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가 좋다, 전라도 외국인] 외국인 주민 목소리 듣습니다 … 다문화 정착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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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가 좋다, 전라도 외국인] 외국인 주민 목소리 듣습니다 … 다문화 정착 ‘디딤돌’
[외국인 도정 모니터링단]
외국인 주민 의견, 행정 반영 위한 소통 창구
9개국 근로자·결혼이민자·유학생 30명 구성
영암 대불산단 내 전남이민외국인종합지원센터
상반기 ‘외국인 도정모니터링단 간담회’ 개최
정보 사각지대 개선·자원봉사 기회 등 촉구
노동 현장에서 언어 장벽·권리 침해 문제 꼽아
2025년 05월 02일(금) 00:00
‘외국인주민 도정 모니터링단’의 활동 단원들이 지난달 27일 영암 내 전남이민외국인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모니터링단 간담회에서 전남도, 센터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처음엔 한국말이 하나도 안 들렸어요. 공장에서 일하는 것도, 아이 키우는 것도 어렵기만 했죠. 그런데 이젠 한국이 우리 가족의 삶이 됐어요.”

전남 지역에는 한국어가 서툰 지역 거주 외국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 개선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단체가 있다.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네팔, 태국, 일본, 카자흐스탄, 몽골, 중국 등 9개국 출신의 외국인 주민 30명으로 구성된 ‘전남 외국인 주민 도정 모니터링단’이다. 이 단체는 지난 2019년 3월에 출범해 어느덧 올해 5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영암군에 있는 전남이민외국인종합지원센터(이하 센터)와 함께 지역 외국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실생활에서 느낀 문제점과 제안을 행정기관에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을 한다.

‘간담회 개최’는 단체의 대표적인 활동 중 하나다. 전남도, 센터, 모니터링단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정책적으로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달 27일 센터에서 열린 ‘2025년 상반기 외국인 주민 도정모니터링단 간담회’에서는 결혼이민자,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등 외국인 주민 15명이 참석해 “지역의 구성원으로서 전남에서 더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간담회에서는 지역 거주 외국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나 트렌드, 고충 등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중국에서 결혼이민으로 한국에 정착한 주미란(여·50)씨는 “요즘엔 나와 같은 결혼이주민 여성들이 현실적인 걸 많이 물어본다. 새로운 일을 시도해보고 싶은데 지원사업이 있는지나 연금, 부동산 관련일도 많이 도움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외국인주민 도정 모니터링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채수아(왼쪽부터)씨, 주미란씨, 비카쉬씨가 지난달 27일 열린 모니터링단 간담회를 마친 뒤 지역 내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데 정책적으로 필요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재 완도에 거주하며 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주씨는 “외국인 엄마로서 학부모 역할을 맡는 게 어느정도 부담이 됐던 것도 있었다”며 “문화적 차이나 정보 격차 때문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더욱 열심히 주변에 알아보고 또 같은 외국인 엄마들에게 정보도 주곤 했는데, 정책적으로 보완이 됐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놨다.

네팔 출신의 근로자 타망 비카쉬(35)씨는 직업적인 도움이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게차나 페인트 관련 자격증을 따고 싶은데 준비하고 있는 만큼 정보에 접근하기 위한 허들이 외국인 노동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낮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암 대불산단 협력업체에서 10년째 도장 작업을 해 온 비카쉬씨는 “처음엔 기술도 낯설고, 언어가 안 돼서 현장에서 위험한 상황도 많았다. 후배들에게는 그런 어려움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현재 초등학생 1학년인 아들을 네팔에서 데리고 와 함께 살고 있는데, 오후에는 돌봄 교실을 이용하기 어렵게 돼 있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성토했다.

몽골 출신의 채수아(여·34)씨도 “아이들이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데 낯선 곳에서 더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전남에서 다양한 체험을 해보고 갈 수 있도록 여가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문화 적응 프로그램이 더 마련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채씨는 결혼 이민자로 장흥군에서 12년째 살아가고 있는데, 최근 몽골에서 유학생으로 전남에 온 고등학생들이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며 정책적 보완을 요구하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단순히 지원을 받는 것을 넘어 주변에 외국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채씨는 “지역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이웃들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외국인도 자원봉사 등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하는 기회가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현장 의견을 반영해 도내 외국인 주민들을 위한 정보 접근성과 참여 기회를 확대하겠다”며 “앞으로도 도정모니터링단의 역할을 강화해 정책 수립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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