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에 잠 못드는 밤…잔잔한 위로의 말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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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에 잠 못드는 밤…잔잔한 위로의 말이 다가온다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오은 지음
2025년 08월 08일(금) 00:00
감성적인 에세이를 읽고 싶을 때가 있다. 무더위, 폭염, 폭우가 맹위를 떨치는 요즘 적잖이 심란하다. 이럴 때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면을 응시할 수 있는 글을 읽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에세이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문학 장르다. 물론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때는 점차 무거운 생각과 사유로 전이되기도 한다.

오은 시인의 글은 마음 깊은 곳을 어루만지는 문장들이 인상적이다. 결코 가볍지 않다는 의미다. 가볍지 않으면서도 읽는 맛을 주는 걸 보면 문장이 지닌 힘이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다.

최근 발간된 오은 시인의 에세이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은 제목이 암시하듯 밤의 감성이 드리워져 있다. 모두 24편의 감성적인 글도 좋지만 문장을 직접 써볼 수 있게 구성을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글은 지난 2020년 겨울부터 2021년 여름까지 쓴 것들이다. KBS 클래식FM ‘당신의 밤과 음악’이 모티브가 됐다. 라디오에서 시인의 미공개 에세이를 들을 수 있는 코너 ‘한밤중에 찾는 용언’에 실릴 에세이를 썼다.

오 시인은 이력부터 이색적이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지난 2002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으며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등과 산문집 ‘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 ‘너랑 나랑 노랑’ 등 산문집을 펴냈다.

작가는 이번 책에서 ‘밤’은 떠오르는 시간이라고 한다. 그리운 얼굴을 비롯해 스쳐 지나간 말, 잊은 줄 알았던 오래된 감정이 나도 모르게 순간 밀려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소제목부터 인상적이다.

‘속삭이다’, ‘흐르다’, ‘그립다’, ‘깊다’, ‘기울다’, ‘두근거리다’, ‘흐느끼다’ 등은 감성이 물씬 배어나오는 말들이다. 환기되는 정서는 잔잔함과 여운, 뭉클함 등이다.

저자는 ‘흐르다’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귀한 무언가를 잊어버리거나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이라면 늘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그때 그 감정은 흐르는 것이지요.”

직접 손을로 쓸 수 있게 구성된 구절들은 특히 마음에 남는다. 책의 서체와 다른 손글씨가 주는 감성은 시인의 마음을 더 가까이 느끼게 해준다.

잠이 오지 않는 여름 밤, 일상에 지치거나, 날씨에 심란해졌다면 오은 시인의 문장은 잔잔한 위로의 말로 다가올 것이다. 친구인 유희경 시인의 ‘친구의 말’을 읽는 맛도 덤이다. <위즈덤하우스·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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