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와 일본 불교 -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전체메뉴
목포와 일본 불교 -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2025년 12월 15일(월) 00:20
일본 불교는 일제 강점기 일본 이주자들과 함께 우리나라에 건너왔다. 정토진종 대곡파는 1877년 부산 개항과 함께 일제의 요청으로 포교를 시작했고 일련종, 정토종, 진언종, 조동종, 임제종 등 각종 불교 종파도 뒤이어 한반도에 들어왔다. 정토종은 비교적 늦게 포교에 나섰음에도 교세를 빠르게 확장했다. 포교 책임자들이 고종 황제를 알현하고 서울 명동 포교소에서 대한제국 황실을 위한 불공을 드리는 등 환심을 산 덕분이다. 이즈음 일본 불교 교단은 목포, 군산 등 전국 개항장과 일본인 거주지역에 포교당을 세우고 교세를 본격 확장했다. 물론 총독부는 천도교, 대종교 등 민족 종교를 정치집단화 우려가 있다며 탄압했다.

동본원사 목포별원(東本願寺 木浦 別院)은 일본 진종(眞宗) 오오타니파(大谷派)가 전국에 세운 20개 포교당 가운데 하나다. 1911년 세워진 동원본사 목포 별원은 도심개발로 해체될 운명이었으나, 지역사회의 보존 노력으로 현재 오거리문화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인은 목포에서 구원을 갈구했다. 유달산 바위에 새겨진 홍법대사(弘法大師, 774∼835)상이 대표적이다. 그는 진언종 창시자로 일본에서 가장 추앙받는 스님이다. 일본인은 그의 수행처를 모방해 유달산 곳곳에 부처 등을 모셔놓는 등 축소판 시코쿠 헨로(四國遍路)를 남겼다.

홍법대사의 수행과 관련한 사찰 88곳을 순례하는 시코쿠 헨로는 ‘순례의 민족’이라는 일본인들의 버킷 리스트로 꼽힌다. 일본 사찰에서는 흰옷에 지팡이, 갓을 쓴 순례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2008년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관음성지 순례’를 도입하기도 했다. 일본의 사이고쿠 삼십삼관음순례(西國三十三觀音巡禮)를 본 뜬 것이다.

목포시가 최근 동본원사 목포별원 활용사업을 완결했다. 창고였던 지하공간까지 역사·문화 전시공간으로 재정비했다. 내부벽체는 목포 고유 석재인 ‘목포석(응회암)’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 놓았다. 현재 이 공간에서는 ‘목포 100년의 걸음’을 주제로 특별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목포에 들른다면 일제 강점기 종교건축과 역사를 더듬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penfoot@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