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 위대하게…‘럭셔리 브랜드’의 비밀을 벗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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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고 위대하게…‘럭셔리 브랜드’의 비밀을 벗기다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UNVEIL, 이윤정 지음
2025년 04월 25일(금) 00:00
1990년대 중반 국내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을 장악했던 뱅앤올룹슨 뮤지엄.






불가리 세르팬티의 세공 작업






탁월한 품질, 시간을 뛰어넘는 디자인, 견고한 브랜드, 역사와 유산, 희소성, 장인정신.

위에 나열한 내용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바로 ‘명품’이다. 원래 명칭은 ‘Luxury’다. ‘호사’와 ‘사치품’을 의미하는데, ‘분에 넘치는 소비’라는 의미가 환기된다. 그러나 ‘사치’를 대신할 수 있는 말로 ‘명품’만큼 적합한 용어는 없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견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비밀을 다룬 ‘ UNVEIL’이 나왔다. 20년간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노블레스’에서 기자와 편집장을 맡았던 이윤정이 저자다. 명품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우리나라가 여러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가 주목하는 시장이 되기까지 현장을 취재한 경험과 통찰을 담은 책이다.

명품은 특정 제품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명품은 다양한 분야에서 차용되고 있다. 아파트를 비롯해 공공건물, 생활용품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남발되는 명품이라는 명칭은 오히려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저자는 진정한 명품의 조건을 비롯해 럭셔리 브랜드의 비밀과 힘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낸다. ‘UNVEIL’은 말 그대로 베일을 벗긴다는 뜻으로, 브랜드에 대한 스토리와 ‘명품의 세계’ 등을 아우른다.

여성 핸드백 명품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가 에르메스다. 에르메스 ‘켈리 백’은 모나코 공비였던 그레이스 켈리라는 이름에서 따왔다. 본래 명칭은 ‘프티삭 오트 아 크루아’였지만 특정 장면이 계기가 돼 많은 이들에게 각인이 됐다. 그레이스 켈리가 빨간 악어가죽 가방으로 임신한 배를 가린 사진이 ‘LIFE’에 게재되면서 ‘켈리 백’으로 불렸다.

샤넬 2.55 핸드백은 샤넬의 설립자 가브리엘 샤넬이 1955년 내놓은 명품이다. 당시 여성들은 손에 드는 클러치 백을 사용했는데 가브리엘 샤넬은 여성의 손을 자유롭게 해주자는 의도로 어깨에 걸치는 가방을 만들었다. 금색 체인 스트랩이 달린 퀼팅 숄더백이 탄생하게 된 이유다. 2.55 백은 다양한 컬러, 크기, 소재로 변주됐지만 원형의 디자인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에르메스의 ‘버킨 백’의 위상도 만만치 않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한 장면이 이를 방증한다. 극중 인물 사망다가 에르메스 매장에서 이렇게 불평한다. “가방 하나 사려고 5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요?”라는 불평에 직원 대답이 ‘걸작’이다. “그냥 가방 하나가 아니에요. 이건 버킨이라고요.”

저자는 수많은 기업과 브랜드를 만나오며 감명 깊었던 지점으로 ‘디테일에 대한 집착’을 꼽는다. 지난 2000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네덜란드 건축가 렘콜하스는 “디테일은 디자인의 핵심이다. 작은 것들이 큰 차이를 만든다”고 말한 바 있다.

고객의 기대치와 니즈를 잘 파악하고 있는 브랜드들은 완성도 구현을 위해 ‘디테일’에 심혈을 기울인다. 디테일한 손끝이 절정을 이루는 부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하이엔드 시계의 다이얼이다. 하이엔드 시계의 다이얼 장식 중 많이 사용되는 패턴은 ‘기요세 패턴’이다. “정교하고 반복적인 기하학적인 무늬를 금속 표면에 새기는 공예기술”로 바쉐론 콘스탄틴이나 브레게 같은 브래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를 홍보할 때 일반적인 요소로 내세우는 것은 ‘장인정신’이다. 숙련된 전문가가 만들었다는 것으로, 반클리프 아펠에서는 이들을 ‘황금 손’이라 부른다. 저자는 까르띠에 팬더 컬렉션의 털을 표현하는 것도, 루이 비통의 트렁크 손잡이와 모서리 부분도 사람의 손이 아니고서는 정교함을 구현할 수 없다고 본다.

또한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에게 일관된 콘셉트를 전달하는 데도 역점을 둔다. 정체성의 혼란은 브랜드 입지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인 레이철조는 “스타일이란 말하지 않고도 당신이 누구인지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즉 스타일은 시각화된 콘셉트인 셈이다.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럭셔리 브랜드가 추구해 온 가치와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공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가 가진 스토리와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럭셔리를 경험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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