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M 노사 갈등 격화…광주형 일자리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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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M 노사 갈등 격화…광주형 일자리가 흔들린다
노조 “대출 조기상환 빌미 노조 파업 압박” 대표이사 해임까지 요구
제조업 위기 속 전국적 주목 받으며 출범…상생 무너지면 존립 위태
지역 경제계 광주 투자 기피 도시 전락 우려…노사 협상력 복원해야
2025년 08월 24일(일) 19:45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가 지난 21일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존재하지 않는 대출 조기상환 압박을 빌미로 노조 파업에 대한 여론을 몰아갔다”며 윤몽현 대표이사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제공>
‘제1호 광주형 일자리’로 출범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 노사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노사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그동안 쌓아온 광주형 일자리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GGM과 GGM 노조 등에 따르면 노조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존재하지 않는 대출 조기상환 압박을 빌미로 노조의 파업에 대한 여론을 몰아갔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대표이사 해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금융권의 대출 조기상환 압박이 없었는데도, 사측이 대출 조기상환 압박이 있었던 것처럼 여론 조성을 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는 “사측은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단이 대출 조기상환을 압박해 패널티 2억원까지 물고 6개월 앞당겨 상환했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노조 파업을 사유로 한 대출 조기상환 압박은 전혀 없음이 드러났다. 오히려 사측이 낮은 금리 대출로 갈아타기 위해 스스로 조기상환을 문의하고 선택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노동을 적대하는 현 대표이사와 경영진으로 결코 ‘상생’을 꿈꿀 수 없다”며 “사측은 거짓말을 퍼트려 노조를 사회적으로 압박하고 혐오를 조장했다. 조합원 탈퇴 유도와 신규 가입을 막기 위한 의도적 왜곡이자 명백한 공갈·협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사측은 채권단 일부가 노사 갈등 고조로 인한 약정 위반 가능성을 우려했고, 대출 은행권이 노사와 관련된 내용이 보도될 때마다 전화와 이메일 등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GGM 대출금 조기상환 사태뿐만 아니라 노사 양측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심화하면서 GGM 존립도 위태로워지고 있다.

GGM은 2019년 광주시와 현대자동차, 지역 기업 등이 손을 잡고 출범한 광주형 일자리 1호 기업으로 지역경제와 노동·경영 상생 모델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광주시는 저임금·고용 안정, 기업은 비용 절감, 지역사회는 일자리 확대라는 ‘3자 상생’을 내세워 GGM을 탄생시켰다.

당시 GGM의 설립은 한국 제조업 위기 속 새로운 해법으로 전국적 주목을 받았으며 실제 수백명의 지역 청년이 안정된 정규직 일자리를 얻는 성과를 낳았다.

하지만 이번 갈등이 장기화한다면 그동안 쌓아온 광주형 일자리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노사 불신이 깊어지면 안정적 생산 기반이 무너지고, 위탁 생산을 맡긴 현대자동차 역시 ‘캐스퍼’와 ‘캐스퍼 일렉트릭’ 생산을 계속 GGM에 맡길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 1호 모델이 흔들릴 경우 ‘광주에 투자하면 안정적인 상생 구조가 가능하다’는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 메시지’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향후 광주가 다른 제조업·서비스업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도 치명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특히 GGM이 전기차(캐스퍼 일렉트릭)를 양산하며 선전하고 있는 데다 국내 자동차가 가장 접근하기 힘들었던 일본 자동차 시장까지 돌파하고 있는 상황에 GGM은 단순한 제조업체를 넘어 지역 제조업의 희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 청년 고용 안정은커녕 일자리 자체가 사라질 수 있으며 광주가 ‘투자 기피 도시’로 낙인찍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지역 경제계의 우려다. GGM의 미래는 단순한 노사 문제를 넘어 광주가 지향하는 노동-경영 상생 모델의 존립을 시험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되고 있다.

지역경제계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는 단순한 자동차 공장 하나가 아니라 앞으로 광주지역이 다른 산업 투자로 확산할 수 있는 시험대”라며 “만약 GGM이 노사 불화로 흔들린다면 다른 기업들은 광주에 발을 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 노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극한 대립이 아니라 협상 복원”이라며 “노사 간 공방을 넘어 안정적인 캐스퍼 생산과 미래차 전환이라는 공동 목표를 되새기는 것이 시급하다. 상생을 기치로 출범한 기업이 상생의 가치를 잃어버린다면 그 순간 광주형 일자리의 의미 자체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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