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들강변서 부르는 풀여치 시인의 풀잎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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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들강변서 부르는 풀여치 시인의 풀잎 노래
장흥 출신 김황흠 세 번째 시집
‘책장 사이에 귀뚜라미가…’ 펴내
2021년 12월 14일(화) 19:30
‘드들강에서 농사도 짓고 시도 짓는 시인’ 김황흠 시인을 일컫는 말이다.

시인은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쓴다. 농사일이나 시를 짓는 일이나 모두 생명과 관련돼 있다. 살아 있음을 노래하고 살아 있는 것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낸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과 하나 되지 않고는 그 무엇도 이룰 수 없다.

김황흠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책장 사이에 귀뚜라미가 산다’(문학들)를 펴냈다.

시인은 화순과 나주를 가로질러 영산강으로 흘러드는 드들강변에 산다. 드들강변은 일터이자 매일 걷는 산책로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발 딛고 선 농촌은 먼 시간 속 과거도, 다가오지 않을 미래도 아닌 바로 현재라는 시간위에 펼쳐져 있다.

“일하다 무릎을 다쳐 누웠는데/ 지구의 공전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낯선 별들이 떠 있는 우주 한가운데/ 들깨 알처럼 작은 내가/ 떠 있는 것 같다”

‘귀가 운다’라는 시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작고 사소한 것의 미덕, 나아가 자아를 내려놓은 하심과 겸손을 일깨운다. 마음으로 땀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아니고는 깨달을 수 없는 지고의 세계다.

물둑에 줄 지어 선 백로와 눈을 마주친 순간을 표현한 이미지는 아련하고 따숩다. “날마다 강변을 돌아다니는 내게/ 뭔 일 있냐고 묻는 것 같고”나 “이마를 쪼아버릴 듯 벼슬을 흔들어” 대는 ‘맨드라미 수탉’은 땅을 일구며 자연과 사는 이만이 느끼는 깨끗한 심상이다.

김 시인이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그만의 노래이며 절창이다. 시 구절 곳곳에서 겸손하고 외로운 그러나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이의 뒷모습이 읽히는 이유다.

이대흠 시인은 해설에서 “여리고 투명한 날개로 마른 풀잎 같은 노래를 쉴 새 없이 부른다. 이렇게 힘없고 외롭고 쓸쓸한 풀여치의 무대는 중앙도 아니고 높은 데도 아니다”며 “그런 풀여치 같은 시인이 김황흠 시인이다”고 명명한다.

한편 장흥 출신 김 시인은 2008년 ‘작가’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숫눈’, ‘건너가는 시간’과 시화집 ‘드들강 편지’를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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