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예향] 광주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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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상 시대, 새로운 관광을 준비하고 있는 광주의 곳곳을 들여다본다. 2월은 호랑이 해 기상을 담은 칠석마을과 광주의 정이 넘치는 1913송정역시장, 겨울 밤하늘의 보석을 만날 수 있는 국립광주과학관 별빛천문대로 향한다.
호랑이해 기상으로 맞붙어보자
정월대보름 칠석마을 고싸움놀이축제
올해는 축제 연기… VR 4D 이색체험
15일은 한 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이다. 오곡밥·묵은 나물·부럼·귀밝이술 등을 먹으며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우리나라 명절이다.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광주 남구 칠석동에는 큰 마을 행사가 열렸다. 농사의 풍년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며 ‘고싸움’놀이를 펼쳐왔는데 삼한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민속놀이였다. 고싸움의 ‘고’는 새끼줄의 가닥을 길게 늘여 동그란 모양으로 맺은 것을 말하는데 두 개의 ‘고’가 서로 맞붙어서 싸움을 한다고 해서 ‘고싸움’이다.
칠석 고싸움놀이는 1969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참가해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문화재적 가치가 알려졌고 이듬해인 1970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되면서 국가적 차원의 보존과 전승, 문화자원 개발이 지원되기 시작했다. 지난 1983년부터는 매년 정월대보름 무렵에 고싸움놀이 축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는 2월 14일부터 20일까지 축제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축제가 시작되면 마을 주민과 관광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통놀이 체험, 당산제와 고싸움놀이 시연 등 본 행사를 볼 수 있다.
축제가 아니라도 ‘고싸움놀이 테마파크’에서 고싸움놀이를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전시관에서는 고싸움놀이 마스코트인 고동이·고순이가 홀로그램으로 당산제를 소개하고 고싸움을 자세히 알 수 있는 각종 자료가 전시돼 있다. VR체험관에서는 4D 안경을 쓰고 직접 고싸움에 참여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고싸움놀이 전수교육관 바로 옆에 위치한 은행나무는 칠석마을 사람들이 ‘할머니 당산나무’라 부르는데 매년 정월대보름 밤에 이곳에서 당산제를 지낸다. 마을의 거센 터를 누르기 위해 소의 고삐를 묶어 놓았다는 설이 전해오는 은행나무다. 광주시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됐으며 높이가 25m 전체 둘레가 13m로 나무의 수령은 800여 년으로 추정된다. 뒷산에는 할아버지 당산 소나무가 있다.
먹방여행의 성지 1913 송정역시장
110년 역사전통·현대 공존
젊은 감성으로 리모델링
여행의 최고 묘미는 역시 먹는 재미다. 제아무리 근사하고 멋진 관광지라도 요깃거리가 부실하면 발길이 뜸해질 수 밖에 없다. 맛집·카페 등을 찾아다니며 SNS에 업로드하는 젊은 세대가 많아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광주의 관문인 송정역에서 3분 거리에 자리한 ‘1913송정역시장’은 광주를 대표하는 ‘먹방 여행의 성지’로 불린다. 전통시장이지만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핫플레이스다. 젊은이들 사이에 꼭 가봐야 할 필수코스로 꼽히는 이곳은 110년의 역사를 간직한 재래시장이다. 송정역전매일시장으로 운영되다가 지난 2016년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통해 ‘1913송정역시장’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다. ‘1913’은 시장이 처음 시작됐던 해를 의미한다.
기존 점포 대신 젊은 상인들이 들어오고 아기자기하게 점포가 꾸며졌지만 100년 동안 시장을 지켜온 옛 상점의 모습을 남기고자 간판의 글씨, 가게 형태, 가게 색상 중 하나는 꼭 남겨두면서 건물 자체의 리모델링은 최소화시켰다. 오랜 세월 시장을 지켜왔던 기존 상인들과 새롭게 가세한 청년상인이 함께 성장하는 성공사례로 꼽힌다.
1913송정역시장은 먹을거리가 가득하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또아식빵’, ‘밀밭양조장’, ‘개미네방앗간’ 외에도 와플, 마카롱, 고로케, 과일청, 꿀타래, 손만두, 떡갈비, 양갱 전문점 등 없는 게 없다. 재미있는 사투리가 가득한 디자인용품점 ‘역서사소’는 이미 광주의 명소로 떠올랐고, 사주·타로 카페, 사막여우 비밀우체국 등 재미난 곳도 많아 광주 시민은 물론 외지인들에게도 적극 추천해 줄 수 있는 명소다. 날이 어두워진 저녁 시간의 야시장은 또 다른 멋을 뽐낸다.
반짝이는 시리우스를 찾아봐
국립광주과학관 별빛천문대…첨단장비로 별자리 관측
다른 계절에 비해 유난히 밤하늘의 별이 많이 보이는 겨울철. 밤하늘이 맑아 안드로메다은하와 오리온성운 등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은하와 성운이 있고, 오리온자리의 베텔기우스,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등 보석처럼 밝은 별들이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천문대를 찾는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은 때이기도 하다.
광주에서 별자리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은 국립광주과학관 별빛천문대다. 광주시 북구 오룡동에 자리한 별빛천문대는 국내 과학관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천체 관측 장비를 보유한 천문대로 꼽힌다. 지난 2020년 4월에 설치 완료된 1.2m 구경의 반사망원경 덕분이다. 국내 과학관의 망원경 중 가장 규모가 큰 망원경으로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천체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관측할 수 있다. 국립광주과학관에서는 매월 야간 천체관측 프로그램인 ‘별빛학교’와 ‘밤하늘 관측대장’을 진행한다.
별자리 관측을 위해 찾은 국립광주과학관의 또 다른 볼거리는 야외 광장에 세워진 세계 최대 수준의 키네틱아트 조형물 ‘스페이스 오딧세이’다. 설치미술가 손봉채 작가가 참여한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25m 규모로 지구자전축 만큼 기울어진 외발자전거의 형상으로 바퀴의 움직임과 함께 형형색색의 빛을 발해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한다.
뜨끈한 한 그릇의 위안
전골·우렁탕·곰탕과 생고기… 광주 국물 맛집 투어
광주시 동구 산수동에 자리한 곰탕 전문점 ‘고우고’는 오픈 2년만에 미식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국 방송까지 탄 진정한 곰탕 맛집이다. 100% 국내산 암소를 사용해 10시간 이상 푹 끓여낸 사골 곰탕의 뽀얀 국물은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랑한다. 곰탕 안에 들어간 부드러운 고기 한 점에 깍두기를 올려먹으면 한겨울 추위도 거뜬히 이겨낼수 있을 정도다. 2~3명이 찾을 땐 곰탕전골도 추천한다.
광주시 서구 농성동에 들어선 ‘장수나주곰탕’. 1972년 나주 금계동에서 어머니가 시작했던 장수식당의 50년 전통을 아들이 이어받아 최근 새롭게 오픈했다. 나주곰탕 특유의 맑은 국물에서 진한 감칠맛이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곰탕집에서는 수육만 먹을 수 있는데 비해 장수나주곰탕에서는 신선한 생고기와 육회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새롭게 개발한 수육무침은 나주곰탕과 함께 먹으면 좋다.
광주시 남구 지석동에 자리한 우렁탕 맛집 ‘초원식당’. 인근에 우렁이 된장국을 판매하는 식당이 더 있지만 미식가들의 원 픽(one pick)은 초원식당이다. 인근 나주와 함평 등지의 저수지와 둠벙에서 잡은 우렁이만 사용한다는데, 된장을 걸죽하게 풀어 끓인 우렁탕에는 우렁도 가득하다. 된장과 고춧가루만으로 양념을 하는데도 국물맛이 구수하고 얼큰해서 3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며 마을 술꾼들의 속을 풀어줬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광주일보DB
호랑이해 기상으로 맞붙어보자
정월대보름 칠석마을 고싸움놀이축제
15일은 한 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이다. 오곡밥·묵은 나물·부럼·귀밝이술 등을 먹으며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우리나라 명절이다.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광주 남구 칠석동에는 큰 마을 행사가 열렸다. 농사의 풍년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며 ‘고싸움’놀이를 펼쳐왔는데 삼한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민속놀이였다. 고싸움의 ‘고’는 새끼줄의 가닥을 길게 늘여 동그란 모양으로 맺은 것을 말하는데 두 개의 ‘고’가 서로 맞붙어서 싸움을 한다고 해서 ‘고싸움’이다.
올해는 2월 14일부터 20일까지 축제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축제가 시작되면 마을 주민과 관광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통놀이 체험, 당산제와 고싸움놀이 시연 등 본 행사를 볼 수 있다.
축제가 아니라도 ‘고싸움놀이 테마파크’에서 고싸움놀이를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전시관에서는 고싸움놀이 마스코트인 고동이·고순이가 홀로그램으로 당산제를 소개하고 고싸움을 자세히 알 수 있는 각종 자료가 전시돼 있다. VR체험관에서는 4D 안경을 쓰고 직접 고싸움에 참여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고싸움놀이 전수교육관 바로 옆에 위치한 은행나무는 칠석마을 사람들이 ‘할머니 당산나무’라 부르는데 매년 정월대보름 밤에 이곳에서 당산제를 지낸다. 마을의 거센 터를 누르기 위해 소의 고삐를 묶어 놓았다는 설이 전해오는 은행나무다. 광주시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됐으며 높이가 25m 전체 둘레가 13m로 나무의 수령은 800여 년으로 추정된다. 뒷산에는 할아버지 당산 소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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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 역사전통·현대 공존
젊은 감성으로 리모델링
여행의 최고 묘미는 역시 먹는 재미다. 제아무리 근사하고 멋진 관광지라도 요깃거리가 부실하면 발길이 뜸해질 수 밖에 없다. 맛집·카페 등을 찾아다니며 SNS에 업로드하는 젊은 세대가 많아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광주의 관문인 송정역에서 3분 거리에 자리한 ‘1913송정역시장’은 광주를 대표하는 ‘먹방 여행의 성지’로 불린다. 전통시장이지만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핫플레이스다. 젊은이들 사이에 꼭 가봐야 할 필수코스로 꼽히는 이곳은 110년의 역사를 간직한 재래시장이다. 송정역전매일시장으로 운영되다가 지난 2016년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통해 ‘1913송정역시장’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다. ‘1913’은 시장이 처음 시작됐던 해를 의미한다.
기존 점포 대신 젊은 상인들이 들어오고 아기자기하게 점포가 꾸며졌지만 100년 동안 시장을 지켜온 옛 상점의 모습을 남기고자 간판의 글씨, 가게 형태, 가게 색상 중 하나는 꼭 남겨두면서 건물 자체의 리모델링은 최소화시켰다. 오랜 세월 시장을 지켜왔던 기존 상인들과 새롭게 가세한 청년상인이 함께 성장하는 성공사례로 꼽힌다.
1913송정역시장은 먹을거리가 가득하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또아식빵’, ‘밀밭양조장’, ‘개미네방앗간’ 외에도 와플, 마카롱, 고로케, 과일청, 꿀타래, 손만두, 떡갈비, 양갱 전문점 등 없는 게 없다. 재미있는 사투리가 가득한 디자인용품점 ‘역서사소’는 이미 광주의 명소로 떠올랐고, 사주·타로 카페, 사막여우 비밀우체국 등 재미난 곳도 많아 광주 시민은 물론 외지인들에게도 적극 추천해 줄 수 있는 명소다. 날이 어두워진 저녁 시간의 야시장은 또 다른 멋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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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광주과학관 별빛천문대…첨단장비로 별자리 관측
다른 계절에 비해 유난히 밤하늘의 별이 많이 보이는 겨울철. 밤하늘이 맑아 안드로메다은하와 오리온성운 등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은하와 성운이 있고, 오리온자리의 베텔기우스,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등 보석처럼 밝은 별들이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천문대를 찾는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은 때이기도 하다.
광주에서 별자리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은 국립광주과학관 별빛천문대다. 광주시 북구 오룡동에 자리한 별빛천문대는 국내 과학관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천체 관측 장비를 보유한 천문대로 꼽힌다. 지난 2020년 4월에 설치 완료된 1.2m 구경의 반사망원경 덕분이다. 국내 과학관의 망원경 중 가장 규모가 큰 망원경으로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천체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관측할 수 있다. 국립광주과학관에서는 매월 야간 천체관측 프로그램인 ‘별빛학교’와 ‘밤하늘 관측대장’을 진행한다.
별자리 관측을 위해 찾은 국립광주과학관의 또 다른 볼거리는 야외 광장에 세워진 세계 최대 수준의 키네틱아트 조형물 ‘스페이스 오딧세이’다. 설치미술가 손봉채 작가가 참여한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25m 규모로 지구자전축 만큼 기울어진 외발자전거의 형상으로 바퀴의 움직임과 함께 형형색색의 빛을 발해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한다.
![]() ‘곰탕과 생고기’ |
전골·우렁탕·곰탕과 생고기… 광주 국물 맛집 투어
광주시 동구 산수동에 자리한 곰탕 전문점 ‘고우고’는 오픈 2년만에 미식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국 방송까지 탄 진정한 곰탕 맛집이다. 100% 국내산 암소를 사용해 10시간 이상 푹 끓여낸 사골 곰탕의 뽀얀 국물은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랑한다. 곰탕 안에 들어간 부드러운 고기 한 점에 깍두기를 올려먹으면 한겨울 추위도 거뜬히 이겨낼수 있을 정도다. 2~3명이 찾을 땐 곰탕전골도 추천한다.
광주시 서구 농성동에 들어선 ‘장수나주곰탕’. 1972년 나주 금계동에서 어머니가 시작했던 장수식당의 50년 전통을 아들이 이어받아 최근 새롭게 오픈했다. 나주곰탕 특유의 맑은 국물에서 진한 감칠맛이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곰탕집에서는 수육만 먹을 수 있는데 비해 장수나주곰탕에서는 신선한 생고기와 육회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새롭게 개발한 수육무침은 나주곰탕과 함께 먹으면 좋다.
광주시 남구 지석동에 자리한 우렁탕 맛집 ‘초원식당’. 인근에 우렁이 된장국을 판매하는 식당이 더 있지만 미식가들의 원 픽(one pick)은 초원식당이다. 인근 나주와 함평 등지의 저수지와 둠벙에서 잡은 우렁이만 사용한다는데, 된장을 걸죽하게 풀어 끓인 우렁탕에는 우렁도 가득하다. 된장과 고춧가루만으로 양념을 하는데도 국물맛이 구수하고 얼큰해서 3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며 마을 술꾼들의 속을 풀어줬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광주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