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생각하고 사랑하고 미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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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생각하고 사랑하고 미워한다
동물 안의 인간 - 노르베르트 작서 지음·장윤경 옮김
2019년 03월 01일(금) 00:00
다음 세대에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동물은 인간과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인간을 일컬어 흔히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그것은 인간에게만 사고 능력, 다시 말해 이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과연 그럴까. 가끔 TV프로에서 동물들이 조련사 지시에 따라 다양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동물에게도 일정 부분 사고 능력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단순히 학습을 넘어, 인간의 ‘이성’과 같은 능력이 존재할 거라는 예상 말이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과 동물은 엄격히 다르다고 여겨졌다. 동물들에겐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동물에 대한 생각이 편견이라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동물 또한 자기 자신을 지각하는 능력과 유전자와 환경 영향을 받아 다양한 행동 양식을 드러낸다.

“동물도 생각하고 행동하고 미워한다.” 동물행동학의 세계적 선구자 노르베르트가 펴낸 ‘동물 안의 인간’은 인간과 동물이 얼마나 닮았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본다. 저자는 지금껏 알지 못했던 너무나 인간적인 동물 이야기를 풀어낸다.

모든 동물의 행동은 번식에 성공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동물들의 생존과 번식, 몰락은 결코 우연이 아님을 밝혀냈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유전적 기질을 보유한 동물은 다음 세대로 전이된다. 반면 그렇지 못한 동물은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동물 안의 인간
이 같은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연 선택’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다. 자기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남기기 위해서라면 동물은 그에 준하는 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어떤 개체는 학습도 가능하고, 조작적 조건화를 통해 행동 양식이 변모된다.

“조작적 조건화 학습은 동물들이 먹이를 찾고 사회 규칙을 익히며, 새로운 생활공간을 개척하거나 특정 사건들의 진행 과정을 원활히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궁극적으로 이런 학습 형식은 동물들이 살아가면서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여러 과정을 지속적으로 익히고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작금의 1인가구 증가는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달라지게 했다. 자연스레 ‘인간-동물’ 관계도 변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증가는 그 대표적 예다. 동물에 대한 언론 보도가 증가하고 있는데,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학대나 유기를 다룬 기사의 파장은 만만치 않다.

사람들의 반려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면서 동물의 복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동물이 행복해하는지, 아니면 불행을 느끼는지 나아가 동물 친화적인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려동물’이라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말에 내포된 의미는 간단치 않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 더러 가족처럼 여기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과 동물이 점점 비슷해진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동물에게는 인간과 비슷한 속성이 늘어나고, 동물 안에도 인간적 특징이 많다는 것이다.

“생존과 번식에 성공한 개체들은 세대가 이어질수록 주어진 환경에 한결 능숙하게 적응한다. 다시 말해 개체의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행동을 설정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면 인간만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라는 사실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다른 점은 무엇일까. 저자는 “우리 역시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이기에 그들과 다를 바 없이 이기적인 유전자에 따른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은 법이나 윤리와 같은 나름의 장치를 마련하여 이기적인 유전자에게 지배당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설명한다.

<문학사상·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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