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광주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 김지을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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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광주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 김지을 사회부장
2025년 08월 27일(수) 00:20
광주~나주 광역철도 건설사업, 광주시 남구 양과동 가연성폐기물연료화시설(SRF) 악취 ‘은폐’ 의혹, 국립공원 무등산 토끼등·장불재 화장실 신축 논란과 관련해 광주시가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많다.

과연 적극 행정을 펼치고 있는가.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묻는다.

광주~나주 광역철도 건설사업은 지난 7월 열린 기획재정부의 ‘2025년 제7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 결과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열린 열린 심의였는데 함께 심사 대상에 올랐던 전국 4개 사업 중 광주~나주 광역철도 사업만 탈락했다. 심지어 예타를 통과한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경제성 분석(BC) 수치(0.49)는 광주~나주 광역철도의 BC(0.56)보다 낮았다.

광주시는 ‘2025년 제7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 앞서 열린 분과위원회에서는 이미 조율했던 광주시·전남도·나주시·국토교통부 간 협의·조율 내용을 뒤엎는 이견을 드러냈다.

노선 변경안의 경우 특히 그렇다. 굳이 분과위원회 평가위원들에게 ‘갈등 중’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광역철도 협의 왜 뒤집었나

광주시는 평가위원들에게 광역철도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운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적자는 부담할 수 없다고도 했다. 기초자치단체인 나주시가 주민 필요성을 고려해 운영비 부담 입장을 밝힌 것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건설 사업이 종료된 6년 뒤에 가서 적자 여부를 따져 검토해도 되지 않나.

광주시 고광완 행정부시장은 분과위원회 참석 시간도 30분 정도 늦었다.

예비타당성조사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국책 사업을 걸러내는 기준이다. 국비 확보를 위한 필수 심사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평가위원회에 잘 보이려는 게 당연하다. 지난해 ‘완도~강진 고속도로’ 분과위원회에는 김영록 전남지사, 강진·해남·완도군수가 직접 참석해 평가위원들 질문에 답변하면서 사업 필요성을 적극 설명할 정도였다. 면접에 늦은 후보자가 평가위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는 쉽지 않다.

이러니 광주시가 애초 요구했던 효천지구를 경유하는 노선 변경이 이뤄지지 않아 어깃장을 부렸다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오죽했으면 전남도가 향후엔 광주시장 서면 협약서를 받고서야 공동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했겠는가.

해당 사업은 광주상무역~남평~혁신도시~나주역 간 26.46㎞(광주 12㎞·전남 14.46㎞)를 잇는 철로를 건설하는 게 골자다. 총 사업비 1조 5192억원 중 국비로 70%(1조 634억)를 투입한다. 광역철도가 생기면 1시간 남짓 걸리던 광주~나주 혁신도시 간 이동시간이 25분 이내로 단축되면서 교통 접근성이 높아진다. 예타에서 탈락한 사업을 다시 상정하려면 현행법상 10년을 기다려야 한다. 주민들이 납득하겠는가.

광주시 남구 양과동 가연성폐기물연료화시설(SRF)에 대한 행태도 이례적이다.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 측정 결과 복합악취 희석배수가 법정 기준(500)을 초과한 669가 검출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며칠 뒤 이뤄진 주민 참여 현장 시찰에서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또 SRF 시설에 대한 주민 악취 민원이 지난해 56건에 달했지만 한 차례도 악취 측정을 하지 않았다. 올해도 105건이나 접수됐고 언론에 보도된 뒤에야 측정이 이뤄졌다. 현장에 나가 직접 주민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문현답’ 제대로 하고 있는가

국립공원 무등산 화장실 문제도 그렇다. 광주시가 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토끼등·장불재 화장실 신축 문제에 대해서도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했지만 그 뿐, 달라진 건 없다.

무등산 국립공원측은 여전히 공사중이다. 이대로면 무등산을 오를 때마다 생뚱맞은 화장실을 참고 지나가야 할 판이다. 뭘 어떻게 할 지 모르겠다면 경남 합천군 황매산 군립공원 내 지어진 ‘철쭉과 억새 사이’라는 관광휴게소를 둘러보길 권한다. 군립공원조차도 주변 풍광을 가릴세라 높이를 최대한 낮추고 건물 일부를 비워 바람길을 냈다. 그 생각을 못하나.

10년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서기관으로 일하다 퇴직한 노한동씨는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거짓말’이란 책에서 한국 공직사회의 현실을 꼬집었다.

“공직사회는 역설로 가득찬 곳이다. 복잡한 현실을 5분 만에 읽을 수 있는 한 장의 보고서로 이해하려 하고 현장과 갈수록 멀어지면서도 술자리에서는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외친다. 입만 열면 ‘적극 행정’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저 ‘존버’를 잘한 순서대로 승진시키고 국민 공복을 자처하지만 그 누구보다 권력자에게 약하고 국민에게 강하다. …관료는 진짜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기르기보다는 공직사회의 역설에 적응한 ‘영리한 무능’을 익히는 데 탁월하다. 공직사회는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항상 바쁘기만 하다.”

정말, 광주시도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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