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광주, 이순신 정신을 시민과 함께- 고광섭 해군사관학교 명예교수, 이순신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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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 광주, 이순신 정신을 시민과 함께- 고광섭 해군사관학교 명예교수, 이순신 연구가
2025년 04월 24일(목) 00:00
다가오는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 480주년이다.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그의 정신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깊은 감동과 교훈을 전한다. 해마다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을 맞아 전국의 충무공 사당과 기념비 등지에서는 각종 추모 행사가 열리고 그의 뜻을 기리는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행사는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는 자리를 넘어 충무공이 보여준 위국헌신의 의미를 오늘날의 삶 속에서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처럼 역사적 인물의 정신을 현재의 시선으로 조명하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각해보는 시간은 공동체의 정체성과 시민의식에도 긍정적인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광주시에도 충무공을 기리는 소중한 공간이 하나 있다. 바로 1957년 한의사 춘담 최병채 선생이 사재를 들여 광주 동구 학동에 건립한 ‘무광사’다. 당시 무광사는 전남도청과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 위에 세워져 도심 속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했으나 지금은 주변 건물들에 가려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광사에서는 지금도 충무공의 탄신일과 기일에 맞춰 조용한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춘담 선생의 후손들과 그가 세운 고등학교의 학생과 교직원들이 중심이 되어 이 뜻을 지켜오고 있으나 이 사실을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광주는 어떤 도시일까. 광주는 정의롭고 집단 지성이 살아있는 시민정신을 지켜온 도시이며 1980년대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불의에 맞서 싸운 자긍심을 가진 곳이다. 외세의 침략 앞에서 나라를 지키려 했던 충무공의 마음과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던 광주시민의 용기는 시대는 달라도 공통의 뿌리를 지닌다. 그렇기에 충무공의 정신을 오늘날의 광주 시민이 함께 기억하고 이어가는 일은 자연스럽고도 뜻 깊은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정신을 광주에서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 꼭 새로운 시설물을 세우거나 요란스런 사업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조용히 그 뜻을 지켜온 무광사를 중심으로 시민들과의 접점을 넓혀보는 시도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광주시가 주관하는 다양한 문화행사나 축제에 무광사의 역사와 존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가볍게 덧붙이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민들이 부담 없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국립아시아 문화전당과도 가까운 거리에 있어 광주의 대표적인 민주주의 기념행사와 충무공의 정신을 함께 조명하는 소규모 기획이 더해진다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뜻 깊은 역사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무광사는 한 개인의 신념과 정성으로 세워진 사당이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적 의미는 광주 공동체가 함께 되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다. 꼭 공식적인 행사나 제도적 지원이 아니더라도 이 공간이 시민들 사이에서 조용히 기억되고 자연스럽게 충무공의 정신을 떠올릴 수 있는 장소로 자리잡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다가오는 충무공 탄신일, 빛고을 광주에서 그의 정신을 다시금 돌아보고 더 많은 시민들이 그 뜻을 편안하게 마주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과거를 기억하는 일은 곧 미래를 밝히는 일이다. 충무공의 정신이 광주의 일상 속에서 잔잔히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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