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거리’로 살펴보는 삶의 다양한 모습들
  전체메뉴
‘관계’와 ‘거리’로 살펴보는 삶의 다양한 모습들
광주 출신 이진 소설가 네번째 소설집 ‘소설의 유령’ 펴내
2023년 12월 19일(화) 15:00
“물처럼 흘려보낸들 어땠으리? 바람처럼 날려 보낸들 또 어댔으리?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도 섭섭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아니, 그런 물이나 그런 바람에 대해 알게 뭐람? 출발한 적이 없는데 다다를 곳이 있을 게 뭐람? 발신자가 없는데 수신자가 생겨날 까닭이 뭐람?”

이진 소설가의 말이다. 이 작가가 네 번째 소설집을 발간하면서 화두처럼 던질 말은 한번쯤 소설을 쓰는 이유와 작가의 존재 방식을 생각하게 한다.

‘소설의 유령’이라는 작품집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작가는 어쩌면 ‘유령’일 수도 있는 소설을 붙잡고 여전히 사투를 벌이고 있다.

작가의 창작에 대한 열망은 어린 시절의 꿈을 쫓아 오늘에 이른 것이다. 대학에서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보건직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문학의 길로 입문했다. 뒤늦게 대학원에 입문해 문예창작학으로 석사학위를, 국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만 봐도 문학에 대한 열망이 어떠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소설집에는 ‘소설의 유령을 위한 습작’, ‘초록 알람’, ‘은행나무 협주곡’ 등 모두 9개의 작품이 실려 있다. 소설은 대체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거리 등을 다룬 작품이 주를 이룬다. 아마도 작가에게 ‘관계’나 ‘거리’는 ‘유령’으로 치부되는 어떤 것인지 모른다.

방승호 문학평론가는 이번 작품집에 대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읽히는 마음의 거리, 그 둘의 경계를 오가는 대화를 통해 이진은 갈등에서 갈증으로 이어지는 내면의 기류를 표면으로 꺼낸다”고 평한다.

이진 소설가
소설 ‘코로나 시대의 싱글 라이프’는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삶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외견상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정작 안의 서사는 과거의 주인공이 직면해야 했던 불편한 시간들을 초점화한다.

어머니를 떠나보내야 했던 일, 유산, 이혼 등 주인공이 헤쳐와야 했던 시간들은 상실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화자는 상처받고 희생당한 주인공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묵시적으로 묻는다. 그것은 ‘늦은 애도이기 전에 돌봄’이 아닐까.

방승호 평론가는 “이진의 서사에서 돌봄이란 돌(아)봄의 다른 말이다. 여기에 이진 소설의 힘이 있고, 그의 사랑이 새롭게 움트고 있다”며 “소설과 우주는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아니, 당신 역시 하나의 우주라는 진실”이라고 말한다.

한편 광주 출신 이진 작가는 현재 인문학 강의와 문학 연구 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창’, ‘꽁지를 위한 방법서설’ 등의 소설집과 장편 ‘하늘꽃 한송이, 너는’, ‘허균, 불의 향기’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