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의료에 ‘스토브리그’가 - 김종선 첨단우리병원 원장, 광주시의사회 총무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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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의료에 ‘스토브리그’가 - 김종선 첨단우리병원 원장, 광주시의사회 총무부회장
2026년 02월 11일(수) 19:40
요즘 다른 지역의 대학병원 의사들이 ‘스토브리그’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계약과 연봉을 다시 논의하고 병원을 옮긴다는 말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를 의료인의 선택 문제로 치부하지만 이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의료 체계 전반의 균열을 보여주는 신호다.

아직 광주는 비교적 조용하다. 그러나 조용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준비 없이 맞이하는 변화는 언제나 더 큰 혼란을 낳는다. 특히 지역 의료는 한 번 균열이 생기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금 대학병원은 비상 상황에 가깝다. 의대 정원은 늘었지만 가르칠 교수는 부족하다. 환자는 늘었지만 진료할 의사는 모자란다. 연구 인력은 고갈되고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 환경도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교육·진료·연구라는 대학병원의 세 축이 동시에 약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책은 숫자에 머물러 있다. ‘얼마나 늘렸는가’만 있고,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는 보이지 않는다. 의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교육의 질이 무너지면 그 결과는 결국 환자의 안전 문제로 돌아온다. 의료를 선거용 구호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서울의 대형 병원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교수 확보를 위해 조건을 바꾸고 인센티브를 제시한다. 의료는 결국 사람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 지역의 대학과 병원은 버티고 있다. 아니, 버티는 척하고 있을 뿐이다. 인력에 대한 투자가 없는 시스템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우리 지역의 응급실 미수용, 응급실 뺑뺑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응급 처치 이후에 필수적인 전문과 진료가 충분히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초 의학과 연구 인력의 부족 역시 마찬가지다. 의사들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요구는 처음에는 재정 문제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라 여겼지만, 이제는 의도적으로 의사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는 신뢰가 중요하다. 행정과 의사, 환자와 의사의 신뢰 관계는 멀어지다가 지금은 희미해졌다.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제도의 명분이 아니다. 병원에 의사가 몇 명 있는지가 아니라 위급한 순간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더 이상 미룰 시간은 없다.

난치 질환이나 중증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가 어느 날 피고가 된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던 시간은 기록을 정리하고 소송에 대비하는 시간으로 바뀐다. 과도한 형사 책임과 민사 위험은 의료 현장을 방어적 진료로 몰아간다. 위험한 환자는 피하고 고난도 진료는 기피하게 된다. 그 피해는 결국 우리 시민에게 돌아간다.

의사가 떠나는 이유는 보상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한 결과마저 형벌과 낙인으로 돌아오는 구조에서 누가 그 자리를 지키겠는가. 젊은 의사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장이나 대학 총장의 노력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는 지방정부가 직접 나서야 할 시점이다. 솔직히 말해 지금 상황이라면 지자체장이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을 직접 만나 타운홀 미팅이라도 열어야 한다. 현장을 지키는 이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왜 지역을 떠나려 하는지 직접 듣지 않고서는 어떤 정책도 공허할 수밖에 없다. 젊은 의사들이 지역에 남을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떠나는지를 묻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젊은 의사들이 해외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지역 의료를 이끌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지금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젊은 의사들을 설득하고 함께 버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선배 의사들 역시 정부만 바라볼 수는 없다. 시민과 함께 목소리를 내고 미충족 의료를 맡을 후배 의사들을 적극적으로 챙겨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필요한 의사를 빨리 외국, 타 지역에서 모시고 와라. 그리고 젊은 의사들을 시민의 성금으로 외국으로 보내 공부시키고 환자 진료에 전념하도록 외부 스트레스에서 보호해 주라.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광주 시민은 KTX나 SRT가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치료를 받으러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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