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나무 없이 설명할 수 있을까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나무의 시대-롤랜드 에노스 지음, 김수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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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인류 역사를 분류할 때 석기, 청동기, 철기로 구분한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문명의 발달 단계에서 인류가 간과한 것이 있다. 돌과 청동, 철이 놓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목재’다.
영국 헐대학교 생물과학과 객원 교수인 롤랜드 에노스는 인류 역사에서 “목재는 분명 중심적인 재료”였다고 전제한다. 그에 따르면 목재는 인류의 진화, 문명 여정을 탄탄하게 해준 중심 소재다.
롤랜드 에노스는 왜 목재를 중요한 재료로 봤을까. 나무의 생장, 목재의 성질을 이해한다면 그의 주장이 상당히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목재의 물리적 성질, 이를테면 가벼움과 질량 대비 철보다도 단단한 특징을 든다. 쪼개서 가공할 수 있는 데다 구조물을 지탱하는 용도로도 쓸 수 있다. 그뿐인가. 도구로 깎거나 정밀하게 다듬으면 이쑤시개와 같은 작은 도구로 전환이 된다.
롤랜드 에노스가 펴낸 ‘나무의 시대’는 문명의 근원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저작이다. ‘목재가 이룩한 인류 문명의 위대한 서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우리가 관성적으로 사유하고 이야기했던 ‘석기-청동기-철기’ 중심에서 벗어나 확장적인 사고와 폭넓은 시야를 갖게 한다.
책을 관통하는 중심 내용은 인류의 번영이 ‘우리가 나무와 맺고 있는 관계’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나무 없이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답이 될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인류는 나무 위에서 생활하다 지면으로 내려오면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다. 최상위 포식자가 되고 오늘의 문명을 이룩한 것은 나무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한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목재에 불을 피워 짐승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고 음식을 조리해 섭취할 수 있었다.
문명의 발달은 숲 개간, 선박 가공 등을 통해 급속도로 전개됐다. 가장 오래된 통나무배는 네덜란드 페세 인근에서 출토된 페세 카누로 알려져 있다. 방사성 탄소 측정 결과 BC 8200~7600년으로 밝혀졌다. 약 280센티미터에 지름 약 45센티미터의 소나무를 잘라서 만든 배다.
BC 4000년경에는 인류는 여러 부품으로 배들 만들었다. 덴마크 티브린트만에서는 길이 약 10미터, 넓이 66센티미터 통나무배가 발견된 바 있다. 또한 유럽에는 가죽을 덧입힌 배, 통나무배를 이용해 먼거리에까지 교역을 했다는 다양한 증거품들이 남아 있다.
나아가 나무는 인류 공동체 구현에 기여를 했던 핵심 재료다. 수레를 비롯해 마차 등 다양한 운송수단이 목재를 재료로 탄생했으며 낫, 호미, 곡괭이 등 다양한 농기구의 손잡이가 나무재재로 만들어졌다.
지붕을 받치는 구조물인 지붕 트러스(지붕틀)의 개발은 목조건축의 발전을 견인했다. 저자는 삼각형 지붕 트러스는 고대 로마의 공공건물 바실리카와 이를 토대로 지어진 초기 교회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목재의 역할을 긍정적인 측면에만 논할 수는 없다. 나무로 만든 다양한 무기는 거대한 짐승들을 영원히 사라지게 했다. 메머드, 오랑우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살상무기의 관점에서도 나무는 인류에게 적잖은 피해를 끼쳤다. 백년전쟁을 이야기할 때 크레시와 아쟁쿠르 전투에서 영국이 프랑스에 승리를 거둔 것은 활 덕분이다. 목재로 만든 활은 15세기까지 살상 무기로서 맹위를 떨쳤다.
오늘날 삶에 사치를 더해주는 가구들은 상당 부분 나무에서 연유한다. 목재의 역학적 특징을 토대로 만든 악기들은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한다.
책을 읽다보면 나무가 써내려간 문명의 장대한 서사와 그 사이에 교직된 삶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한편 네이처는 “6000만 년에 걸친 생물학, 공학, 문화의 생동감 넘치는 역사”라고 상찬한다.
<더숲·3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영국 헐대학교 생물과학과 객원 교수인 롤랜드 에노스는 인류 역사에서 “목재는 분명 중심적인 재료”였다고 전제한다. 그에 따르면 목재는 인류의 진화, 문명 여정을 탄탄하게 해준 중심 소재다.
그는 목재의 물리적 성질, 이를테면 가벼움과 질량 대비 철보다도 단단한 특징을 든다. 쪼개서 가공할 수 있는 데다 구조물을 지탱하는 용도로도 쓸 수 있다. 그뿐인가. 도구로 깎거나 정밀하게 다듬으면 이쑤시개와 같은 작은 도구로 전환이 된다.
롤랜드 에노스가 펴낸 ‘나무의 시대’는 문명의 근원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저작이다. ‘목재가 이룩한 인류 문명의 위대한 서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우리가 관성적으로 사유하고 이야기했던 ‘석기-청동기-철기’ 중심에서 벗어나 확장적인 사고와 폭넓은 시야를 갖게 한다.
인류는 나무 위에서 생활하다 지면으로 내려오면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다. 최상위 포식자가 되고 오늘의 문명을 이룩한 것은 나무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한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목재에 불을 피워 짐승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고 음식을 조리해 섭취할 수 있었다.
![]() 이집트에서 복원된 4500년 전 배로, 파라오 장례를 위해 만들어졌다. |
BC 4000년경에는 인류는 여러 부품으로 배들 만들었다. 덴마크 티브린트만에서는 길이 약 10미터, 넓이 66센티미터 통나무배가 발견된 바 있다. 또한 유럽에는 가죽을 덧입힌 배, 통나무배를 이용해 먼거리에까지 교역을 했다는 다양한 증거품들이 남아 있다.
나아가 나무는 인류 공동체 구현에 기여를 했던 핵심 재료다. 수레를 비롯해 마차 등 다양한 운송수단이 목재를 재료로 탄생했으며 낫, 호미, 곡괭이 등 다양한 농기구의 손잡이가 나무재재로 만들어졌다.
![]()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축물인 노르웨이 주상복합건물 미에스토르네. |
목재의 역할을 긍정적인 측면에만 논할 수는 없다. 나무로 만든 다양한 무기는 거대한 짐승들을 영원히 사라지게 했다. 메머드, 오랑우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살상무기의 관점에서도 나무는 인류에게 적잖은 피해를 끼쳤다. 백년전쟁을 이야기할 때 크레시와 아쟁쿠르 전투에서 영국이 프랑스에 승리를 거둔 것은 활 덕분이다. 목재로 만든 활은 15세기까지 살상 무기로서 맹위를 떨쳤다.
오늘날 삶에 사치를 더해주는 가구들은 상당 부분 나무에서 연유한다. 목재의 역학적 특징을 토대로 만든 악기들은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한다.
책을 읽다보면 나무가 써내려간 문명의 장대한 서사와 그 사이에 교직된 삶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한편 네이처는 “6000만 년에 걸친 생물학, 공학, 문화의 생동감 넘치는 역사”라고 상찬한다.
<더숲·3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