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축제-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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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축제-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2025년 12월 10일(수) 00:20
어둠을 밝히는 빛의 본질은 위로와 희망에 있다. 추운 겨울 도심과 공원을 밝히는 빛은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연말이면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빛 축제를 열고 빛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물들이는 이유다.

빛의 축제를 뜻하는 루미나리에(luminarie)의 기원은 이탈리아다. 16세기 나폴리왕국의 왕가 행차를 기념하기 위한 빛 장식이 종교적 성인을 기리는 빛 축제로 발전했다.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거리 길목에 목조 구조물을 세우고 그 위에 등유와 촛불로 조명을 장식한 것이 시작이다. 1930년대에 이르러 전구로 교체됐고 오늘날 이탈리아 전통 축제로 자리잡았다. 독일 도르트문트와 스페인 마드리드 등지로 확산했고 미국 휴스턴에도 루미나리에가 전파됐다.

아시아에서 루미나리에가 시작된 곳은 일본 고베다. 1995년 고베 대지진으로 상처받은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그해 12월에 불을 밝혔다. 지진 희생자를 진혼하고 도시 부흥을 기원하기 위해 시작된 행사는 이제 해마다 50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며 고베를 빛의 도시로 부흥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3년 부천시가 시 승격 30년을 기념해 선보인 ‘2003 부천 루미나리에’가 시초라 할 수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2005년 이후 광주 동구와 목포, 무안, 함평 등지에 지역 상권 활성화를 내세워 수억원을 들여 루미나리에가 들어섰고(일부는 철거됐지만) 빛 축제가 열리기 시작했다. 빛(光)고을 광주에서 수년을 이어온 ‘빛고을 빛의 축제’와 녹차밭을 빛의 왕국으로 변화시킨 ‘보성차밭 빛축제’가 대표적이다. 근래에는 광주에서 빛과 소망을 콘셉트로 ‘크리스마스 광주 빛 축제’가,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에서는 ‘2025 빛가람 빛정원 페스타’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함평 역시 지난해부터 국향대전 때 조성한 대형 조형물과 엑스포공원 야간 경관조명으로 ‘함평 겨울빛축제’를 열고 있다.

하지만 지금 열리고 있는 빛 축제들이 저마다의 지역성과 독창성을 갖춘 겨울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역의 빛 축제가 각자의 독특한 색으로 반짝이며 힘겨운 한 해를 버텨 낸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길 바란다.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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