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의 원조는 비색의 고려 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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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의 원조는 비색의 고려 청자”
보성출신 정찬주 작가 강진청자 모티브 장편 ‘개달음의 빛, 청자’ 펴내
강진 홈피에 연재...신라 말부터 고려 배경, 지역 토속어 말맛도 쏠쏠
2024년 03월 10일(일) 17:50
흔히 K-컬처하면 대중문화를 생각하기 십상이다. 가요, 영화, 드라마 등의 파급력과 확장력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K-컬처가 대중문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유구한 역사 속에 깃든 K-컬처가 있는데, 보성 출신 정찬주 소설가는 ‘고려청자’를 K-컬처의 원조라고 본다. 신비한 비색이 감도는 고려청자는 고려를 넘어 세계인의 미적 감수성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산문집 ‘마지막 스승 법정스님’을 펴냈던 정 작가가 고려청자를 모티브로 한 장편소설을 펴냈다. 2권으로 발간된 ‘깨달음의 빛, 청자’(불광출판사)는 1천년 전 탄생한 강진의 비색청자의 흥망성쇠를 서사화했다.

산문집 ‘마지막 스승 법정스님’이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작가와의 통화는 일상의 대화처럼 느껴졌다. “오랜 기간 준비했던 소설”이라는 첫 마디에서 ‘천상 소설가이구나’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는 지난 2002년 화순 계당산 자락에 산방 이불재를 짓고 매년 정진하듯 작품을 써내고 있다.

정찬주 소설가
정 작가는 “10여 년 전 다산 정약용의 유배를 모티브로 한 소설 ‘다산의 사랑’을 쓰면서 강진을 곧잘 오고갔는데 그때 자연스럽게 강진청자의 역사를 접했다”며 “당시 강진청자야말로 K-컬처의 원조이자 한류의 시초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K-컬처의 원조이자 한류의 시초’라는 것은 중국 남송의 선비 태평노인의 ‘수중금’(袖中錦)이라는 책에서도 찾을 수 있다”며 “‘수중금’의 ‘천하제일’ 편에는 청자는 고려비색, 벼루는 단계의 벼루, 백자는 정요의 백자 등을 꼽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책은 작가가 강진군 홈페이지에 연재한 ‘깨달음의 빛, 청자’를 엮은 것이다. 당시 시대 배경은 물론 청자의 흥망성쇠 등을 강진, 탐진 등을 중심으로 역동적으로 풀어냈다.

그는 “소설은 신라 말기부터 고려시대까지를 아우르고 있는데 1권은 당나라 월주청자 기술을 탐진으로 가져온 ‘청자의 대부’ 장보고가 주인공”이며 “2권은 이름 없는 도공들이 만든 다채로운 청자들이다”고 밝혔다.

1권에서는 장보고가 월주청자 기술을 탐진으로 가져오기까지의 과정, 이후 신라에 돌아와 청해진을 설치하는 일련의 서사가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2권에서는 고려 도공들의 청자가 최씨 무신 집권기 통치자금과 연계돼 수요가 늘게 된 사연 등을 다룬다. 또한 탐진도공들이 청자상감항아리 등을 비롯해 청자문화를 꽃 피우게 된 내력 등도 담고 있다.

작가는 이번 소설을 쓰는 동안 가끔씩 강진 장터 등에 나가 지역 향토 방언을 수집 했다. 작품 속에 녹여낸 지역말들은 하나하나 음미해 보면 정겹기 그지없고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작가가 하나의 사례로 든 ‘자떼바떼하다’는 ‘쉽게 응하지 않다’라는 뜻을 지닌 지역 토속어다. 또한 ‘꾸중하다’의 토속어인 ‘머락하다’, ‘모질다’의 의미를 담은 ‘모지락시롭다’, ‘지긋지긋하다’를 뜻하는 ‘송신나다’라는 방언은 소설을 읽는 맛을 더해준다.

이경철 문학평론가는 “‘불이 불을 태워야만’ 한다는 대목에선 우리민족 고유의 단련법을 떠오르게 한다”며 “선악(善惡)의 이분법에 갇힌 자신을 태워야만이 진정한 깨우침과 두루 어우러지는 대동세상을 열 수 있다는, 저 산동반도를 거쳐 해 뜨는 곳을 향해 내려온 해의 족속인 우리 민족 고유의 혼이 청자를 낳았다는 것을 작품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고 평한다.

한편 정 작가는 1983년 ‘한국문학’ 신인사으로 등단했으며 장편 ‘아소까대왕’, ‘산은 산 물은 물’, ‘소설 무소유’, ‘이순신의 7년’ 등을 펴냈 샘터사 재직 시절 법정스님 책을 만들면서 스님의 각별한 제자가 됐고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의 ‘무염’(無染)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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