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느라 논 적 없는 어르신에 ‘잘 노는 법’ 알려 드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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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느라 논 적 없는 어르신에 ‘잘 노는 법’ 알려 드려야
[농촌 어르신 외로운 삶 오늘도 집 밖으로 돈다] <4>누구도 외롭지 않은 마을로
문해교육·키오스크 교육 등
복지정책,시골마을엔 ‘남의 떡’
복지관, 인문·예술공간 꾸미고
지원 확대 등 지자체 노력 필요
2025년 08월 29일(금) 10:30
/클립아트코리아
고립된 농촌에서 논밭을 떠도는 노인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들의 사회적 관계망을 넓혀 공동체를 새로 만들어 주기 위한 지역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들이 지방 소멸로 마을에 남은 사람이 없어서, 생활 인프라도 없고 달리 할 일도 없어서, 가족과 단절돼 온기를 나눌 사람조차 없어서 집 밖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안전한 집으로 불러오려면 세심한 ‘돌봄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 중인 생활지원사 파견, 복지관·마을회관 프로그램 등이 실제 참여 인원도 적고 공간도 적어 표면적 도움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예산의 한계에 가로막혀 실질적인 서비스는 인구가 많은 마을에만 집중되고 소규모 마을과 노인들은 수혜 대상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한 만큼 전반적인 복지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전남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자체는 노인 복지 정책으로 생활지도사 파견, 문해교육 등 사업을 하고 있으나, 한정된 일부 마을에서만 진행되거나 그나마도 참여자가 저조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순군의 경우, 중한실마을을 비롯한 37개 마을에서 일주일에 두세 차례 한글과 기초 수학 교육, 스마트폰·키오스크 활용법 등을 배울 수 있는 성인문해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중한실마을로부터 불과 5㎞ 떨어진 덕산마을 주민들은 교육 대상 마을로 선정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마을 내에서 교육을 듣겠다고 신청한 이가 너무 적다는 이유에서였다.

군은 매년 각 읍·면사무소를 통해 이장들에게 공문을 발송해 수요조사를 하고 이를 취합해 학습장 선정에 반영하지만, 덕산마을은 신청자 최소 요건인 5명을 넘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제한 때문에 주민들은 “소규모 마을은 복지 혜택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화순군 관계자는 “신청 마을이 많다고 해서 일부러 배제하는 경우는 없지만 강사 배치와 예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5명 이하 마을은 학습 효과가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일단 보류를 하고 있다”며 “인근 마을과 공동으로 교육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어르신들이 다른 마을로 이동하는 데 부담을 느끼거나 텃세 등 지역적 특성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전남 농촌 지역에서도 마을별 경로당 복지 프로그램의 참여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해남군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만 3000여명, 경로당은 597곳에 이른다. 군은 대한노인회 해남군지회를 통해 다육식물 심기·천연향초 만들기·서예교실에 참여할 수 있는 ‘9988 행복한 경로당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참여한 경로당은 30곳(5%), 1275명에 불과하다.

진도군 역시 전체 노인 인구는 1만968명, 경로당은 280곳에 달하지만 올해 프로그램이 실제 운영된 경로당은 12곳(4.2%), 180명에 그쳤다.

인구가 적은 마을이나 적극적 참여 의사를 보이지 않는 소규모 경로당은 지원 대상에서 쉽게 제외되는 구조다. 지자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홍보하는 것과 달리 현실은 ‘규정상 인원 미달, 참여 희망 저조’를 이유로 복지 사각지대를 양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 복지 담당자들의 수동적인 태도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노인들에게 복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거나 참여를 유도하지도 않고 “공문을 보내 수요 조사를 했지만 신청하지 않았다”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근본적인 농촌 노인들의 고립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소외된 이 없이 모두가 공동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정책을 꾸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촌의 생활 인프라부터 복지 프로그램까지 전방위적인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농촌마을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농사 외에는 거의 없고, 그마저도 더위 등 환경적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며 “특히 도서·산간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에게도 혜택이 닿을 수 있도록 차량 운행 같은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지자체에서 다양한 노인 복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지만 프로그램 내용, 선정 기준, 예산 반영 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복지관이 단순한 보살핌을 넘어 인문학적이고 예술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노인들이 취미를 개발하고, 다양한 동호회 활동에 참여해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등 일상이 쪼그라들지 않게 하는 것은 결국 지자체의 역할”이라며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가운데 갈수록 고립되는 농촌 노인들에게 어떤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할지, 모든 지자체가 깊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끝>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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