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으면 ‘효자 돈’ 잘못 쓰면 ‘그림의 떡’-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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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으면 ‘효자 돈’ 잘못 쓰면 ‘그림의 떡’-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2025년 10월 22일(수) 00:20
살림을 잘 한다는 것이나 정책을 올바르게 펼친다는 건 사실 돈을 모으는 것과 그 돈을 잘 쓰는 것에 달려 있다. 가정이나 기업체는 물론이거니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지자체)도 마찬가지다. 개인이나 기관이 추진하는 일과 정책의 성패가 결국 사업에 들어갈 자금을 어떻게 모아 어떤 방식으로 쓰느냐에 달려있다는 이야기이다.

최근 지역소멸 위기와 관련 주요 정책인 고향사랑기부제의 모금과 지역소멸기금의 사용은 이런 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2023년 ‘고향사랑의 날(9월4일)’ 제정과 함께 도입돼 시행 3년 차를 맞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재정을 살리고 균형발전에 이바지하는 제도로 자리 잡는 모양새지만, 한 단계 더 확산을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소멸 위기 막는 소중한 재원들

농어촌 등 지역소멸을 막고 지방 재정의 열악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본격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기부금 모금 액수로만 보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고향기부금 총모금액은 348억8000만원으로, 도입 첫해인 2023년 같은 기간(233억1000만원)의 1.5배, 2024년 동기(199억8000만원)와 견줘선 1.7배 수준이다.

모금액 증가와 함께 지자체 재정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국농촌사회학회가 개최한 2025년 하계 특별 심포지엄에서는 지난해 전국 243개 지자체가 고향기부제를 통해 464억3848만원의 재원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2023년(368억7576만원)보다 25.9% 늘어난 수치다.

특히 고향사랑기부제는 재정이 취약한 인구감소지역에서 더 큰 효과를 내며 ‘지역균형’이라는 제도의 본래 취지를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고향기부금으로 인한 2024년 인구감소지역의 재정 수입은 250억1868만원으로 비인구감소지역(238억530만원)보다 5.1% 많았다. 지자체별 평균 재정 수입 증가분도 인구감소지역은 2억8111만원으로, 비인구감소지역(1억7004만원)보다 65.3% 높았다.

고향기부제가 지자체 재정 수입 확대라는 양적 성과뿐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질적 성과도 일정 부분 달성했다지만 제도가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일 먼저 언급되는 것이 법인 기부의 도입이다. 관외 법인으로 범위를 제한하되 제도를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 연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법인의 참여를 이끌고자 광고판 활용, 지역 명소를 통한 방문형 워크숍 제공 등 비금전적 유인책도 제시됐다. 다만 기업과 지역 간 유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상한액 설정과 기부 대상 제한 같은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낙후지역에 대한 세제 혜택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인구감소지역처럼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에 더 많은 기부가 유도되도록 세액공제를 차등 적용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에 지원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 역시 용도가 기반시설 조성과 같은 인프라 구축으로 제한돼 기금을 제대로 사용하는 곳이 드물어 ‘그림의 떡’ 같은 신세라는 지적도 주목할 부분이다.

정부는 2022년부터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인구감소지역에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집행률은 첫 해 90.3%이던 것이 해마다 하락해 올해는 상반기 집계이긴 하지만 30%대로 떨어졌다. 연말까지 집계하더라도 지난해 집행률(56.2%) 수준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광주와 전남에선 광주시, 전남도는 물론 장성군 등 16개 지자체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받고 있지만 올해 6월 기준 집행률은 18.8%에 그쳤다. 전국 평균 집행률(32%)의 절반 수준인 데다 장성군은 올해 단 한 푼도 집행하지 못했고 보성군(0.5%), 장흥군(0.9%)은 집행률이 1%에도 미치지 않았다.



기금 효율적 활용에 사활 걸어야

사용처가 기반시설 조성에 한정된 탓인데 장성군이 사용처로 정한 ‘아이행복돌봄교육복합커뮤니티’처럼 인프라를 후딱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단계별로 시간도 걸리는 만큼 사용처 확대가 절실하다.

지자체는 지역소멸 위기라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 수입 확대 측면에서 돈 모으는 일과 지역균형발전을 목적으로 배부받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효율적 활용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전남도가 추진하는 마을을 되살린 ‘고향마을 활성화 사업’과 취약계층을 위한 ‘마을 공동 빨래방’, 곡성군이 시행한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영암군의 ‘영암맘 안심 프로젝트’ 등 갖가지 모범사례가 있고, 정부 역시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향적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전망은 밝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라는 우리 속담이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까지 들먹일 일은 아니지만 지역소멸 위기 해소 정책의 성공을 위해선 혁신적인 기획과 홍보로 다양한 세대가 자연스럽게 고향사랑기부제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이왕 주어진 기금에 대해서는 확실한 사용처에 적절하게 사용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 역시 제도 탓만 할 것이 아니라 현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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