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폭염에…문 닫혀 있는 무더위쉼터 ‘무용지물’
광주 무더위쉼터 둘러보니
1591곳 중 85%가 노인시설
상당수가 회원 위주로 운영
일반인 눈치 보이고 이용 어려워
쉼터 코앞 두고도 공원서 ‘헉헉’
광주시 냉방비 3억 지원하는데
공공성 취지 살려 접근성 높여야
1591곳 중 85%가 노인시설
상당수가 회원 위주로 운영
일반인 눈치 보이고 이용 어려워
쉼터 코앞 두고도 공원서 ‘헉헉’
광주시 냉방비 3억 지원하는데
공공성 취지 살려 접근성 높여야
![]()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광주시 북구 우산동 한 경로당의 문이 지난 9일 오전 11시께 잠겨있다. |
살인적인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마련된 광주지역 ‘무더위 쉼터’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무더위 쉼터의 문은 닫혀 있고 광주지역 전체 85%에 달하는 무더위 쉼터가 경로당이어서 회원제로 운영되는 탓에 시민의 발길이 닿을 수 없다.
12일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광주 지역 내 무더위 쉼터는 1591곳에 달한다. 경로당 등 노인시설이 85%(1345곳)를 차지해 가장 많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광주지역 노인시설 10곳을 돌아본 결과 4곳만 출입이 가능했다. 그나마 2곳은 경로당 회원만 이용이 가능했다.
경로당 관리인이 자리를 비우면서 문을 잠그는 바람에 쉼터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시민도 눈에 띄였다.
실제 지난 9일 오전 11시께 광주시 북구 우산동 한 공원 밴치에는 20여명의 어르신들이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얼음물까지 챙겨온 어르신도 있었지만 33도까지 치솟은 찜통더위에 어느새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불과 300여m 떨어진 곳에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이 있었지만 대다수가 이곳이 아닌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어르신들은 “경로당은 아는 사람만 가지 아무나 못 들어간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취재진이 찾아간 경로당은 문이 잠겨있었다. 관리인 연락처조차 적혀있지 않아 푹푹 찌는 날씨에 쉼터를 찾았던 이들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 경로당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탓에 경로당 관리자가 자리를 비우면서 문을 잠궈 둔 것이다. 주민센터나 금융센터도 무더위 쉼터로 지정돼 있지만 많은 사람이 오가기 때문에 편히 쉴수 없어 시민들이 이용을 꺼리고 있다.
김모씨(여·87)는 “경로당은 언제 열려있는지도 모르겠고, 들어가면 원래 다니는 사람들이 ‘왜 왔냐’고 한다”며 “은행을 이용하는 것도 잠깐이지 마음이 편치 않아 그냥 그늘에서 쉰다”고 말했다.
광주시 북구 문흥동의 한 경로당은 앞 문은 잠궈두고 뒷문만 열어둬 구조를 모르는 일반인들은 이용하기 어려웠다.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노인시설 중 1002곳은 회원만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회원이 아닌 이들은 코 앞에 무더위쉼터를 두고도 땡볕에서 쉬어야했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정부는 무더위 쉼터에 대해 국민재난안전포털과 안전디딤돌 앱을 통해 누구나 이용가능한 시설과 회원만 이용가능한 시설로 구분해 표시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광주지역 343곳은 누구나 이용 가능한 시설이지만, 아파트 내부에 설치된 곳도 있어 관계자가 아니면 이용이 어려웠다. 아예 문이 잠겨 있는 경우도 있었다.
남구 방림동의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한 경로당은 누구나 이용이 가능한 시설로 지정 돼 있었지만, 운영하지 않은 듯 문 앞에는 신문과 각종 우편물이 잔뜩 쌓여 있었다.
동구 산수동의 누구나 이용가능한 무더위쉼터 경로당의 경우 문이 잠겨 있었고 인근 주민들은 “오후 2시가 넘여야 문이 열린다”고 말했다.
결국 1000 여 곳의 무더위 쉼터가 지정돼 있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기후취약계층만 더 힘들어 지고 있다.
하지만 무더위쉼터 관리책임자들은 관리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경로당 관계자는 “경로당 회원이 아니라도 누구나 쉼터를 이용할 수 있다”면서도 “노숙자나 술 취한 사람들이 들어와 화장실 등을 더럽게 쓰는 경우가 있어 관리자가 없으면 문을 잠궈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실효적 대책을 주문한다.
변원섭 참여자치21 정책위원장은 “무더위쉼터 대부분이 회원들만 이용가능한 경로당인 것은 행정편의주의의 결과”라면서 “폭염 취약계층이 어디든 편하게 쉬어갈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책을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올해 3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무더위쉼터 한 곳당 35만원의 냉방비를 지원하고 냉방비 외에 관리비·전기료 등 유지보수비도 일부 지원한다. 또 광주시는 광주지역 열대야가 이어짐에 따라 무더위쉼터 운영 시간을 기존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에서 평일과 공휴일을 포함해 밤 9까지로 연장 운영할 것을 권고했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일부 무더위 쉼터의 문은 닫혀 있고 광주지역 전체 85%에 달하는 무더위 쉼터가 경로당이어서 회원제로 운영되는 탓에 시민의 발길이 닿을 수 없다.
12일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광주 지역 내 무더위 쉼터는 1591곳에 달한다. 경로당 등 노인시설이 85%(1345곳)를 차지해 가장 많다.
경로당 관리인이 자리를 비우면서 문을 잠그는 바람에 쉼터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시민도 눈에 띄였다.
![]() 최고기온이 33를 웃돈 이날 300여m 떨어진 공원 벤치에는 어르신들이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
어르신들은 “경로당은 아는 사람만 가지 아무나 못 들어간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취재진이 찾아간 경로당은 문이 잠겨있었다. 관리인 연락처조차 적혀있지 않아 푹푹 찌는 날씨에 쉼터를 찾았던 이들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 경로당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탓에 경로당 관리자가 자리를 비우면서 문을 잠궈 둔 것이다. 주민센터나 금융센터도 무더위 쉼터로 지정돼 있지만 많은 사람이 오가기 때문에 편히 쉴수 없어 시민들이 이용을 꺼리고 있다.
김모씨(여·87)는 “경로당은 언제 열려있는지도 모르겠고, 들어가면 원래 다니는 사람들이 ‘왜 왔냐’고 한다”며 “은행을 이용하는 것도 잠깐이지 마음이 편치 않아 그냥 그늘에서 쉰다”고 말했다.
광주시 북구 문흥동의 한 경로당은 앞 문은 잠궈두고 뒷문만 열어둬 구조를 모르는 일반인들은 이용하기 어려웠다.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노인시설 중 1002곳은 회원만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회원이 아닌 이들은 코 앞에 무더위쉼터를 두고도 땡볕에서 쉬어야했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정부는 무더위 쉼터에 대해 국민재난안전포털과 안전디딤돌 앱을 통해 누구나 이용가능한 시설과 회원만 이용가능한 시설로 구분해 표시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광주지역 343곳은 누구나 이용 가능한 시설이지만, 아파트 내부에 설치된 곳도 있어 관계자가 아니면 이용이 어려웠다. 아예 문이 잠겨 있는 경우도 있었다.
남구 방림동의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한 경로당은 누구나 이용이 가능한 시설로 지정 돼 있었지만, 운영하지 않은 듯 문 앞에는 신문과 각종 우편물이 잔뜩 쌓여 있었다.
동구 산수동의 누구나 이용가능한 무더위쉼터 경로당의 경우 문이 잠겨 있었고 인근 주민들은 “오후 2시가 넘여야 문이 열린다”고 말했다.
결국 1000 여 곳의 무더위 쉼터가 지정돼 있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기후취약계층만 더 힘들어 지고 있다.
하지만 무더위쉼터 관리책임자들은 관리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경로당 관계자는 “경로당 회원이 아니라도 누구나 쉼터를 이용할 수 있다”면서도 “노숙자나 술 취한 사람들이 들어와 화장실 등을 더럽게 쓰는 경우가 있어 관리자가 없으면 문을 잠궈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실효적 대책을 주문한다.
변원섭 참여자치21 정책위원장은 “무더위쉼터 대부분이 회원들만 이용가능한 경로당인 것은 행정편의주의의 결과”라면서 “폭염 취약계층이 어디든 편하게 쉬어갈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책을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올해 3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무더위쉼터 한 곳당 35만원의 냉방비를 지원하고 냉방비 외에 관리비·전기료 등 유지보수비도 일부 지원한다. 또 광주시는 광주지역 열대야가 이어짐에 따라 무더위쉼터 운영 시간을 기존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에서 평일과 공휴일을 포함해 밤 9까지로 연장 운영할 것을 권고했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