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정국 속 여객기 참사 더해져 ‘최악 연말’된 광주·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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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정국 속 여객기 참사 더해져 ‘최악 연말’된 광주·전남
가족 단위 관광객이 대부분
지인들 안부 묻고 뉴스 집중
2024년 12월 29일(일) 21:25
일요일 오전 광주·전남을 덮친 비극적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지역민들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가운데 유례가 없는 피해 규모에, 사망자 대부분이 광주·전남 거주자들로 직계 가족, 방계 가족, 친척, 지인 등이 일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문자, 메신저 등을 확인하거나 주변인들의 안부를 묻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거나 침울한 표정을 짓고 뉴스 속보에 눈을 고정시켰다.

제주항공은 지난 8일부터 무안국제공항에서 태국 방콕을 비롯해 일본 나가사키, 대만 타이베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제주 정기편이 운항에 들어갔다. 이를 계기로 주로 지역 여행사들이 중저가 관광상품을 구성해 판매에 들어갔다.

연말 추운 겨울을 벗어나 따듯한 날씨의 태국 방콕에서 휴가를 즐기려는 가족, 동료·친구 등의 단체 관광객들이 이 상품을 주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의 한 여행사에 따르면 이 관광상품은 12월 25일 저녁 8시 50분 무안국제공항을 출발해 3박5일간 파타야 수산시장, 황금불상 바위산, 요트투어, 파타야 야시장, 에메랄드 사원 등 관광지를 둘러보고 29일 새벽 1시 30분 태국 방콕을 출발해 이날 오전 8시 30분 무안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1인당 100만 원 내외의 경비에 항공료, 5성급 호텔, 식사, 차량, 여행자보험(2억원),한국인 가이드, 기사 및 가이드 팁 등이 포함되어 있다. 비교적 저렴하면서 상품 구성도 좋은데다 무엇보다 가까운 무안국제공항 출발·도착이라는 조건에 지역민들이 선호했다고 전해진다.

김모(여·52)씨는 “지난 27일 친구들과 무안국제공항을 통해 베트남을 다녀왔다”며 “여행 비용도 부담이 없고, 무엇보다 이동시간이 짧다는 매력 때문에 다녀왔는데, 이번 참사로 충격을 받아 다시는 무안국제공항에 못 갈 것 같다”고 토로했다.

먼 친척, 지인 등이 탑승객 명단에 포함된 경우 무안국제공항 현장을 주시하며 하루 종일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객기 선미에 탄 승무원 2명만 생존하고 나머지 179명 모두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방당국의 발표에는 한숨을 쉬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정모(55)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가 이번에 부부 동반으로 방콕에 간다고 하길래 잘 다녀오라고 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이렇게 한순간에 친한 사람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계엄에 따른 내란과 탄핵으로 어수선한 정국 속에 최악의 대참사가 더해지면서 2024년 연말은 광주·전남 지역민에게 기억하기조차 힘든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와 전남도,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전남도당 등은 시도민 애도기간을 별도로 지정, 송년회, 신년회 등을 취소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희생자 추모에 나설 예정이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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