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송 축제와 시인 문병란의 집- 박성춘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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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암송 축제와 시인 문병란의 집- 박성춘 세무사
2025년 06월 15일(일) 21:30
바쁜 일상 속에서 시를 암송하는 일은 큰 기쁨이다. 필자가 암송하는 시는 모두 1365편이다. 올해부터 새로운 시를 암기하기보다는 2주에 걸쳐, 하루에 100여개씩 1365편의 시를 다시 외우는 시간을 갖고 있다.

빛고을에서 암송운동을 하고 있는 문길섭 드맹아트홀 관장과 인연을 맺은 후 만나진 못하고 이따금 문자로만 소통하고 지냈다. 그러다가 내가 펴낸 ‘박성춘 암송시 1365’를 계기로 빛고을에서 만남을 갖게 되었다. 문 관장이 암송본부가 주최하는 제2회 암송축제의 대표 암송자로 나를 초대해 준 덕분이었다. 세무사인 나의 직업상 5월은 매우 바쁜 시기라 망설임도 있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오자고 다짐했다.

아침 일찍 광주행 SRT에 몸을 실었다. 광주는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녔던 곳이라 고향처럼 정이 든 도시다. 암송시는 그날 30분간 암송할 시를 부탁받아 평소의 애송시 30편을 골랐다. 보통 시 한 편을 평균 1분만에 외우니 30편이 적당하게 생각되었다. 암송은 내가 30편, 문 관장이 20편을 번갈아 외우기로 했다. 그는 사계절에 해당하는 시를 5편씩 골랐다.

문 관장은, 청중에게 암송의 세계를 보여주며 암송에 대한 동기를 주고자 함이 이 행사의 목적이라고 했다. 나는 70대에 들어선 나도 외우니까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 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드맹아트홀에 도착하니 문 관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4층 전체가 아트홀인데 규모에 맞게 짜임새 있고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잘 꾸며져 있었다. 문 관장은 청중에게 나를 잠깐 소개한 후, 행사 전날 가졌던 교통방송 인터뷰 방송을 들려 주었다.

행사는 우리 두 사람이 번갈아 애송시를 암송하는 사이 사이 우리 가곡 독창, 함께 노래부르기, 산문 암송(피천득의 ‘오월’, 드라마 ‘눈이 부시게’ 대사 등), 경전 암송(로마서 1장) 순서도 있었다. 암송축제는 무대 위 배너에 적힌대로 시뿐만 아니라 산문과 경전 암송이 포함되었다. 로마서 1장을 암송한 문 관장의 여동생이 바울서신에 속한 로마서, 빌립보서, 에베소서, 골로새서와 야고보서 전체를 암송한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행사를 끝내고 점심 후 시간 여유가 있어 문 관장의 안내로 광주 지산동에 있다는 시인 문병란의 집을 찾아 갔다. 나는 ‘비 오는 날의 시’ ‘시의 발견’ ‘첫사랑’ ’땅의 연가’ ‘식민지의 국어시간’ 등 문병란 시인의 시를 20편 이상 암송하고 있고, 광주 민주화운동때 정신적 지주였던 문 시인을 존경하고, 그분의 시를 읽을 때마다 마음속 깊이 희망(‘희망가’)이 움트고 삶의 희열(‘인연서설’)이 느껴졌기에 이번 기회에 꼭 관람하고 싶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한 시인의 집 우측 벽에 내가 즐겨 암송하는 ‘무등산’이란 시가 적혀 있어 반가웠다. 전체적으로는 대시인의 업적을 기리기엔 규모가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1, 2층의 전시물을 통해서 문 시인 생전의 발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어 좋았다. 한데, 전시물 중 두 군데가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 달라 당황스러웠다.

하나는 문병란 시인의 생년월일(1934년 8월 15일)이다. 나는 1935년 3월 28일로 기억하고 있는데 인터넷에 다시 검색해보니 현재도 여러 곳에서 1935년 3월 28일로 기재되어 있었다.

또 하나 내가 즐겨 암송하는 ‘아내의 샹송’이란 시가 벽에 걸려 있는데 내 기억으론 “①계절이 먼저 오는 변두리/ 40평짜리 작은 단독주택 ②부엌에서 들려오는/ 아내의 도마질소리”로 알고 있는데 벽에 걸린 시는 상기 문단 ②번이 먼저 시작되어 있었다. 시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할 때는 인터넷에 올리는 이도, 시인의 집 담당자도 꼼꼼한 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행 기차 출발 시각까지는 시간이 있어 송정역 근처에 있는 용아 박용철 시인의 생가를 둘러보았다. 차량으로 이동하며 시를 좋아하는 이들과 시와 암송에 관련된 얘기를 나누게 돼 무척 즐거웠다. 용아 생가에선 마감 시간이 지났는데도 친절히 안내해준 관리인 덕분에 광주를 대표하는 박용철 시인을 더 깊이 알게 되어 좋았다.

조금 고단했지만 시와 함께한 행복한 하루를 뒤로 하고 귀경 열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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