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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타임 이중섭 지음
2020년 10월 23일(금) 00:00
원형은 아들을 대신해 궁궐 수문군 아르바이트를 한다. 첫날부터 깃발을 들고 행사에 투입되지만 고문관으로 낙인이 찍힌다. 마치 군대에 다시 끌려온 기분이다. 궁궐 수문군과 관람객들이 어울려 기념사진을 찍는 포토타임이라는 체험행사가 있다. 수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수문군과 함께 사진을 찍는 포토타임은 원형에게는 새로운 세계로 비춰진다. 원형은 점차 포토타임에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고흥 출신 늦깎이 이중섭 작가가 펴낸 장편 ‘포토타임’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궁궐 수문군 교대의식의 절차인 포토타임이 기억의 재구성으로 활용된다. 자폐증이 있는 딸과 매일 전쟁을 치러내야 하는 원형은 수문군 교대의식에서 또 다른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어느 날 포토타임에 젊은 시절 그리움을 가졌던 첫 사랑과도 같은 여인이 찾아온다. 원형은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모든 기억을 흡수하던 시절을 돌아본다. 그때와 지금은 별로 달라진 게 없지만 어린 시절의 흑백 사진은 비록 흐릿하지만 행복하다고 속삭인다.

작가는 기억은 생물과 같아 태어나고 성장하다 소멸하는 과정을 겪는다고 본다. 오에 겐자부로 작품에는 ‘나의 나무’이야기가 곧잘 등장하는데 사람마다 자신의 나무가 있어 나무뿌리에서 혼이 내려오고 죽으면 다시 나무에게로 돌아간다. 어린 자신이 나무에 오래 서 있으면 나이 먹은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은 나무 아래에서 어른인 나를 기다리는 어린 나와 너, 함께 둑길을 걸었던 깨복쟁이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이다.

이순원 작가는 추천사에서 “‘포토타임’은 저마다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하고 또 걸어 나가야 할 시간을 곡진하고도 핍진하게 바라보게 한다”고 평한다.

<문이당·1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