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죽음을 기억하고 생존의 책임을 사유하다
정영창 작가 ‘몫숨’전 31일까지 예술이 빽드라운드
“죽은 자의 몫까지 숨을 쉬며 나는 이 숨으로 그린다”
“죽은 자의 몫까지 숨을 쉬며 나는 이 숨으로 그린다”
![]() ‘산이 된 사람’ |
무겁고 암울하며 절망적이다. 폭압과 광기에 희생된, 넋이 빠져나간 이의 차디찬 몸이 환기하는 것은 80년 5·18의 참상 그 자체다.
정영창 작가의 ‘산이 된 사람’은 강렬하면서도 무겁고 슬프다. 생명이 끊어진 육체가 화면 중안에 가로놓여 있고 등 아래에 뚫린 구멍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온다. 전쟁터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참혹한 장면이다. 마치 죽은자가 산자를 향해 80년 5월 그날의 상흔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묻고 있는 듯하다.
동구 대인동 예술이 빽그라운드(관장 이당금)에서 지난 2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정영창 작가 ‘몫숨’전.
이번 전시는 오월민중항쟁 45주년 특별 기획전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죽음을 기억하고 생존의 책임을 사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당금 관장은 “이번 전시 주제는 죽은 자들의 숨까지 살아남은 자가 함께 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80년 5월의 기억을 단순히 기억하는 데서 머물지 않고 기억과 맞물린 의미와 오늘의 우리는 어떤 책무를 견지해야 하는지 묻는다”고 전했다.
목포 출신 정영창 작가는 독일 카셀대학 미술대학에 입학한 이후 뒤셀도르프에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동안 그는 전쟁을 비롯해 폭력, 죽음, 생존, 윤리 등의 문제에 천착해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상무관 특별 개방을 앞두고 ‘검은비’ 작품을 설치해 추모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기획한 바 있다.
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죽은 자의 몫까지 숨을 쉬며 나는 이 숨으로 그린다”며 화폭에 오월의 기억을 담은 의도를 밝혔다.
주제인 ‘몫숨’은 ‘목숨’과 ‘몫’의 합성어로 읽힌다. 전자는 생명이며 후자는 그것에 대한 책임의 감각을 함의한다. 다시 말해 생명과 그 생명을 바친 이에 대한 몫을 다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전시장에는 대형 작품 ‘꽃 지고 피다’를 비롯해 검은비 연작, 쌀 연작 등 신작 시리즈도 선보인다. 지난 2017년 제작된 ‘도청 복도’와 ‘도청 방송실’은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들로 옛 전남도청 공간에 대한 오마주 헌정의 성격을 지닌다.
‘도청 복도’는 무겁고 칙칙하며 한편으론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다. 5월 그날의 참상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을씨년스러운 풍경은 기다란 ‘죽음의 통로’로 인식된다. 흑백의 절제된 색감과 깊은 여백, 아스라한 먹의 번짐은 죽음과 그 너머의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깊은 정적에 휩싸인 ‘도청 방송실’은 당시의 분위기를 실감있게 재현한다. 모든 상황이 끝난 뒤의 방송실은 마치 모든 언어가 증발해버린 진공실처럼 무거운 침묵만이 흐를 뿐이다. 작가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을 특유의 냉철하면서도 따스한 시각으로 구현했다.
작가는 복원이 진행 중인 옛 도청 공간을 향한 기억과 존엄의 실제적 현상을 기리기 위해 현장에서 가져온 흙 등을 활용한 설치작업도 펼칠 계획이다.
한편 이 관장은 “이번 전시는 일차적으로 5월의 역사와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기 위해 기획됐다”면서 “광주정신과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오늘의 관점에서 정 작가의 작품은 깊은 사유와 울림을 준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정영창 작가의 ‘산이 된 사람’은 강렬하면서도 무겁고 슬프다. 생명이 끊어진 육체가 화면 중안에 가로놓여 있고 등 아래에 뚫린 구멍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온다. 전쟁터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참혹한 장면이다. 마치 죽은자가 산자를 향해 80년 5월 그날의 상흔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묻고 있는 듯하다.
이번 전시는 오월민중항쟁 45주년 특별 기획전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죽음을 기억하고 생존의 책임을 사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당금 관장은 “이번 전시 주제는 죽은 자들의 숨까지 살아남은 자가 함께 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80년 5월의 기억을 단순히 기억하는 데서 머물지 않고 기억과 맞물린 의미와 오늘의 우리는 어떤 책무를 견지해야 하는지 묻는다”고 전했다.
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죽은 자의 몫까지 숨을 쉬며 나는 이 숨으로 그린다”며 화폭에 오월의 기억을 담은 의도를 밝혔다.
![]() ‘도청 복도’ |
전시장에는 대형 작품 ‘꽃 지고 피다’를 비롯해 검은비 연작, 쌀 연작 등 신작 시리즈도 선보인다. 지난 2017년 제작된 ‘도청 복도’와 ‘도청 방송실’은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들로 옛 전남도청 공간에 대한 오마주 헌정의 성격을 지닌다.
‘도청 복도’는 무겁고 칙칙하며 한편으론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다. 5월 그날의 참상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을씨년스러운 풍경은 기다란 ‘죽음의 통로’로 인식된다. 흑백의 절제된 색감과 깊은 여백, 아스라한 먹의 번짐은 죽음과 그 너머의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깊은 정적에 휩싸인 ‘도청 방송실’은 당시의 분위기를 실감있게 재현한다. 모든 상황이 끝난 뒤의 방송실은 마치 모든 언어가 증발해버린 진공실처럼 무거운 침묵만이 흐를 뿐이다. 작가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을 특유의 냉철하면서도 따스한 시각으로 구현했다.
작가는 복원이 진행 중인 옛 도청 공간을 향한 기억과 존엄의 실제적 현상을 기리기 위해 현장에서 가져온 흙 등을 활용한 설치작업도 펼칠 계획이다.
![]() ‘도청 방송실’ |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