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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살린 ART 투어리즘 선진현장을 가다 <6> 강원도 강릉 & 양구
자연과 하나되는 예술…휴식을 위한 여행을 그리다
#강릉 하슬라 아트월드
#양구 군립 박수근미술관
2023년 10월 24일(화) 18:50
지난 2003년 강릉시 괘방산 기슭에 들어선 하슬라 아트월드는 매년 전국에서 40여 만 명이 다녀가는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잡고 있다. 동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하슬라 아트월드 전경.
빼어난 자연 경관을 지닌 강원도는 웰니스 관광의 최적지다. ‘웰빙(well-being)’에 ‘행복(happiness)’과 ‘건강(fitness)’을 합친 웰니스 관광은 여행을 통해 정신적 안정과 신체적인 건강의 조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트렌드다.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주요 관광지점 입장객 통계’는 강원 관광의 색깔을 잘 보여준다. 지난 2021년 강원도의 누적 관광객 1위 관광지는 125만 3604명이 찾는 설악산 국립공원이었고, 양양 낙산사(105만9,950명)와 춘천 남이섬유원지(103만3,645명)이 그 뒤를 이었다.

강원도를 찾은 관광객 10명 중 4명(40%)이 자연 풍경 감상을 선호했고, 휴식을 위한 여행, 식도락 여행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휴식을 위한 여행으로 강원도의 유명 미술관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원주 뮤지엄산(광주일보 10월 5일자)을 비롯해 강릉의 하슬라 아트월드, 양구군의 박수근미술관이 대표적인 곳이다.

피노키오 박물관으로 연결되는 동굴 모형의 통로.
#하슬라 아트월드

20년 전만해도 강릉의 제1 명소는 해돋이를 즐길 수 있는 정동진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3년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자연과 사람, 예술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종합예술공간을 내건 하슬라 아트월드가 개관하면서 강릉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강릉시내에서 동해바다로 향하는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괘방산 기슭에 자리한 하슬라 아트월드가 눈에 들어온다. 신라시대 강릉의 옛 지명인 ‘하슬라’에서 이름을 딴 하슬라 아트월드는 국내에서 손에 꼽을 만큼 독보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그도 그럴것이 3만 여 평에 이르는 언덕에는 현대미술관, 소나무정원, 하늘 전망대, 피노키오 박물관, 뮤지엄 호텔 등이 펼쳐져 있다. 예술가 부부인 박신정 대표와 남편 최옥영(강릉원주대)교수가 야산이었던 이 곳을 자연과 예술이 가득한 문화벨트로 가꿔 강릉을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키워냈다. 지난 2017년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에도 피노키오 박물관과 야외조각공원이 소개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연간 40여 만 명이 다녀가고 있다.

하슬라 아트월드에 들어서면 동해바다를 품고 있는 바다전망대가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파도를 형상화 한 은빛 조형물 너머로 드넓은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트이게 한다. 매표소를 지나 본관 건물 1층으로 내려가면 현대미술관 1관으로 이어진다. 빨간 노끈을 천장에서 바닥까지 팽팽하게 묶은 조각가 최 교수의 설치작품 ‘RED’가 인상적이다.

4개의 설치미술 작품으로 꾸며진 현대미술 2관은 피노키오 박물관으로 연결된다. 피노키오 박물관으로 향하는 동굴 모형의 원형 통로가 흥미롭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설레임을 갖게 한다. 피노키오가 고래 배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형상화한 것으로 빨강, 파랑 등 형형색색 움직이는 조명이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건물 뒤편으로 펼쳐진 10만9천㎡ 규모의 조각공원도 필수 코스다. 조각공원 내 바다의 정원에 놓인 빌렌도르프 비너스상은 바다의 풍요와 다산을 상징한다. 특히 공원 곳곳에 놓인 설치·조각 작품이 초록빛 숲과 푸른 바다, 그리고 하늘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드넓은 조각공원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온 후에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들러 잠시 쉬어갈 수 도 있다.

하슬라 아트월드 홍보담당 이남일씨는 “회화, 설치, 조각,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을 한자리에 감상할 수 있어 매년 관람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면서 “미술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뮤지엄 호텔은 자연속에서 예술로 힐링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박수근미술관 전시장 내부 모습.
#양구 군립 박수근미술관

인제군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달려 양구군 박수근로에 들어서면 거대한 동상이 방문객을 맞는다. 마을의 길목을 지키고 있는 듯한 ‘국민화가’ 박수근의 전신 동상이다. 주변의 5층 높이 아파트 외벽에도 그의 대표작인 ‘빨래터’ 등으로 장식돼 있다.

박수근 화백의 삶과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군립 ‘박수근미술관’(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 265-15)은 이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양구군이 21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1만8480㎡의 박 화백 생가 터에 2층 건물로 건립한 미술관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작품’이다.

지난 2002년 10월 25일 문을 연 미술관은 독특한 건축물에 비해 유화가 한 점도 없는 ‘무늬만 박수근 미술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군 단위로서는 3억 원의 작품 구입예산을 편성했지만 1점에 수억 원에 달하는 거장의 컬렉션을 소장하기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당시 개관식에 참석했던 박명자 갤러리현대 대표 등 유명인사들이 미술관의 딱한 사정을 접하고 텅빈 수장고를 채우기 위해 통큰 기증을 하게 됐다. 박명자 대표가 기증한 ‘굴비’(15 x 29cm·하드보드에 유채·1962년 작)는 미술관의 ‘체면’을 세워준 소장품 1호다. 박 대표의 기증 이후 조재진 회장이 ‘빈수레’(21x30cm·하드보드에 유채·1960년 작)를 쾌척하는 등 독지가들의 릴레이 기부와 양구군의 전폭적인 예산지원으로 10여 점에 달하는 유화를 소장하게 됐다. 여기에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이 ‘아기업은 소녀’ 등 유화 4점과 드로잉 13점을 기증한 덕분에 유화 작품 17점, 드로잉 작품 112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은 박수근미술관에게는 매우 특별한 해였다. ‘이건희 컬렉션’을 중심으로 기획한 ‘2021 아카이브 특별전-한가한 봄날, 고향으로 돌아온 아기업은 소녀’(5월6일~10월17일)전에 전국에서 2만 여명이 다녀가는 성황을 거둔 것이다. 접근성이 열악한 미술관의 입지조건을 감안하면 대박인 셈이다.

강원도 양구군이 1만8480㎡에 달하는 박수근 화백의 생가터에 공사비 21억 원을 들여 건립한 박수근미술관 전경.
또한 박수근미술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로컬 100(지역문화매력 100선)’에 선정돼 전국적인 브랜드로 부상하고 있다. 지역문화의 매력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역의 대표 유·무형 문화자원을 선정하는 ‘로컬 100’사업을 통해 코레일과 연계한 여행상품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색깔있는’ 미술관을 통해 지역의 미래를 바꾸어가고 있는 생생한 현장이 아닐 수 없다.

/강릉·양구=글·사진 박진현 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