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하모니 10년’
알레지오 오케스트라 창단 10주년
직장인·클래식 전공자 단원 76명
정착까지 산전수전…열정으로 극복
자선음악회 등 연주회 활동 다채
다음달 광주예술의전당 기념음악회
직장인·클래식 전공자 단원 76명
정착까지 산전수전…열정으로 극복
자선음악회 등 연주회 활동 다채
다음달 광주예술의전당 기념음악회
![]() 지난해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진행한 제10회 정기연주회 모습. <알레지오 오케스트라 제공> |
부침개를 뒤집던 주부가 바이올린을 켠다. 의대에서 강의하던 교수는 펜을 놓고 활을 든다. 이렇듯 본업을 하며 예술활동을 하는 이들은 존재 자체로 새로운 것에 도전할 용기를 주곤 한다.
다양한 직업인과 클래식 전공자 76명이 조화를 이루는 ‘알레지오 오케스트라(단장 김시환)’가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창단 당시만 해도 전공·비전공자가 한 마음으로 ‘클래식 10년사 기적’을 쓸 수 있을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오케스트라 활동 경력이 있는 예술가 및 시립예술단원 등 전공자 외에도 다수의 비전공자들이 한데 섞여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한팀이 돼 의미있는 앙상블을 이뤘다. 비전공자들도 ‘객원 단원’에 머무르지 않고 정규 단원으로 편성이 됐다는 것은 어느 정도 실력을 갖췄다는 것을 방증한다.
“팀명 ‘알레지오(Allegio)’는 셈여림 중 빠르게를 뜻하는 알레그로(Allegro)와 느린 의미를 지닌 아다지오(Adagio)를 합성한 조어입니다. 저마다 음악적 템포가 다른 이들이 하나가 돼, ‘우리만의 속도를 찾아가자’는 목표를 담았죠.”
광주시립교향악단 및 전남대 의과대 관현악반 등에서 활동하는 김시환 예술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예술 현장을 누비며 전공자 못지않게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느꼈다. 오케스트라 창단에 앞장을 선 것은 그러한 이유와 무관치 않다.
이들 오케스트라는 소리에 민감한 바이올린은 물론 비올라, 첼로 등 현악기가 주가 된다. 자연히 치열한 연습을 하지 않고서는 팀이 존립될 수 없다.
김 예술감독은 “정식으로 음악을 배운 적 없는 단원의 경우 처음에는 미흡할 수 있어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실력이 향상되기도 한다”며 “‘악기 연주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그 자체’가 예술적 재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팀을 유지하며 직면했던 ‘위기의 순간들’도 있었다. 팬데믹 기간인 2020년에는 정기연주회가 무산되기도 했다. “당시 소규모 앙상블이나마 편성해 작은 공연을 이어가며 일상 회복을 기다렸다”는 말에서 저간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해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진행한 ‘제10회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이번 창단연주회 등이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알레지오는 매년 화순전대병원에서 환우들을 위한 자선 음악회를 통해 지역민에게 ‘치유’의 시간을 선사했다. 올해는 ‘유닛 앙상블 연주’, ‘초보자를 위한 협주곡의 밤’, ‘클래식과 팝의 만남’ 등을 주제로 한 연주회를 기획할 만큼 의욕적이다.
이 같은 다양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의 시간은 녹록지 않은 경험들로 가득하다.
그는 “현재 연습실에 정착하기까지 단원들과 함께 여러 장소들을 전전했던 기억이 남아있다”며 “종일 제습기를 가동해도 악기에 곰팡이가 피던 지하실 등에서 간신히 연습한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단원 중 ‘영아티스트’인 박우언, 김동건, 천세원 등 7명의 ‘클래식 주니어’는 주목할 만하다. 주니어 예술가들의 육성은 최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 폐관 예정과 맞물려 지역 신인 등용문인 ‘금호주니어콘서트’도 중단된 상황이기에 더더욱 의미가 있다. “영 아티스트들에게 음악을 접하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제공하고 싶어 주니어들을 단원으로 꼭 포함시키고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
한편 이들은 오는 4월 13일 오후 7시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알레지오 오케스트라 창단 10주년 기념음악회’를 연다. 발트로 이펠의 ‘벨라보카 폴카’, 존 루터 곡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헨델 소나타 Op.2 8번 G 단조’ 등을 첼로로 감상할 수 있다. ‘4대의 바이올린과 스트링 오케스트라를 위한 비발디 협주곡 10번 RV580 Op.3’, ‘말러 교향곡 5번’ 등 현악 합주도 레퍼토리에 있다.
전남대 음악학·석사 과정에서 공부한 박지연과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최성은을 비롯해 목포대 음악학 및 음악교육학 석사과정을 마친 김예령, 전남대 음악학과에 재학 중인 이강민이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이어 광주 유일 반도네오니스트 김국주가 피아졸라의 ‘망각’, ‘사랑하는 아버지’ 등을 들려주는 시간도 마련된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다양한 직업인과 클래식 전공자 76명이 조화를 이루는 ‘알레지오 오케스트라(단장 김시환)’가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창단 당시만 해도 전공·비전공자가 한 마음으로 ‘클래식 10년사 기적’을 쓸 수 있을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오케스트라 활동 경력이 있는 예술가 및 시립예술단원 등 전공자 외에도 다수의 비전공자들이 한데 섞여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한팀이 돼 의미있는 앙상블을 이뤘다. 비전공자들도 ‘객원 단원’에 머무르지 않고 정규 단원으로 편성이 됐다는 것은 어느 정도 실력을 갖췄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들 오케스트라는 소리에 민감한 바이올린은 물론 비올라, 첼로 등 현악기가 주가 된다. 자연히 치열한 연습을 하지 않고서는 팀이 존립될 수 없다.
김 예술감독은 “정식으로 음악을 배운 적 없는 단원의 경우 처음에는 미흡할 수 있어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실력이 향상되기도 한다”며 “‘악기 연주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그 자체’가 예술적 재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팀을 유지하며 직면했던 ‘위기의 순간들’도 있었다. 팬데믹 기간인 2020년에는 정기연주회가 무산되기도 했다. “당시 소규모 앙상블이나마 편성해 작은 공연을 이어가며 일상 회복을 기다렸다”는 말에서 저간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해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진행한 ‘제10회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이번 창단연주회 등이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알레지오는 매년 화순전대병원에서 환우들을 위한 자선 음악회를 통해 지역민에게 ‘치유’의 시간을 선사했다. 올해는 ‘유닛 앙상블 연주’, ‘초보자를 위한 협주곡의 밤’, ‘클래식과 팝의 만남’ 등을 주제로 한 연주회를 기획할 만큼 의욕적이다.
이 같은 다양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의 시간은 녹록지 않은 경험들로 가득하다.
그는 “현재 연습실에 정착하기까지 단원들과 함께 여러 장소들을 전전했던 기억이 남아있다”며 “종일 제습기를 가동해도 악기에 곰팡이가 피던 지하실 등에서 간신히 연습한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단원 중 ‘영아티스트’인 박우언, 김동건, 천세원 등 7명의 ‘클래식 주니어’는 주목할 만하다. 주니어 예술가들의 육성은 최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 폐관 예정과 맞물려 지역 신인 등용문인 ‘금호주니어콘서트’도 중단된 상황이기에 더더욱 의미가 있다. “영 아티스트들에게 음악을 접하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제공하고 싶어 주니어들을 단원으로 꼭 포함시키고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
한편 이들은 오는 4월 13일 오후 7시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알레지오 오케스트라 창단 10주년 기념음악회’를 연다. 발트로 이펠의 ‘벨라보카 폴카’, 존 루터 곡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헨델 소나타 Op.2 8번 G 단조’ 등을 첼로로 감상할 수 있다. ‘4대의 바이올린과 스트링 오케스트라를 위한 비발디 협주곡 10번 RV580 Op.3’, ‘말러 교향곡 5번’ 등 현악 합주도 레퍼토리에 있다.
전남대 음악학·석사 과정에서 공부한 박지연과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최성은을 비롯해 목포대 음악학 및 음악교육학 석사과정을 마친 김예령, 전남대 음악학과에 재학 중인 이강민이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이어 광주 유일 반도네오니스트 김국주가 피아졸라의 ‘망각’, ‘사랑하는 아버지’ 등을 들려주는 시간도 마련된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