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보다는 상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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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보다는 상생을…
[최재호 경제부장·부국장]
2019년 04월 25일(목) 00:00
광주가 배구단 유치를 놓고 떠들썩하다. 한국전력의 빅스톰 배구단 광주 유치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한전 배구단이 광주로 오지 못한 것에 대한 지역 체육인들의 서운함이 반발로 이어지고 있지만 유치 실패를 한전 만의 탓으로 돌리는 것에는 무리라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한국전력 빅스톰 배구단이 광주를 배제하고 수원시와 연고지 재계약을 체결한 데 대한 지역내 여론이 곱지 않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는 광주체육인들이 합동 집회까지 가졌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직접 경기도 의왕시까지 방문해 이전에 반대하는 선수단을 만나 설득하는 등 배구단 유치에 노력을 했는데, 한전이 정상적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수원시와 재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전이 수원시와 재계약을 체결한 뒤 공식통보가 아닌 문자메시지로 이 사실을 알린 것은 광주·전남 시·도민을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한전이 문자메시지로 재계약 사실을 알리는 등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 방식은 분명 상식의 궤를 벗어났다. 지역민의 비난에 대해 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한전 배구단 유치 실패에 대한 냉철한 분석도 필요하다. 시민들이 과연 프로배구단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지다. 지난 1997년 나산그룹이 창단한 광주 연고 최초 동계 프로팀인 ‘광주 나산 플로망스’ 농구단과 지난 1998년 광주를 연고로 출범한 여자프로농구단 ‘신세계 쿨캣’의 실패가 그렇다.

이처럼 광주는 동계 프로스포츠팀에 대한 시민 공감대가 높지 않다. 팀만 생기면 ‘겨울 스포츠 불모지’의 오명을 벗어날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전용구장, 선수단 의견, 훈련 파트너, 시민의 공감대 등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서 명맥만 유지하다 결국은 사라졌다.

한전 배구단 연고지 이전 실패에 대한 실망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한전을 배척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 한전 배구단 이전 문제는 한전과 기존 연고지인 수원시, 선수단 의견, 광주시 등의 입장과 이해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전이 지역에서 차지하고 있는 상징성과 경제적 파급효과, 지역 기여도 등을 감안하면 배구단 광주 유치 문제는 작은 부분일 수 있다. 한전은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이전 이후 ‘에너지밸리’를 구축해가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에너지관련 기업 360개사를 유치해 당초 목표인 350개사를 초과 달성하는 등 지역의 미래 먹거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된다. 유치된 한전공대를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발전시켜야 하고, 더 많은 에너지관련 기업들을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로 끌어 모아야 한다. 이 중심에 한전이 있고 이를 통해 최대한의 부가가치를 생산해 낼 수 있어야만 광주·전남이 발전할 수 있다.

작은 것에 연연하기보다 상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모적인 갈등보다는 생산적인 설득과 만남이 있어야 한다. 한전이 하루빨리 지역에 안착해서 지역민의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인내와 성원이 필요하다.

소모적인 갈등보다 3년 후 한전이 배구단 유치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준비하면 된다. 배구단 유치도 중요하지만 지역민과 한전이 함께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산적해 있다.

/li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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