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여성 아니라 ‘경력보유 여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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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 여성 아니라 ‘경력보유 여성’ 입니다”
‘명함없는 여자들’ 전시 기획 강인영 인스턴트 아트 대표
‘경보녀’ 5명 에세이·회화·캘리그래피 등으로 풀어내
“가사노동, 경력으로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 조성되길”
2023년 12월 13일(수) 21:45
‘명함없는 여자들’전에 참여한 조보배·강민경·배초희·이지은·강인영·이국영씨(왼쪽부터). <인스턴트 아트 제공>
이른바 ‘명함없는 여자들’이 뭉쳐 사회에 명함을 내밀고 나섰다. 아마추어 작가 5명(강민경·배초희·이국영·이지은·조보배)은 지난 2~9일 순천 인스턴트 공간(순천만정원로 76)에서 전시 ‘명함없는 여자들’을 열고 여성들의 노동에 대한 이야기장을 펼쳤다.

경력단절 여성(이하 경단녀)은 임신출산, 육아, 자녀교육, 가족돌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 둔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난해 4월 기준 15~54세 기혼여성은 810만 3000명이며 이중 경단녀 비율은 전체 17.2%(139만 7000명)에 달한다.

이들은 육아와 가사노동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을 멈춰야 했던 경단녀들의 이야기를 에세이, 설치미술, 회화, 캘리그래피 등 다양한 형태로 풀어냈다.

전시에서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엄마세대’의 경력증명서. 작가들은 각자 엄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들의 (비)경제적 활동을 인정하는 경력증명서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닳을 대로 닳은 밤칼, 여러 세대를 거쳐 손때 묻은 포대기, 여전히 분유냄새가 밴 배냇저고리와 그시절 칼주름을 책임지던 무쇠다리미 등 오브제를 전시해 엄마들의 삶에 얽힌 이야기와 가사노동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전시를 기획한 강인영 인스턴트 아트 대표는 심리적으로 위축된 경력 보유 여성들에게 재취업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경력보유 여성 5명을 모았다. 문화·예술에 접점이 없던 ‘초짜’ 작가들을 섭외한 이유도 이들에게 숨어있는 경력을 발견하기 위함이었다.

이번 전시로 첫 ‘작가 타이틀’을 단 이국영씨는 “경단녀들에게 힘을 주고자 시작한 전시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며 “다른 여성들과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며 힘을 얻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에세이를 선보인 강민경 작가는 “이번 전시는 작가들 스스로에게도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능력과 경력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경제적 경제활동으로 치부되던 여성들의 가사노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며 이번 전시가 그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여성의 가사노동이 경력으로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같이 연대하고 힘을 모아야죠.”(이국영)

/이유빈 기자 lyb54@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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