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의 거목’ 이청준, 평전으로 만나다
평론가 이윤옥 ‘이청준 평전’ 펴내
육필초고·일기·최초발표본 등 분석
작고 15년만에 “삶·문학 복원”
표지화 담은 ‘행복한 동행’도 눈길
육필초고·일기·최초발표본 등 분석
작고 15년만에 “삶·문학 복원”
표지화 담은 ‘행복한 동행’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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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사의 거목을 꼽으라면 단연 미백(未白) 이청준(1939∼2008년)을 빼놓을 수 없다. 문학을 공부하거나 소설 창작을 업으로 삼는 이들 가운데 이청준의 자장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는 없을 만큼 그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이청준은 ‘당신들의 천국’을 비롯해 ‘서편제’, ‘병신과 머저리’, ‘소문의 벽’, ‘매잡이’, ‘선학동 나그네’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장흥이 낳은 한국문학의 거목 이청준. 최근 이청준 작고 15년 만에 평전이 발간돼 문학계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문학평론가 이윤옥이 펴낸 ‘이청준 평전’(문학과지성사)은 이청준의 삶과 문학을 글로 담아낸 것이다. 이 평론가는 이번 평전을 집필하기 위해 미백의 육필 초고를 비롯해 메모, 일기와 편지, 최초 발표본 등을 꼼꼼히 읽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지극히 평범한 내가 우리 소설사에 우뚝 선 크고 높은 산 이청준이 걸어간 길을 되짚으려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다. 어쩌다 보니 나는 그와 인연을 맺었고 약속을 했다”며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과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 나는 힘이 닿는 데까지 성실하게 그의 삶을 복원할 것이다”고 밝혔다.
저자는 이청준이 세상을 뜨기 3, 4개월 전 ‘평전을 쓰는 사람이 잊지 말아야 할 하나가 있다면?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돌아온 답이 의미심장하다.
“평전은 쓰는 사람과 대상이 겨루는 상상력의 싸움이다. 대상이 소설가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소설가는 작품으로 교묘히 자기합리화를 시도했을 테니까. 어떤 경우라도 쓰는 사람의 상상력이 대상의 상상력에 지면 안 된다. 그러면 그 평전은 실패하고 만다.”
이어서 이청준은 이렇게 덧붙인다. “부디 네 상상력이 내 상상력을 이겨서 내가 꾀한 모든 자기합리화를 벗겨 내 맨얼굴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이번 평전은 작가의 고향인 ‘장흥’,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의 ‘광주’, 대학 입학과 창작활동을 펼쳤던 ‘서울과 용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장흥 대덕면 진목리(현 회진면 진목리)에서 태어난 이청준은 광주서중, 광주일고를 거쳐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한다. 대학 재학 중에 단편 ‘퇴원’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단편 ‘병신과 머저리’로 제12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한다. ‘매잡이’로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신인상, 중편 ‘이어도’로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중편 ‘비화밀교’로 대한민국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책에는 가족사로부터 시작해 천재로 소문이 자자했던 유년, 서울대 재학시절과 이후 ‘사상계’에 취직하고 작가로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가던 시절 등이 담겨 있다.
또한 이청준의 동년배 문인들 흔히 ‘4·19 세대’라 칭하는 김승옥, 김현 등과의 인연 그리고 역사적 격변기였던 4·19와 5·16이 준 충격과 역사적 지평 등도 다루고 있다.
이밖에 평전에는 일화들도 적지 않게 담겨 있다. 저자는 이청준이 무엇보다 결벽에 가까울 만큼 자신에 대해 엄격했다고 한다. 그런 자기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 있었기에 이청준은 그만의 독특한 소설세계를 구축했을 것으로 본다.
그러면서 이 평론가는 “물론 나는 이청준이 자서전을 썼다면 내가 쓴 평전보다 더 자신에게 엄격했으리라 믿는다. 그는 평소 자기 잘못에 대해 다소 지나칠 만큼 견디기 어려워했기 때문이다”며 소회를 밝힌다.
한편 지난 2017년 이청준 전집 완간 기념 표지화 전시회 일환으로 발간된 ‘행복한 동행’(문학과지성사)에는 김병익, 김선두 등의 글을 비롯해 이청준 전집 발간 개요, 전집 소개에 관한 글이 수록돼 있다. 이 가운데 김병익 문학평론가(이청준기념사업회 초대회장)는 ‘이청준 문학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미백을 회고한다.
“질문하고 천착하며 인식하고 발견하는 진지하고 반성하는 작업을 통해 그는 진실과 사실을 분간하며 의미와 의의를 발견하고 품위와 격조를 존중하며 마침내 가장 근원적인 사랑과 화합을 당부하고 구원과 영원으로 초월하는 고답적인 정신의 소요를 보여준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이청준은 ‘당신들의 천국’을 비롯해 ‘서편제’, ‘병신과 머저리’, ‘소문의 벽’, ‘매잡이’, ‘선학동 나그네’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문학평론가 이윤옥이 펴낸 ‘이청준 평전’(문학과지성사)은 이청준의 삶과 문학을 글로 담아낸 것이다. 이 평론가는 이번 평전을 집필하기 위해 미백의 육필 초고를 비롯해 메모, 일기와 편지, 최초 발표본 등을 꼼꼼히 읽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지극히 평범한 내가 우리 소설사에 우뚝 선 크고 높은 산 이청준이 걸어간 길을 되짚으려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다. 어쩌다 보니 나는 그와 인연을 맺었고 약속을 했다”며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과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 나는 힘이 닿는 데까지 성실하게 그의 삶을 복원할 것이다”고 밝혔다.
“평전은 쓰는 사람과 대상이 겨루는 상상력의 싸움이다. 대상이 소설가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소설가는 작품으로 교묘히 자기합리화를 시도했을 테니까. 어떤 경우라도 쓰는 사람의 상상력이 대상의 상상력에 지면 안 된다. 그러면 그 평전은 실패하고 만다.”
이어서 이청준은 이렇게 덧붙인다. “부디 네 상상력이 내 상상력을 이겨서 내가 꾀한 모든 자기합리화를 벗겨 내 맨얼굴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이번 평전은 작가의 고향인 ‘장흥’,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의 ‘광주’, 대학 입학과 창작활동을 펼쳤던 ‘서울과 용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장흥 대덕면 진목리(현 회진면 진목리)에서 태어난 이청준은 광주서중, 광주일고를 거쳐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한다. 대학 재학 중에 단편 ‘퇴원’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단편 ‘병신과 머저리’로 제12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한다. ‘매잡이’로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신인상, 중편 ‘이어도’로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중편 ‘비화밀교’로 대한민국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 2017년 이청준 전집 완간 기념 표지화 전시회 일환으로 발간된 ‘행복한 동행’에 수록된 김선두 작 ‘서편제’와 ‘선학동 나그네’. |
또한 이청준의 동년배 문인들 흔히 ‘4·19 세대’라 칭하는 김승옥, 김현 등과의 인연 그리고 역사적 격변기였던 4·19와 5·16이 준 충격과 역사적 지평 등도 다루고 있다.
이밖에 평전에는 일화들도 적지 않게 담겨 있다. 저자는 이청준이 무엇보다 결벽에 가까울 만큼 자신에 대해 엄격했다고 한다. 그런 자기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 있었기에 이청준은 그만의 독특한 소설세계를 구축했을 것으로 본다.
그러면서 이 평론가는 “물론 나는 이청준이 자서전을 썼다면 내가 쓴 평전보다 더 자신에게 엄격했으리라 믿는다. 그는 평소 자기 잘못에 대해 다소 지나칠 만큼 견디기 어려워했기 때문이다”며 소회를 밝힌다.
한편 지난 2017년 이청준 전집 완간 기념 표지화 전시회 일환으로 발간된 ‘행복한 동행’(문학과지성사)에는 김병익, 김선두 등의 글을 비롯해 이청준 전집 발간 개요, 전집 소개에 관한 글이 수록돼 있다. 이 가운데 김병익 문학평론가(이청준기념사업회 초대회장)는 ‘이청준 문학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미백을 회고한다.
“질문하고 천착하며 인식하고 발견하는 진지하고 반성하는 작업을 통해 그는 진실과 사실을 분간하며 의미와 의의를 발견하고 품위와 격조를 존중하며 마침내 가장 근원적인 사랑과 화합을 당부하고 구원과 영원으로 초월하는 고답적인 정신의 소요를 보여준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