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유탄 맞을까 … 전남 농가 위기감 고조
트럼프 행정부, 쌀·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 압박…‘농도 전남’ 생존 위협
전남 한우협회 17일 상경 투쟁 예고…“정부 관세협상 때 농민 우선해야”
전남 한우협회 17일 상경 투쟁 예고…“정부 관세협상 때 농민 우선해야”
![]() 16일 광주시 서구 서창동의 한 논에서 모내기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이 오는 7월 8일 예정된 상호관세 협정에서 쌀과 소고기 관세 완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남 농가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전쟁’의 또 다른 압박 무기로 쌀과 소고기 등 농산물 수입 시장 개방을 요구하면서, 농도(農都) 전남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전남은 전국 최대 곡창지이자 전국에서 두 번째 규모의 한우 사육 기반을 갖춘 지역으로, 새정부와 미국의 협상 결과에 따라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한우 농가는 팔면 팔 수록 적자가 나는 ‘역마진’ 구조를 3년 이상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 완화까지 현실화 하면 전남 한우 산업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공포도 확산하고 있다.
16일 전남 농민단체와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개최된 한미 협의에서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 명시된 여러 ‘비관세 장벽’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당시 주요 무역대상국의 상황을 고려해 상호관세 협상 시한은 7월 8일로 유예됐지만, 보고서에서 지적된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과 쌀 수입 규제 완화 등 국내에서 민감한 사안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첫 협상에 나서게 된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대미 관세 전략에 따라 지역 농가들의 생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남지역 농가들도 2007년 미국과의 첫 한미 FTA 타결 당시 정부가 국내 자동차 산업 등 제조업 보호를 명분으로 농산물 시장 개방을 추진했던 악몽을 떠올리며 오는 7월 협상 결과에 따라 대정부 투쟁 등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남은 주요 협상 대상인 소고기와 쌀 생산량이 전국 최대 규모인 만큼, 협상에 따라 입는 타격도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지역 쌀 생산량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70만 9315t으로, 전국 17개 시·도 쌀 생산량(358만 4543t)의 19.8% 수준에 이른다.
한국은 현재 기본적으로 모든 국가에 대해 쌀 관세로 513%를 매기고,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40만 8700t에 대해서만 5%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TRQ 물량 중 미국에 할당된 것은 13만 2304t 수준인데, 미국은 TRQ 물량 확대 및 기본 관세 대폭 완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쌀은 국민 주식으로, ‘주권’ 그 자체라는 공동의 인식이 있다”며 “국민의 주식을 위태롭게 하는 수입정책은 반드시 수정해야하고, 식량안보는 경계심을 갖고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위원장은 특히 “쌀의 경우 현재 국민의 쌀 소비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수입물량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 수준에 달하고 있다”며 “정부가 지금보다 쌀 시장을 더 개방하는 것은 전국 최대 쌀 생산지인 전남을 비롯한 전국 농민에게 쌀농사를 짓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전남 한우 농가 역시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룟값, 인건비 등 한우 생산비는 지속 상승한 반면 한우 도매가는 하락하면서 팔 수록 손해인 구조가 3년 이상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적자로 인해 전남 한우 농가 수는 2022년 1분기 1만 6563가구였지만, 올 1분기(1만 4528가구)까지 3년만에 지역 내 한우 농가 2000여 가구가 사라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따라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가 국내 시장에 유입될 경우 한우 농가들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는 입장이다.
영광에서 한우 농장을 운영하는 이재석(47)씨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한우보다 100㎏ 이상 도축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현재도 전국 소고기 소비량의 60% 이상이 수입산인데, 소고기 수입 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유통마진 등으로 가격경쟁에서도 밀리는 한우는 소고기 시장에서 도태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을 비롯한 전국한우협회는 17일 2024년 윤석열 정부의 한우법 거부권 행사 이후 1년 만에 서울 상경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윤순성 전국한우협회 전남도지회장은 “전국 한우협회 소속 농가들이 모이는 이번 상경 집회에서는 최근 농협의 사룟값, 도축비 인상에 대한 반발과 더불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관세 장벽 완화 반대 등의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며 “정부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산업보다는 농민을 우선하는 협상에 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전남은 전국 최대 곡창지이자 전국에서 두 번째 규모의 한우 사육 기반을 갖춘 지역으로, 새정부와 미국의 협상 결과에 따라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전남 농민단체와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개최된 한미 협의에서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 명시된 여러 ‘비관세 장벽’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당시 주요 무역대상국의 상황을 고려해 상호관세 협상 시한은 7월 8일로 유예됐지만, 보고서에서 지적된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과 쌀 수입 규제 완화 등 국내에서 민감한 사안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남지역 농가들도 2007년 미국과의 첫 한미 FTA 타결 당시 정부가 국내 자동차 산업 등 제조업 보호를 명분으로 농산물 시장 개방을 추진했던 악몽을 떠올리며 오는 7월 협상 결과에 따라 대정부 투쟁 등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남은 주요 협상 대상인 소고기와 쌀 생산량이 전국 최대 규모인 만큼, 협상에 따라 입는 타격도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지역 쌀 생산량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70만 9315t으로, 전국 17개 시·도 쌀 생산량(358만 4543t)의 19.8% 수준에 이른다.
한국은 현재 기본적으로 모든 국가에 대해 쌀 관세로 513%를 매기고,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40만 8700t에 대해서만 5%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TRQ 물량 중 미국에 할당된 것은 13만 2304t 수준인데, 미국은 TRQ 물량 확대 및 기본 관세 대폭 완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쌀은 국민 주식으로, ‘주권’ 그 자체라는 공동의 인식이 있다”며 “국민의 주식을 위태롭게 하는 수입정책은 반드시 수정해야하고, 식량안보는 경계심을 갖고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위원장은 특히 “쌀의 경우 현재 국민의 쌀 소비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수입물량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 수준에 달하고 있다”며 “정부가 지금보다 쌀 시장을 더 개방하는 것은 전국 최대 쌀 생산지인 전남을 비롯한 전국 농민에게 쌀농사를 짓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전남 한우 농가 역시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룟값, 인건비 등 한우 생산비는 지속 상승한 반면 한우 도매가는 하락하면서 팔 수록 손해인 구조가 3년 이상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적자로 인해 전남 한우 농가 수는 2022년 1분기 1만 6563가구였지만, 올 1분기(1만 4528가구)까지 3년만에 지역 내 한우 농가 2000여 가구가 사라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따라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가 국내 시장에 유입될 경우 한우 농가들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는 입장이다.
영광에서 한우 농장을 운영하는 이재석(47)씨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한우보다 100㎏ 이상 도축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현재도 전국 소고기 소비량의 60% 이상이 수입산인데, 소고기 수입 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유통마진 등으로 가격경쟁에서도 밀리는 한우는 소고기 시장에서 도태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을 비롯한 전국한우협회는 17일 2024년 윤석열 정부의 한우법 거부권 행사 이후 1년 만에 서울 상경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윤순성 전국한우협회 전남도지회장은 “전국 한우협회 소속 농가들이 모이는 이번 상경 집회에서는 최근 농협의 사룟값, 도축비 인상에 대한 반발과 더불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관세 장벽 완화 반대 등의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며 “정부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산업보다는 농민을 우선하는 협상에 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