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수 현대계획연구소장] 조직의 일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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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수 현대계획연구소장] 조직의 일관성
2021년 05월 31일(월) 08:00
‘1만 시간, 10년의 법칙’이 있다. 이 이론을 발표한 스웨덴의 스톡홀름대학교 에릭슨 교수는 음악 아카데미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세계적인 연주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최상급 학생들과 다음 단계인 상급 음악교사를 꿈꾸는 보통급 학생들의 차이에 관한 연구였다. 그 결과 4000시간 연습한 학생은 음악교사 수준, 8000시간 연습한 학생은 훌륭한 연주자 수준, 1만 시간 연습한 학생은 유명한 연주자가 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떤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성과와 성취에 도달하려면 최소 10년 정도는 집중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일관성은 꾸준함, 성실, 인내 등의 단어와 유사하다. 일관성은 처음과 끝이 같다는 뜻이다.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으로, 서로 신뢰하는 사회나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태도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

다만 예측 가능한 일관성이어야 한다. 신뢰의 근거가 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추진할 때 일관성 없이 수시로 바뀐다면 구성원들은 혼란에 빠지게 할 것이다. 미래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가 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두렵고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 이럴 때일수록 일관성의 언어로 구성원을 이끌어야 한다.

잘못된 고집이나 불통이 아니어야 한다. 잘못된 일관성은 조직을 망가뜨린다. 일관성이란 긍정적이고 조직에 유익한 방향을 의미하는 것으로, 반복적으로 철학과 신념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을 말한다. 조직을 이끌어 감에 있어 어떤 원칙에 대해 바꾸지 않는 태도를 의미한다. 구성원들은 조직의 일관성 있는 리더를 신뢰하고 따른다. 일관성은 정체성을 유지시켜 주는 힘이고 구성원들에게 예측을 가능하게 해 주는 신뢰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일관성은 무조건 결정된 것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솔깃한 언어에 휩쓸려 결정을 번복하거나 우왕좌왕해서는 안 된다. 일관성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불안만 가져다주게 된다. 리더는 자기 조직의 업무 가치를 파악하고 구성원들과 이것을 공유하고 실천해야 한다. 업무 가치란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규칙을 명확히 규정해 그것을 따르도록 돕는 것이다.

조직에는 다양한 구성원이 있는데, 일할 때 중시하는 가치가 다르면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개발과 보존, 도전과 포기 등 다양한 내용으로 대립하게 된다. 조직이 중시하는 업무 가치를 명확히 하지 않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업무 가치를 가진 구성원끼리 함께 일한다면 어느 것을 먼저 하느냐, 어느 것이 맞느냐 등으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이런 업무 가치를 구성원들에게 명확히 알리고 예측 가능하게 구성원을 이끌어야 한다. 업무 가치는 갈등과 논란을 줄이고 의사 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으며 행동의 일관성이 생기도록 만든다.

우리는 일관성과 완고함을 같은 개념으로 혼용하는 경우가 있다. 완고한 사람은 일관성을 지켜 존경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관성을 시도하려다 스스로 자기모순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일관성은 결코 완고하지 않다. 변화하는 환경에 자신을 잘 맞출 수 있는, 그러나 굽힐 수 없는 기본 원칙에 관해서는 굳건한 사람이다.

탁월한 전문성과 다양한 경험을 갖추었어도 일관성이 부족하면 신뢰를 얻을 수 없으며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일관성은 구성원들에게 예측 가능성과 안정감을 주며 신뢰를 가져다주는 중요한 언어이다. 신뢰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일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일관성의 언어를 가진 사람과 조직은 모진 풍파가 닥쳐도 중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일관성은 개인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조직 특히 행정에서는 더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중요한 원칙과 방향이 정해지면 이런저런 압력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게 되고, 그러한 일관성으로 인해 예측 가능한 행정이 펼쳐지게 되니 도시의 질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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