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홍수에 대비한 과학적 댐 운영 - 이혜승 수자원공사 영·섬유역관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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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홍수에 대비한 과학적 댐 운영 - 이혜승 수자원공사 영·섬유역관리처장
2025년 06월 16일(월) 21:30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지구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실체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해마다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이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으며 그 강도와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작년 유럽 동부의 일부 지역이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받는 반면 서부 지역은 폭우와 홍수로 강이 범람해 도시가 물에 잠기는 등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발생하는 극단적인 기후 양상이 나타났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어느 해는 기록적인 폭우로 강이 넘치고, 다른 해는 극심한 가뭄으로 하천이 바닥을 드러내며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은 이러한 기상이변을 크게 체감하는 지역 중 하나다. 2020년 여름, 섬진강 유역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 최대 500㎜ 이상의 기록적인 폭우가 단 이틀 만에 쏟아졌다. 그로부터 2년 뒤에는 광주·전남지역에 281일간 최장의 가뭄이 이어져 광주시민의 주요 식수원인 주암댐이 준공 이래 최저 수위를 기록했다. 불과 2년 만에 정반대의 재난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장흥군에는 이틀간 300㎜가 넘는 폭우가 내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집중호우와 장기 가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물관리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제 자연은 평균값을 따르지 않고 과거의 경험만으로 대응할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 불규칙한 강우는 예측하기 어렵고 현장 대응 역시 더욱 신속하고 정밀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선제적 준비’, ‘민첩한 대응’, ‘과학적 방어’라는 3대 전략을 중심으로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주암댐과 섬진강댐 등 주요 다목적댐의 수위를 홍수기 전부터 낮춰 극한 홍수에 대비한 물그릇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며 기상예보를 기반으로 한 계획적 방류를 통해 하류 지역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장흥군에 폭우가 내렸을 때도 장흥댐은 사전에 확보한 물그릇을 활용해 수문 방류 없이 댐을 운영함으로써 지역 피해를 예방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사전 준비는 예측이 어려운 폭우에 대한 가장 중요한 대응책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최근 댐 운영의 정확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디지털트윈’ 기술도 도입했다. 디지털트윈은 실제 유역의 지형, 수문, 수위 정보를 3차원 가상공간에 구현해 실시간으로 댐 유입량을 예측하고 방류 시 시뮬레이션을 통해 하류 상황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리 분석하고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극한 강우 발생 시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기상청,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의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강우 예보·수문 방류 계획 등을 공유함으로써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방류 시에는 재난 문자, 카카오톡 알림, 경보 방송 등 다양한 수단으로 주민들에게 신속히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지속적인 시스템 개선을 통해 지역 주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댐 운영은 과거의 경험에 기반한 운영을 넘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과 판단, 정교한 대응 시나리오를 갖춘 과학적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앞으로도 국민의 신뢰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정교한 예측과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며 국민 모두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물관리 체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기후위기에 따라 댐의 역할과 중요성은 점차 커질 것이고 운영 또한 점차 고도화될 것이다. 극한 홍수를 피할 수는 없지만 준비된 대응은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기후위기 속에서도 국민의 일상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한국수자원공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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