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정책과 내수 부진, 시장 불확실성, 인건비·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광주지역 제조업체 경기 회복도 여전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일부 있었지만, 미국 관세 정책 불확실성, 미·중 전략 경쟁 장기화 등으로 기업이 체감하는 불확실성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광주상공회의소(광주상의)가 광주지역 13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25년 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전 분기(87) 대비 2p 하락한 85로 집계됐다. 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경영 항목별로 매출액(84→86), 영업이익(75→81), 자금 사정(72→77)은 전 분기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설비투자(92→88)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상의는 기아 오토랜드광주에서 만드는 EV5 등 완성차 생산 확대, 일부 내수 수요 회복 기대 등 긍정적인 요인이 감지되고 있는 반면 내수 침체와 글로벌 수출 환경 불확실성 등 구조적인 제약 요인으로 경영 환경 개선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의의 전망을 반영하듯 지역 경기 상황에 대한 응답 기업의 37.3%는 ‘변화 없음’, 35.8%는 ‘일부 악화’, 16.4%는 ‘크게 악화’라고 답했다. 전체의 89.5%가 경기 상황이 악화됐거나 변화가 없다고 평가해 지역 경기 전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업종별 전망은 전자제품·통신(55), 자동차·부품(84), 기계·장비(76), 화학·고무·플라스틱(73)의 부진이 예상됐고 철강·금속(140), 식음료(125)는 상승세가 전망됐다.

전자제품·통신(95→55)은 대기업의 생산 조정과 재고 관리 영향으로 4분기 생산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관련 업계에선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부품의 경기실사지수는 전분기 78에서 84로 증가했다. 이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4분기 공사로 인한 셧다운,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수출 물량 감소 우려, 원부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기업 부담 등 위험이 컸음에도 모기업(기아)의 신차 생산 등으로 꾸준히 가동되며 생산 계획이 유지되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화학·고무·플라스틱은 전분기 45에서 73로 올랐다. 지난 5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후 지역 내 생산에 차질이 있었지만 점차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석유화학 원재료 가격 변동과 안전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비용적 부담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기업 규모별로 대·중견기업(86→93)은 지난 분기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내수 시장 침체의 지속, 미국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한 변동성 증가, 계절적 영향으로 인한 물량 감소 영향으로 경기 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87→84) 또한 지난 분기 대비 소폭 하락하면서 여전히 침체 국면인 것으로 조사됐다.

채화석 광주상의 상근부회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형성되고 있지만 체감 경기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 원가 부담 심화, 투자 위축 등 복합 요인이 지역 제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내수 진작, 공급망 안정, 수출 지원, 투자 여건 개선 등 실효성 있는 정책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광주상의가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광주지역 13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팩스나 이메일을 통해 진행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