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백수 -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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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백수 -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2025년 10월 01일(수) 00:20
집에서 놀고 먹는 이를 가리키는 백수(白手)는 ‘백수건달(白手乾達)에서 나온 말이다. ‘백수’는 하얀 손이라는 의미로 아무런 능력이나 재주 실력이 없는 사람, ‘건달’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행패와 난봉을 부리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뜻한다. 건달이라는 말은 힌두교와 불교에서 말하는 상상적 존재인 ‘간다르바’에서 유래했다. 간다르바는 음악을 사랑하며 향기를 먹고 사는 자유로운 존재로 인도판 요정에 가깝다. 이 이름이 한국 등으로 넘어오면서 ‘일은 안 하고 빈둥댄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변질돼 사용되고 있다.

백수와 같은 말로 조선 시대와 일제강점기에는 한량, 놈팡이, 룸펜 등이 혼용됐다. 한데 원래 의미를 따지다 보면 이러한 용어들이 억울하게 취급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본래 의미로는 마냥 놀고먹는 이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근로 능력은 있지만 일정한 수입이 없이 잠시 일(노동)을 쉬는 휴직 상태의 노동자 즉 ‘휴직자’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로 치면 ‘잠시 쉼’ 상태로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실직 후 쉬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이른바 ‘경계선 백수’에 가깝다. 보통 일을 하다 그만둔 실업자를 포함하며, 에둘러 취업준비생 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면 프리랜서 정도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 자주 쓰는 ‘청년 백수’ 역시 이와 같은 부류다. 청년 백수는 15~29세 청년 중 실직을 했거나 취업 준비를 하거나 집에서 쉬는 이들을 말한다. 통계에 따르면 이런 청년 백수들이 계속 늘어 지난 2월 기준 12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이거나,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혹은 ‘취업준비자’인 청년의 수까지 합산하면 더 많을 것이다. 청년 4명 중 1명이 불안정 고용 상태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다.

며칠 후면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 명절이다. 여러 세대가 모이는 자리라 청년 백수 한 둘은 끼기 마련인데 이런 상황에 ‘결혼은 안 하니’, ‘취업은 어떻게 됐니’, ‘애는 안 낳니’ 등 청년을 향한 금기어를 거침없이 말하는 어르신이 있을까 봐 걱정이다.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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