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사스…우리가 알아야 할 ‘지구의 숨은 권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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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사스…우리가 알아야 할 ‘지구의 숨은 권력자’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바이러스 메릴린 루싱크 지음, 강영옥 옮김
2019년 10월 11일(금) 04:50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숙주세포를 탈출하는 에볼라바이러스의 모습(푸른색 부분이 바이러스), 사람 유두종바이러스 입자(노란색)의 모습,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로타바이러스 A형 입자. <더숲 제공>




















“‘바이러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보이지 않는 날개가 달린 죽음이 떠오르며 두려워진다. 스페인독감으로 죽어가는 환자들, ‘철폐’(인공호흡 보조장치)에 누워 있는 소아마비의 피해자, 치명적인 에볼라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전신 보호복을 입은 의료인들,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소두증에 걸린 아이들이 떠오른다. 모두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인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에 감염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이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바이러스는 말 그대로 지구 생명 역사의 일부다. 하지만 정확한 바이러스의 기능은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본분 중에서)



경기도 연천의 돼지농장에서 14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 방역 당국은 ASF남하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ASF를 일으키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현재로선 없는 실정이다.

이 바이러스는 아프리카 가축용 돼지에서 시작돼,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살처분만이 해결책이라 축산농가는 눈물을 머금고 사실상 ‘생매장’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많은 이들이 가축 살처분과 관련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지구의 숨은 권력자’ 바이러스에 대한 책이 발간됐다. 책은 놀랍고 다양하며 때로는 아름답기까지 한 바이러스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허크생명과학연구소 교수인 메릴린 루싱크가 펴낸 ‘바이러스’가 그것.

저자는 101가지 바이러스의 실체를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 담아낸다. 한마디로 ‘바이러스 백과사전’이라 해도 무방하다. 식물병리학, 환경미생물학, 생물학 전문가답게 저자는 바이러스 역사부터 분류 체계, 생활형태, 면역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세계적인 과학 칼럼니스트 칼 짐머는 “바이러스의 다양성을 배우는 목적은 그저 아름다움을 감상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반드시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평한다.

바이러스의 숙주는 모든 생명체라 해도 무방하다. 사람은 당연하고 동물, 박테리아, 원생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모든 바이러스가 숙주에게 나쁜 것은 아니다. 숙주가 살아야 자신도 살 수 있기 때문인데, ‘시네코코커스 피지 Syn5’라는 바이러스는 바다에서 매일 발생하는 세균의 20~50%를 죽임으로써 지구 생태계 균형을 맞춘다. 만약 이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지구 대부분이 ‘세균 수프’로 뒤덮였을지도 모른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사람 바이러스’에 관한 부분이다.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연구해왔기에 그렇게 명명됐다. 저자는 “사람에게만 감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 때로는 매개체 곤충에 감염되기도 한다”며 “몇몇 바이러스는 1차 숙주로 다른 동물이나 곤충에 감염한 뒤 최종 숙주로서 사람에 감염한다”고 설명한다.

사람을 유일한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는 몇 종류에 불과한데 가장 악명 높은 것은 천연두 원인균인 ‘두창 바이러스’,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바이러스’다. 저자는 백신 접종으로 사실상 천연두는 근절됐다고 본다. 반면 소아마비가 근절되지 않은 이유는 소아마비백신은 ‘폴리오바이러스’ 자체를 약독화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백신 접종에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그대로 쓴다는 것인데, 현재 야생 폴리오바이러스는 극히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세계 오지의 어딘가에서 언제 나타날지 모르지만.

이밖에 책에는 척추동물바이러스, 식물바이러스에 대한 부분도 소개돼 있다. 특징을 살린 그림과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사진은 신비하면서도 이채롭다.

바이러스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많아 논쟁이 진행중이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지구를 생명체가 살아가는 행성으로 만든 주역이 바로 바이러스라는 점이다. 과학의 발달로 바이러스 연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바이러스로 세균성 질환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유전자 복제 등 진화 연구에까지 이르고 있다.

<더숲·2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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