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약육강식’ 생명의 질서 이제는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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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약육강식’ 생명의 질서 이제는 바꾸자
박종무 지음
2021년 07월 10일(토) 18:00
1895년 영국이 호주를 점령할 당시 들여온 토끼는 급격히 증식해 생태계를 훼손시켰다. 사진은 사냥된 토끼들.
지난 2010년 겨울 구제역이 발생했다. 가축 전염병인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익숙한 장면들이 펼쳐졌다. 도로 곳곳에 차단막이 설치되고 오가는 차량마다 소독약이 살포됐다. 도로에 뿌려진 소독약으로 도로는 빙판을 이루었다. 사람들의 통행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끔찍했던 것은 무려 30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매장되어야 했다. 그것도 산 채로.

“포크레인에 의해 구덩이에 떠밀린 돼지들은 다른 돼지를 밟고 구덩이를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썼지만 산 채로 흙속에 파묻혔단다. 놀란 새끼 송아지는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을 흘리며 어미소에 매달려 울부짖었고, 어미소는 송아지를 보호하려고 애썼어. 하지만 결국 어미소와 송아지는 같이 땅속에 묻혔어”

산 생명이 매장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악몽에 다름 아니다. 그 일을 담당했던 인부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인간은 전염병이 걸리면 어떻게든 고치려 하면서도 왜 가축은 인근의 건강한 생명까지도 살처분 할까? 그러면서도 대부분 사람들은 도덕적 딜레마를 느끼지 못한다. 가축 살처분의 문제점을 비롯해 양육강식의 생명관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 발간됐다. 수의사이며 생명윤리학 박사인 박종무의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는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전환을 촉구한다.

저자는 인간 중심주의는 생태계 파괴와 동물에 대한 폭력에 도덕적 딜레마를 느끼지 못했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유기동물, 공장식 축산, 예방적 살처분 정책, 실험 동물, 동물원 동물 등 반생명적으로 다뤄지는 부분에 문제를 제기한다.

책의 구성이나 내용은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다. 수의사인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순한 가축의 살처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기후 위기 등을 비롯해 환경문제로까지 관심의 영역을 확장한다.

저자는 공장식 축산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한다. 대량 생산으로 육류 가격은 낮아져 식탁이 풍성해진 것은 일말의 장점이다. 그러나 공장식 축산은 가축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면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배설물로 인한 악취와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배설물에는 사료에 첨가한 항생제가 잔류해 토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언급한 대로 이러한 문제는 기후 위기를 가속화한다. 연구 결과 축산업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51%를 차지하는데 이 같은 수치는 수송 수단의 연료 사용으로 인한 폐해보다 높다. 사료용 곡물 재배는 다시 산림 파괴와 같은 악순환을 낳는다.

저자는 곡물 사료를 먹은 가축은 장내 발효로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메탄과 이산화질소를 배출한다고 부연한다. 그 양은 인간이 배출하는 메탄의 37%, 아산화질소의 65%에 이른다는 것이다. 모두 인간중심주의에 근거한 일방적 우월성이 빚은 결과다.

이제는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동물을 대하는 문제를 넘어 인류 생존과 직결된다. “생물은 양육강식, 경쟁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생명 공동체인 공생명(共生命)이 됨으로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리수·1만59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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