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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공공성
2020년 08월 06일(목) 00:00
아파트를 둘러싼 논쟁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정부가 불로소득을 챙긴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그들이 임차인에게 세금을 전가하거나 내쫓는 일이 없도록 ‘임대차 3법’을 시행하면서부터다. 한쪽에서는 아파트로 불로소득을 챙긴 공직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데, 또 한쪽에서는 자본주의 시장 논리를 내세우며 개인 자유권에 대한 침해라는 주장을 편다.

사실 이 문제의 발단은 지금까지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삼아 건설 경기에 의존한 역대 정부의 경제 정책에 있다. 과거 고금리 시대에 전세는 월세와 같은 기능을 했다. 보증금은 임대인에게 상당한 이자 수익을 안겨 주었으며, 임차인 역시 손실 없이 목돈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당연히 양자 모두 만족스러운 제도였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러한 균형을 깨뜨렸다. 수익이 사라지자 임대인은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매도하는 소위 ‘갭 투자’에 나섰고, 이는 아파트 가격의 이상 급등으로 이어졌다.

분양가 공개나 상한제 등 제도적 장치 없이 오로지 민간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분양 시스템을 좌지우지하게 되면서 ‘로또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공공기관도 저렴한 토지를 택지로 개발한 뒤 업체에 팔아 이익만 챙겼을 뿐 ‘질 높은 공공 임대주택 제공’이라는 본연의 임무는 외면했다. 공공 부문이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는 사이, 인근 시세보다 낮은 아파트 당첨이나 매입으로 목돈을 챙기려는 ‘가수요’가 폭증했다. 결국 아파트 시장은 실수요자와 가수요자 그리고 투기 세력이 뒤엉켜 온통 뒤죽박죽이 돼 버렸다.

이제 정부와 지자체가 실수요를 파악하고 민간과 공공이 기능을 분담해, 누구나 선택 가능한 다양한 주택을 시장에 공급한다는 원칙에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제로 금리 시대’에 아파트 시장에 머물고 있는 가수요나 투기 세력을 배제하는 진정한 주거 정책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 특히 주거 공공성을 전제로 건설·부동산 경기에만 의존하는 기존 경제 구조의 혁신이라는 방향성과 그에 합당한 면밀한 대책을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