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배반한 판사들(한스 페터 그라베르 지음, 정연순 옮김)=법원은 정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인가? 이 책은 그런 의문을 품은 이들을 위한 기록이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법학교수인 저자는 각국의 사례를 통해, 판사들이 억압적 정권의 악랄한 정책을 얼마나 자주, 쉽게 집행해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의를 배반한 판사들’이 예외적 존재가 아니라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보편적 존재임을 경고한다. <진실의힘·2만7000원>
▲RNA의 역사(토머스 R. 체크 지음, 김아림 옮김)=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생명의 핵심은 DNA라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RNA가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유전 정보 전달자를 넘어, RNA가 생명 현상을 조율하고 변화시키는 능동적 주체임이 밝혀지면서 생물학과 의학, 생명공학 분야의 중요한 열쇠로 떠올랐다. 이 책에서 토머스 체크는 RNA의 복잡한 작용 원리를 일상적인 비유를 통해 쉽고 친근하게 풀어낸다. <세종서적·2만3000원>
▲죽은 다음(희정 지음)=‘일하다 병든 사람들’을 기록해온 작가 희정이 이번엔 ‘죽음’의 세계로 눈을 돌린다. 직업병, 자살, 참사, 고독사 등 죽음을 둘러싼 현실에 주목한 저자는 장례지도사 자격을 취득하고 직접 염습실에 들어선다. 장례 현장 노동자들을 인터뷰하며, 산업화된 장례 문화와 달라진 가족 구조 속에서 애도와 장례의 의미를 새롭게 묻는다.
<한겨레출판·2만2000원>
▲어쩐지 나만 알 것 같은 역사(배승호 지음)=광해군의 아들, 폐세자 이지는 강화도에 위리안치된 뒤 가위와 인두로 땅굴을 파 탈출을 시도했지만 사흘 만에 붙잡혔다. 이 소식을 들은 그의 아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수락산 ‘옥류동’에서 그 사연을 되짚는다. 방방곡곡 바위에 새겨진 글씨와 비문을 따라가며 역사의 흔적을 찾아 나선 건 전문 연구자가 아닌 역사 애호가다. 바위글씨에 매료된 그는 전국을 누비며 사료를 모았고, 그 속에서 잊힌 이야기들이 다시 살아난다.
<푸른역사·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