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답지 못한 사람의 불행 - 박석무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
  전체메뉴
사람답지 못한 사람의 불행 - 박석무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
2025년 03월 17일(월) 00:00
2500년 전의 공자 이야기가 요즘 같은 혼란한 세상에도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사람이 제정신을 잃고 망상에 사로잡혀 광기를 부리며 난장판을 만들고 있는 요즘, 그래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무엇인가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성인(聖人)의 말씀이 아니고 어디서 답안을 찾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또 ‘논어’를 읽으며 공자님 말씀에 귀를 기울여본다. 현실에 길이 막히고 비정상적인 사태가 진행된다면 역시 옛날 성현들의 진리를 찾아서 해결할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공자는 분명하게 밝혔다. 사람이 배워야 할 학문이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이라고 했다. 위기지학은 본(本)이요, 위인지학은 말(末)이니, 두 학문을 함께 이룩해내야만 본말(本末)을 제대로 갖춘 온전한 인간이 된다고 했다. 위기(爲己)란 자기 자신을 위한다고 함이요 위인(爲人)이란 남을 위한다는 말이니, 위기지학으로 자신의 인격을 도야하여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 위인지학으로 능력을 갖추어 국가사회를 위해서 일할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공자의 사상을 전적으로 받아들인 다산 정약용은 그 문제를 더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공자의 도는 수기치인일 뿐이다(孔子之道 修己治人而已)”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여, 위기를 수기(修己)로 위인을 치인(治人)으로 표현하여 본말론으로 결론을 맺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학문까지를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6경4서의 경학(經學) 공부는 수기를 위한 학문이고,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는 치인 즉 국가사회를 위해서 일할 능력을 갖추는 공부여서, 자신의 학문은 본말을 갖춘 학문이었다고까지 설명하였다. 이렇게 보면 공자와 다산은 유학의 본질을 자신과 남을 위하는 공부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나는 오랫동안 ‘논어’를 공부하고 ‘다산학’을 공부하면서 자신과 남을 위해 공부하는 유학 사상에 깊은 뜻이 있다고 여기고, 그런 학문을 제대로 연구하여 현실에서 실천할 수만 있다면 세상은 반드시 좋아진다고 믿고 살아오고 있다. 공자와 다산의 참뜻은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있다고 여기고 공자와 다산의 뜻이 현실에 구현되기를 그렇게도 바라면서 지내고 있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 현실을 보라. 오늘의 최고통치자에서 고관대작들, 그들이 위기와 수기의 공부를 제대로 해서 사람다운 사람으로 되어 있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는가.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본(本)이 세워지는데, 본이 세워지지 않으니 어떻게 말인 위인·치인의 공부가 되어 나라다운 나라를 이룩할 수가 있겠는가.

근본이 세워지고 말단이 정리되어야 본말이 구비된 온전한 인간 세상이 구현되는 것인데, 사람으로서의 자질이나 인격은 갖추지 못하고 말단인 법기술에나 요령이 많아 나라를 내란에 빠뜨리고 말았으니 이 얼마나 불행한 국가인가.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면 정상적인 사고를 못하고 망상에 빠지고 만다. 망상에 사로잡히면 제 정신을 잃고 미치광이가 되고 만다. 망상에서 벗어나고 광기에서 벗어나야만 제 정신이 든 사람이 되는데,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아무리 잘못된 일에도 반성이나 후회는 있을 수 없어 망상과 광기를 계속 지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고, 아무리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어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온 국민이 벌벌 떨며 밤잠을 이루지 못한 끔찍한 내란을 일으키고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온 국민을 속이는 일을 거리낌 없이 행하고 있으니, 어디 사람다운 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인격을 갖춘 사람의 말이라고 누가 믿겠는가.

이제는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람답지 못한 위정자들, 그들은 무거운 죄를 저지른 죄값을 치러야 하고 국가는 미래를 위해 위기지학(수기지학)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제도부터 개혁해야 한다. 수기공부가 그렇게 되지 않은 통치자가 발광하는 세상이 다시 오지 않기 위해, 사람다운 사람으로 교육하는 교육의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 정상적인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간들이 지배하는 세상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종식시켜야 한다. 이들이 당하는 불행을 더 이상 보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