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행정’으로 사라질 뻔한 ‘반딧불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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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행정’으로 사라질 뻔한 ‘반딧불이 마을’
2015년 10월 08일(목) 00:00
영롱한 불빛으로 낭만을 안겨주는 반딧불이(개똥벌레)는 요즘 쉽사리 구경하기 어렵다. 깨끗한 환경의 척도이기도 한 반딧불이를 주민들이 애써 키워 놓았으나 그 서식처가 송두리째 사라질 뻔한 일이 벌어졌다. 사려 깊지 못한 자치단체의 무감각 행정 탓이었다.

광주시 북구는 무등산 자락 평촌마을을 가로지르는 하천 준설 공사를 벌이려다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최근 이를 철회했다. 국내 최초 도시형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지정된 이곳 주민들은 5년 동안 동네 하천에 반딧불이 애벌레 먹이인 다슬기를 정성스럽게 풀어 놓아 반딧불이의 숫자를 불려 왔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이곳은 외국 관광객들까지 찾아올 정도의 명품마을이 됐다.

그러나 북구청은 최근 마을 앞을 흐르며 반딧불이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던 풍암천(원효계곡) 200m 구간을 준설하는 계획을 세웠다. 홍수 피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폭 25m짜리 하천 바닥을 50㎝가량 파내고 주변 수풀을 제거하는 공사가 끝내 진행됐더라면 어렵사리 만들어 놓은 반딧불이 서식처는 사라지고 말 뻔했다.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안 된다며 손사래 치고 나섰지만 처음 구청은 막무가내였다. 해당 공사는 소규모로 환경영향평가 등이 필요 없다며 아예 못들은 척했다. 환경전문가의 만류는 물론 지난 10년간 한 번도 냇가가 넘친 적이 없었다는 주민의 반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북구청이 공사를 그만두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주민과 여론의 지적도 있었지만 청정 환경에서 자라는 반딧불이의 소중함을 깨달은 조치일 것이다. 다만 처음부터 반딧불이의 서식과 환경 문제를 의식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앞으로 모든 자치단체는 보다 신중하되 단선적인 행정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누구보다 앞서 나가야 할 자치단체의 사고가 옛 틀에 갇혀 있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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