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는 로봇, 노대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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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에 “어린 여자아이가 모험을 떠나 성장하는 짧은 이야기를 써줘”라는 명령어를 입력해보자. AI는 순식간에 ‘달빛 마을의 루나’라는 제목의 짧은 소설을 지어보인다. 작은 산골 마을에 사는 11살 소녀 루나가 마을의 은빛 샘이 말라버리자, 샘을 되살리기 위해 전설 속 달의 조각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익숙한 듯 낯선, 그리고 그럴듯한 이야기가 완성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단 몇 초. AI가 창작 영역에서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문학평론가이자 AI 교육 연구자인 노대원이 비평연구서 ‘소설 쓰는 로봇’을 펴냈다. AI, 포스트휴먼, 인류세를 중심으로 문학과 기술, 인간의 경계에 대해 사유한 책이다. 저자는 AI가 창작자의 영역을 위협하고 있다며 분개하는 대신, “문화와 산업 전반에 걸쳐 거대한 변화는 이미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러버덕 디버깅’. 개발자들이 코드를 짜다가 문제가 생기면 고무 오리 앞에서 자신의 문제를 설명한다고 한다. 그러면 스스로 해답을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SF소설가 김초엽은 인공지능과 글쓰기에 관해 토론하는 자리에서 ChatGPT도 소설가들에게 고무 오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AI는 창작자에게 새로운 창작 방식과 장르, 형식을 제공했으며, 이를 통해 문학은 더 폭넓고 다양한 관점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AI 기술이 이미 일상 깊숙이 들어온 지금, 중요한 것은 회피가 아니라 질문이다. 시대적 과제를 무작정 비난하기보단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 이를 어떻게 활용해나갈 것인지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AI 시대의 문학은 결국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물음에 대한 또 다른 접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학과지성사·1만7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러버덕 디버깅’. 개발자들이 코드를 짜다가 문제가 생기면 고무 오리 앞에서 자신의 문제를 설명한다고 한다. 그러면 스스로 해답을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SF소설가 김초엽은 인공지능과 글쓰기에 관해 토론하는 자리에서 ChatGPT도 소설가들에게 고무 오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AI는 창작자에게 새로운 창작 방식과 장르, 형식을 제공했으며, 이를 통해 문학은 더 폭넓고 다양한 관점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