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대 비로마로 살펴보는 유럽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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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대 비로마로 살펴보는 유럽 건축사
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양진석 지음
2025년 04월 24일(목) 19:35
‘근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의 대표작 ‘빌라 사보이’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베를린 뮤지엄 아일랜드의 ‘제임스-사이먼 갤러리’는 고전주의 건축의 특징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꼽힌다. 조화와 비례를 중시했던 고대 그리스·로마 건축의 미학개념은 시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다.

하늘을 찌를듯한 첨탑이 특징 중 하나인 고딕 양식 역시 600년 전 건축된 쾰른 대성당과 함께 2017년 문을 연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830m)인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에서 그 흔적을 만날 수 있다.

건축의 고유한 조형과 공간 개념의 바탕에는 시대상과 당대의 철학, 사상이 녹아 있다. 그런 점에서 건축의 역사를 들여다 보는 일은 그 시대의 핵심으로 진입하는 방법 중 하나다. 현대건축에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과거의 흔적들을 만나는 일은 흥미롭다.

양진석 건축가가 스케치한 산조르조마조레 성당. <와이즈베리 제공>
TV 프로그램 ‘러브하우스’로 유명한 양진석 건축가의 새 책 ‘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은 유럽의 도시와 건축물이 품고 있는 시대적 이야기와 다양한 양식을 소개하는 ‘유럽 건축 역사 안내서’다.

저자가 2000년의 유럽 건축사를 풀어나가는 키워드로 삼은 것은 ‘로마 대 비로마’다. 그리스·로마의 고전주의에 근거한 ‘로마 양식’과 로마를 계승함과 동시에 이를 벗어나 시대상을 반영해 진화하며 새로운 시도를 했던 ‘비(比) 로마 양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는 로마 양식의 특징으로 고전, 정형, 조화, 비례, 기하학, 균형, 안정을 꼽았다. 비로마 양식은 비정형, 이탈, 자유로움, 권위, 욕망, 퇴폐, 생동감, 장식성 등을 특징으로 들었다.

6장으로 구성된 책은 그리스·로마 건축, 비잔틴·로마네스크 건축, 고딕 건축, 르네상스 건축, 바로크·로코코 건축, 19세기 전후부터 현재까지의 건축 등 시대별로 건축 양식을 나누고 해당 양식의 대표적인 건물, 이를 설계한 건축가의 미학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까지 조명한다.

자유로운 조형 사상이 특징인 바로크·로코코 양식은 르네상스 말기의 매너리즘 이후 등장했다. 바로크 양식의 대표적 건축은 절대왕정의 궁전이 갖추어야 할 위엄과 장중함, 세밀하고 화려한 장식까지 갖춘 루브르 궁전과 베르사유 궁전을 들 수 있다.

고딕 양식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와이즈베리 제공>
타원과 자유 곡선을 활용한 역동적이고 화려한 외관을 특징으로 한 바로크·로코코 양식은 특히 ‘볼거리’를 중시하는 현대 건축에서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프랭크 개리가 설계한 파리의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자하 하디드의 작품인 카타르 알자누브 스타디움, 노먼 포스터의 런던 시청사 등이 대표적이다.

그밖에 산업혁명과 함께 태동한 근대 건축의 흐름을 살피고 다양하게 변주되는 현대 건축을 소개한다.

CEO대상 강의를 기반으로 한 책은 재미있게 읽힌다. 특히 책에 수록된 180장의 건축물 사진과 함께 저자가 직접 스케치한 그림들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각 장의 말미에는 개별 건축 양식의 특징을 키워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와이즈베리·2만2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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