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환초’ 강제동원 비극 진상규명을
  전체메뉴
‘밀리환초’ 강제동원 비극 진상규명을
2025년 06월 17일(화) 00:00
태평양전쟁 당시 남태평양 마셜제도 밀리환초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피해자 대다수가 전남 출신으로 밝혀졌다. 일본인 사학자 다케우치 야스토씨의 끈질긴 노력 끝에 잊혀진 조선인 강제노역의 비극이 실체를 드러냈다.

다케우치가 도쿄 국립공문서관에서 발굴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밀리환초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640명 가운데 99%인 635명이 담양·나주·장흥·순천 등 전남 출신이었다. 밀리환초의 비극은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마셜제도 끝에 있는 밀리환초에 강제동원 됐던 조선인들이 일본군의 잔혹행위에 저행했다가 집단으로 학살당한 사건이다. 비행장 활주로 등 군사시설 건설에 투입된 조선인들은 극심한 기아 상태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던 중 일본군이 조선인 인육을 고래고기라고 속여 배급한 사실을 알고 분노해 집단 탈출을 시도했다가 붙잡혀 218명이 총살을 당했다.

다케우치는 지난해 6월 희생자 중 214명이 전남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데 이어 이번에는 일본 정부가 작성한 피징용 사망자 연명부와 해군 군속 신상조사표 등을 토대로 노역자 전체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가 1992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일명 ‘광주천인소송’ 원고 23명도 포함돼 있다. 특히 이름, 주소, 연락처는 물론 동원된 날짜, 사망일, 동원 당시 탔던 선적, 일을 하고 받지 못한 미지급금 등이 자세하게 적혀있어 향후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상을 위한 중요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심있는 일본인 사학자에 의해 뒤늦게나마 밀리환초 강제동원의 비극이 밝혀지게 돼 다행이다. 안타까운 점은 희생자 대다수가 우리 고장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비극이 발생한 지 80년이 되는 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와 진상규명 일 것이다. 피해자 보상과 유해 반환도 이뤄져야 한다.

마침 새 정부도 들어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1년 12월 광주천인소송을 주도했던 이금주 회장이 사망하자 평생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에 헌신한 그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면서 일본 정부를 향해서는 국가적 폭력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자 한일 관계의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밀리환초 비극의 해법 찾기가 새 정부의 한일 관계 정립을 위한 시금석이 되길 기대한다.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