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에도 호남은 없다- 이건철 전 전남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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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선에도 호남은 없다- 이건철 전 전남발전연구원장
2025년 04월 21일(월) 21:30
21대 조기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면서 여야 후보들이 비전과 공약을 내쏟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부분 충청권과 세종을 중심으로 한 비전과 공약 뿐이다. 여권 8명, 야권 3명 후보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대통령실까지 모두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역대 대선 가운데 21대 대선의 충청권 중심 공약 정도가 가장 심한 것 같다. 명분은 국가 균형발전 때문이란다.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대통령 후보들의 국가 균형발전의 실태와 비전을 보고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치밀 지경이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2000년 이후 성장해 온 충청권은 접어두고 세종시로 인해 인·물적 자원이 유출되어 인구소멸 위기까지 몰려있는 호남과 영남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례로 정확히 2004년 세종시가 건설되고 KTX가 개통되면서 우리 국토는 호남과 영남의 인·물적 자원이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에 대거 유입되었다. 2000년 이후 충청권 인구가 무려 70만여명 증가한데 반해 호남권과 영남권은 각각 44만여명, 33만여명이 감소했다. 동시에 호남과 영남은 충청권으로의 인구 유출과 함께 저출산, 고령화까지 더해져서 전체 시·군의 90%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소멸위기지역’에 포함되어 있다.

그 결과 수도권과 충청권의 면적은 전국의 28%에 불과함에도 전국 인구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지역 불균형 실태를 이야기하면서 전국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가 50% 이상 살고 있다고 하던 푸념도 이제는 28%와 64%로 확대시켜야 할 시점이다. 더 유념해야 할 사항은 지금같은 추세라면 2035년 이내 수도권과 충청권에 전국 인구의 70%가 거주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지방 인구감소 문제는 국내외 전문기관들이 향후 한국의 가장 심각한 현안으로 보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는 출산율이 0.8 수준으로만 내려가도 한국인구는 2100년 1300만명 수준으로 급감하고 2750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인구가 없어 소멸할 국가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의 인구감소에서 비롯한 국가적 인구감소가 현안으로 부각되어 있음에도 호남을 비롯한 지방의 인구유출 방지 등 진정성있고 실질적인 국가 균형발전 전략을 내놓는 후보는 단 한 명도 없고 모두 세종시와 충청권, 그리고 영남에 집중하면서 호남은 소외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호남 출신으로 명색이 지역개발 연구를 30년 이상 해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야권의 유력후보는 영남에 대한 비중도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북극항로 개척과 대륙철도 연결로, 미래산업 전환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해양수산부 이전과 30분대 생활권 구축으로, ‘융합의 허브, 부·울·경 메가시티’를 글로벌 물류와 산업 중심의 해양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 위에 이차전지 산업벨트와 미래형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 조성, 미래 성장동력 바이오산업 육성,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과 울릉공항 추진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신화, 대구·경북의 재도약을 이끌겠다고 공약했다. 박정희정권에서의 서울∼대전∼대구∼부산의 경부선 성장축이 부활하는 것 같아 걱정을 넘어 좌절감이 넘쳐난다.

제발 호남은 텃밭이고 ‘우리 편’이어서 소외하는 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11분의 대통령 후보들께 두 가지만 제안하고자 한다. 하나는 노무현정권에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라는 행정수도 이전을 감행했던 파격적인 사례를 본받아 가장 취약한 영·호남 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 국토 최남단 남해안 중심지역에 남해안 해양·환경·관광 수도 신설을 제안한다. 수도권(경제수도)∼세종시(행정수도)∼남해안(해양수도)의 균형적 국토구도를 완성하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가 균형발전 전담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균형발전에 성공한 대표적 나라인 프랑스의 DATAR(국토 및 지역개발기획단)처럼 국가 균형발전을 전담하는 범부처적 조직으로 행정안전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합한 (가칭)‘국가균형발전부’를 설치하자는 것이다.

요컨대 열거한 국가 균형발전이야말로 전국민이 염원하는 국민통합의 핵심과제라는 사실에는 21대 대선 후보들도 이견이 없으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후보들의 최우선 공약은 지방의 인구 증가를 시작으로 국가적으로 인구가 증가해 국가가 소멸하지 않는 방안이 되어야 한다. 더욱이 국토 면적 70%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인구는 3분의 1에 불과한 영·호남에 해양수도 같은 파격적인 구상이 실현되어 국토의 ‘위대한 균형(Great Balance)’이 실현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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