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참아요’ - 김지을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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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참아요’ - 김지을 사회부장
2025년 08월 12일(화) 00:00
“힘들 땐 어떻게 하나요?/ 그냥 참아요/ 아픈데 일 시키면 어떻게 하나요?/ 그냥 참아요/ 욕하고 때리면 어떻게 하나요?/ 그냥 참아요/ 식당에서 밥 나오는 순서가 조금만 늦어도/ 학교에서 내 아이가 조금만 무시당해도/ 무엇 하나 참지 않는 이 땅에서/ 그 좋은 권리와 풍요와 안락을 위해 거칠고 힘들고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면서 이주노동자 에스라는 오늘도/ 그냥 참아요.”

‘박해받는 노동자(勞)의 해방(解)’을 줄여 필명으로 삼은 박노해 시인의 ‘그냥 참아요’는 2022년 발간된 ‘너의 하늘을 보아’라는 시집에 수록된 시다. ‘코리아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은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아픔과 슬픔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이 써온 원고 중 301편을 엮어 낸 시기가 3년 전인데 언론에 오르내리는 국내 이주노동자의 현실은 그 때와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 한국을 생활 터전으로 삼은 외국인은 156만명이 넘었고 올해만 1만5000명이 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전남을 찾는 시대가 됐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반면 이들의 어려움을 듣고 소통하면서 정착을 돕는 전국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은 사라졌다. 이러다보니 인권 침해·임금체불 등을 호소하는 민원도 폭증했다. 2022년 2727건이던 광주지방노동청 외국인노동자 관련 신고 건수는 2024년 4217건으로 급증했다.

벽돌더미에 묶어 지게차로 들어올려지며 괴롭힘을 당한 사례 외에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더 있다는 얘기다.

꿈을 찾아 낯선 한국으로 왔다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일도 잇따른다. 고흥 새우양식장에서 수중 모터 수리를 하던 외국인 노동자 2명이 10일 감전 사고로 숨졌다. 지난 2월에는 네팔 이주노동자가 농장주에게 6개월에 걸쳐 괴롭힘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힘이 없어도 돈이 없어도/ 함께 살아야 할 나라 아닙니까/ 대한민국은 사람이 희망인 나라 아닙니까/ 여기 사람이 달려 있습니다/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습니다/…/ 여기 사람이 있습니다./” 박노해는 ‘저기 사람이 있습니다’에서 말한다. 그들도 사람이라고. /김지을 사회부장 dok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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