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신작과 클래식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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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재단 ‘키메라의 시대’ 성황…베르베르 ‘키메라의 땅’ 낭독
2025년 08월 24일(일) 19:56
‘키메라의 시대’ 공연의 한 장면. <ACC재단 제공>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클래식 무대에 섰다. 날카로운 통찰과 철학적 상상력으로 독자를 매료시켜온 그는 문학과 음악을 한 무대에 엮어내며 광주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사장 김명규, ACC재단)은 24일 오후 3시 ACC 예술극장 극장1에서 공연 ‘키메라의 시대’를 열었다. 이번 무대는 베르베르의 신작 ‘키메라의 땅’을 바탕으로, 작곡가 김택수가 창작한 ‘키메라 모음곡’과 함께 작가가 직접 대본을 낭독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형식으로 꾸며졌다. 베르베르 본인이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주목을 받으며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키메라의 땅’은 제3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지구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진화생물학자 알리스 카메러가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결합해 새로운 종족 ‘키메라’를 창조하는 과정을 그린다. 땅속·하늘·바다에서 살아가는 세 키메라와 기존 인류의 갈등, 공존, 그리고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공연 전반부에서는 김택수 작곡가의 ‘키메라 모음곡’이 연주됐다. 그는 바로크 조곡의 형식을 빌려 소설의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음악으로 풀어냈다. 각 종족은 악기로 표현됐다. 하늘을 나는 ‘에어리얼’은 플루트, 바다를 지배하는 ‘노틱’은 기타, 땅속을 파고드는 ‘디거’는 첼로와 베이스가 상징했다. 각 악장이 시작되기 전 베르베르는 직접 무대에 올라 구절을 낭독하며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이끌었다.

후반부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메타모르포젠(변용)’이 이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남긴 상흔을 바탕으로 작곡된 이 작품은 23개의 독주 현악기를 위한 곡으로, 파괴된 문명과 상실된 인간성에 대한 깊은 애도를 담아낸다.

무대에는 세종솔로이스츠와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 플루티스트 최나경이 함께했다. 이들은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연주로 베르베르의 상상력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김명규 ACC재단 사장은 “문학과 음악이 함께하는 무대는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특별한 자리였다”며 “베르베르의 새로운 세계관을 광주 관객들에게 가장 먼저 소개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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