓰다듬어 보게”되는 것이다.

시인의 ‘눈’은 타 장르에 스며 있는 ‘시의 기운’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호크니 전시에서 그는 월리스 스티븐스의 장시 ‘푸른 기타를 든 남자’에서 영감을 받은 ‘푸른 기타’ 연작에 눈길을 돌린다. 또 에즈라 파운드의 장시 ‘휴 셀윈 모벌리’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매리 작가의 작품전 ‘시배달’과 반복적 일상의 틈에서 매일 시를 쓰는 23번 버스기사의 이야기를 담은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패터슨’에 담긴 시의 이야기도 풀어낸다.

책에서 만나는 또 다른 예술가는 아녜스 바르다, 케테 콜비츠, 고야, 김인경, 목수 김씨 등이다.

<마음산책·1만6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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