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과 벽돌책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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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과 벽돌책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5년 10월 02일(목) 00:20
‘셰익스피어 휴가’(Shakespeare Vacation)라는 낯선 단어를 처음 접한 건 칼럼리스트 김경의 책 ‘셰익스피어 베케이션’(2009)을 통해서였다. 패션잡지 에디터로 근무하며 칼럼집 ‘뷰티풀 몬스터’, 인터뷰집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등을 펴냈던 그는 운좋게 1년의 휴가를 보내고 난 후 동명의 책을 펴냈다.

그의 휴가는 ‘독서 여행’이었다.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으며 포르투갈 리스본을 여행하고,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바람의 그림자’의 흔적을 쫓았다.

인상적인 책 제목은 영국 전성기를 이끌었던 빅토리아 여왕에게서 유래한다. 여왕은 신하들에게 3년에 한 번 꼴로 유급 독서 휴가를 주고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셰익스피어 작품 중 5편을 정독한 뒤 독후감을 제출하도록 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세종 역시 ‘사가독서’(賜暇讀書) 제도를 도입해 촉망받는 젊은 선비들에게 긴 휴가를 주어 편안하게 책을 읽게 했다. 독서 휴가는 1∼3년이었고 세종은 독서에 필요한 비용과 음식 및 의복까지 내려 격려했다고 전해진다.

길게는 10일까지 이어지는 연휴를 앞두고 있다. 유례 없는 명절 휴가에 저마다 무슨 일을 할까 궁리중일 터다. ‘독서 휴가’를 떠나보면 어떨까. 시간 탓하며 엄두를 내지 못했던 두꺼운 ‘벽돌책’에 도전해볼 만한 절호의 기회다.

책장을 둘러보라. ‘언젠가’를 기약하며 사두었을 책들이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과학 서적의 고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등 인문학 베스트셀러를 독파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완독하기 어려웠던 장편소설이나 고전 작품, 시리즈물도 독서 목록에 넣어보자. 도서관에 보석들이 차고 넘친다.

연휴를 위해 골라 놓은 책은 두 권이다. 먼저 721페이지 분량의 소설책. 미국 작가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는 “책 속의 주인공처럼 늙고 싶다”는 누군가의 글을 읽고 구입한 후 아껴뒀던 책이다. 또 한 권은 앞 부분만 몇차례 읽다 덮어둔 대런 아세모글루의 ‘권력과 진보’로, 소설 읽기에 성공하면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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