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훈련 - 박진표 경제부장
1968년 1월 21일 김신조를 비롯한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청와대 기습과 대통령 암살을 위해 서울로 침투했다. ‘1·21 사태’로 불리는 이 사건은 6·25 전쟁의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1·21 사태 여파로 향토예비군, 육군3사관학교, 전투경찰대 등이 창설됐고 고교·대학에는 군사훈련 과목인 교련이 도입됐다. 인왕산·북악산과 청와대 앞길은 경호 차원에서 일반인 통행이 금지됐다.
국가 위기대응 점검을 위한 ‘태극연습’도 시작됐다. 이듬해인 1969년부터 ‘을지훈련’으로 명칭이 바뀐 뒤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후 정부합동 비상대응 훈련으로 체계화되며 한때 한미 연합연습과 연계되기도 했다. 을지라는 명칭은 외세의 침입에 맞서 국난을 극복한 고구려 명장 을지문덕 장군에서 따온 것으로 국가 안보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을지훈련은 여러 정권을 거치며 훈련 시기와 방식이 달라지기도 했다.
남북화해 국면에는 규모가 줄었고 천안함 피격 등 군사적 충돌이 있었던 때에는 범위와 강도가 강화됐다. 최근에는 기상 이변, 사이버 공격, 전력망 마비, 공급망 교란, 감염병 재확산을 가정한 ‘복합위기’ 시나리오와 공공·민간 연계 점검 등이 훈련의 핵심이 되고 있다. 오래전 얘기지만 야간훈련이 필수인 탓에 긴 밤시간을 이용해 술판을 벌였다가 징계를 받은 공무원도 종종 있었다.
이재명 새 정부 첫 을지훈련이 18~21일 공공기관과 주요 민간시설을 중심으로 실시된다. 이 기간 공직자 휴가는 제한되고 교대로 24시간 비상근무 체제가 유지된다. 광주시는 역대급 이상기후·전시 등을 가정한 주민 대피와 테러 상황 현장 대응, 긴급 복구훈련 등을 통해 실전적 위기대응 능력을 높이겠다는 각오다.
일부에선 새 정부가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는 등 남북 긴장을 완화하고 있어 훈련의 규모·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을지훈련은 안보를 넘어 폭염·폭우 등 기후재난과 사회기반시설 마비, 사이버 위협 등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훈련으로 원칙을 엄정히 지키고 실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박진표 경제부장 lucky@kwangju.co.kr
남북화해 국면에는 규모가 줄었고 천안함 피격 등 군사적 충돌이 있었던 때에는 범위와 강도가 강화됐다. 최근에는 기상 이변, 사이버 공격, 전력망 마비, 공급망 교란, 감염병 재확산을 가정한 ‘복합위기’ 시나리오와 공공·민간 연계 점검 등이 훈련의 핵심이 되고 있다. 오래전 얘기지만 야간훈련이 필수인 탓에 긴 밤시간을 이용해 술판을 벌였다가 징계를 받은 공무원도 종종 있었다.
일부에선 새 정부가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는 등 남북 긴장을 완화하고 있어 훈련의 규모·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을지훈련은 안보를 넘어 폭염·폭우 등 기후재난과 사회기반시설 마비, 사이버 위협 등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훈련으로 원칙을 엄정히 지키고 실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박진표 경제부장 luck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