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남향집’의 귀향을 기다린다 - 박진현 문화·예향담당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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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경기도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MMCA) 3층 전시실에 들어서자 낯익은 그림이 눈에 띄었다. 화순 출신으로 한국적 인상주의를 개척한 고 오지호 화백(1905~1982)의 ‘남향집’(국가등록문화재 제536호)이다. 그런데 따스한 햇살과 대추나무의 푸른 그림자가 감도는 그림을 마주한 순간 왠지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해졌다.
그도 그럴것이 거장의 대표작인 ‘남향집’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오 화백이 세상을 떠난 후 1985년 그의 유족들은 ‘남향집’을 포함한 작품 34점을 MMCA에 쾌척했다. 사회공헌차원에서 전남도에 기증하려 했지만 당시 변변한 미술관이 없어 서울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기증 당시 MMCA는 유족에게 상설전시관을 건립해 예우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대다수 작품은 미술관의 지하 수장고에서 보관돼 오랫동안 햇볕을 보지 못했다. 대중에 공개할 소장품들이 많은 데 반해 협소한 전시장 때문에 우선순위에 밀려 선보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다.
40년 만에 탄생한 ‘오지호 방’
이같은 안타까운 현실이 광주일보를 통해 알려지면서 10여년 전 부터 광주시와 지역미술계를 중심으로 오 화백의 작품들을 영구임대해 광주의 아이콘으로 키우자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예전처럼 전시장이 없다면 모를까, 광주시립미술관(1992년 개관)이 버젓이 있는 만큼 기나긴 ‘타향살이’를 끝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40년 만에 MMCA 3층 전시실 한켠에 들어선 ‘오지호의 방’은 각별한 의미를 준다. 일년 내내 전국에서 몰려 드는 관람객들에게 남도 출신의 오 화백 작품들을 보여줄 수 있는 전용공간이기 때문이다. 10여 평 남짓의 이 곳에는 ‘남향집’을 비롯해 부인 지양진 여사를 모델로 그린 ‘처의 상’ 등 1930년대 초기작부터 미완성 작인 ‘세네갈의 소년들’까지 15점이 전시돼 있다.
사실, 이번 ‘오지호의 방’은 지난 2002년 93점을 기증한 고 천경자 화백을 기리기 위해 서울시립미술관이 미술관 2층에 영구설치한 ‘천경자 전시실’과는 결이 다르다. MMCA가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국근현대미술 100년사를 조명하기 위해 기획한 ‘한국근현대미술’전의 특별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최한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전의 흥행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한 작가의 예술세계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작가의 방’을 한시적으로 운영해 몰입도를 높였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독보적인 소장품이 없으면 엄두도 못낼 기획이지만 1만1562점을 보유한 MMCA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근래 지방에서도 화려한 컬렉션으로 ‘날개’를 단 도시가 있다. 공연의 도시에서 미술의 도시로 까지 외연을 넓히고 있는 대구광역시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국제뮤지컬축제, 오페라축제를 개최하는 공연예술의 메카였지만 지난해 9월 간송미술관의 분관인 대구간송미술관이 개관하면서 위상이 높아졌다. 희귀한 국보와 보물 등 고미술 5000여 점을 소장한 간송미술관을 둘러보기 위해 지난 1년동안 전국에서 40여 만 명이 다녀간 것이다.
간송미술관에 관람객들이 몰리면서 인근에 자리한 대구미술관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간송미술관의 특별전에 맞춰 지역작가들의 예술적 역량을 과시하는 ‘대구근대회화의 흐름’전을 개최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서울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추진한 지방분관 프로젝트에서 타 지자체들의 경쟁을 물리치고 유치에 성공한 대구의 과감한 문화행정이 이뤄낸 쾌거다.
국립현대미술관 유치는 당연
미술관의 퀄리티 높은 컬렉션은 도시의 경쟁력이자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문화자산이다. 근래 국공립미술관이 거장들의 화제작과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앞다퉈 소장하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광주시립미술관의 컬렉션은 시대적 흐름에서 비켜서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다른 공립미술관들이 부러워 할 만한 5748점(2025년 3월 기준)의 소장품을 지니고 있지만 관람객들을 끌어당기는 화제작들이 많지 않다. 게다가 한 해 평균 7억 원에 불과한 작품구입 예산으로 한점에 수십 억 원을 호가하는 명작을 구입하긴 현실적으로도 어렵다.
다행스럽게도 엊그제 광주시 주최로 전일빌딩 245 중회의실에서 열린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유치를 위한 소통간담회’에서 미술관 부지 등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제시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광주관이 성사되면 오지호 컬렉션 등 MMCA의 소장품들을 지역에서도 연중 관람할 수 있고, 예술관광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이제 광주관 유치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무엇보다 거장의 유산인 오지호 컬렉션을 브랜딩하기 위해서라도 MMCA는 광주에 들어서야 마땅하다. ‘오지호 방’이 수십 년 만에 세상에 나왔지만 오는 2027년 ‘한국근현대미술’전이 폐막하면 철거돼 예전의 MMCA 수장고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향집’이 돌아와야 할 곳은 바로 여기, 광주다.
이같은 안타까운 현실이 광주일보를 통해 알려지면서 10여년 전 부터 광주시와 지역미술계를 중심으로 오 화백의 작품들을 영구임대해 광주의 아이콘으로 키우자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예전처럼 전시장이 없다면 모를까, 광주시립미술관(1992년 개관)이 버젓이 있는 만큼 기나긴 ‘타향살이’를 끝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40년 만에 MMCA 3층 전시실 한켠에 들어선 ‘오지호의 방’은 각별한 의미를 준다. 일년 내내 전국에서 몰려 드는 관람객들에게 남도 출신의 오 화백 작품들을 보여줄 수 있는 전용공간이기 때문이다. 10여 평 남짓의 이 곳에는 ‘남향집’을 비롯해 부인 지양진 여사를 모델로 그린 ‘처의 상’ 등 1930년대 초기작부터 미완성 작인 ‘세네갈의 소년들’까지 15점이 전시돼 있다.
사실, 이번 ‘오지호의 방’은 지난 2002년 93점을 기증한 고 천경자 화백을 기리기 위해 서울시립미술관이 미술관 2층에 영구설치한 ‘천경자 전시실’과는 결이 다르다. MMCA가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국근현대미술 100년사를 조명하기 위해 기획한 ‘한국근현대미술’전의 특별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최한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전의 흥행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한 작가의 예술세계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작가의 방’을 한시적으로 운영해 몰입도를 높였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독보적인 소장품이 없으면 엄두도 못낼 기획이지만 1만1562점을 보유한 MMCA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근래 지방에서도 화려한 컬렉션으로 ‘날개’를 단 도시가 있다. 공연의 도시에서 미술의 도시로 까지 외연을 넓히고 있는 대구광역시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국제뮤지컬축제, 오페라축제를 개최하는 공연예술의 메카였지만 지난해 9월 간송미술관의 분관인 대구간송미술관이 개관하면서 위상이 높아졌다. 희귀한 국보와 보물 등 고미술 5000여 점을 소장한 간송미술관을 둘러보기 위해 지난 1년동안 전국에서 40여 만 명이 다녀간 것이다.
간송미술관에 관람객들이 몰리면서 인근에 자리한 대구미술관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간송미술관의 특별전에 맞춰 지역작가들의 예술적 역량을 과시하는 ‘대구근대회화의 흐름’전을 개최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서울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추진한 지방분관 프로젝트에서 타 지자체들의 경쟁을 물리치고 유치에 성공한 대구의 과감한 문화행정이 이뤄낸 쾌거다.
국립현대미술관 유치는 당연
미술관의 퀄리티 높은 컬렉션은 도시의 경쟁력이자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문화자산이다. 근래 국공립미술관이 거장들의 화제작과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앞다퉈 소장하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광주시립미술관의 컬렉션은 시대적 흐름에서 비켜서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다른 공립미술관들이 부러워 할 만한 5748점(2025년 3월 기준)의 소장품을 지니고 있지만 관람객들을 끌어당기는 화제작들이 많지 않다. 게다가 한 해 평균 7억 원에 불과한 작품구입 예산으로 한점에 수십 억 원을 호가하는 명작을 구입하긴 현실적으로도 어렵다.
다행스럽게도 엊그제 광주시 주최로 전일빌딩 245 중회의실에서 열린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유치를 위한 소통간담회’에서 미술관 부지 등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제시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광주관이 성사되면 오지호 컬렉션 등 MMCA의 소장품들을 지역에서도 연중 관람할 수 있고, 예술관광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이제 광주관 유치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무엇보다 거장의 유산인 오지호 컬렉션을 브랜딩하기 위해서라도 MMCA는 광주에 들어서야 마땅하다. ‘오지호 방’이 수십 년 만에 세상에 나왔지만 오는 2027년 ‘한국근현대미술’전이 폐막하면 철거돼 예전의 MMCA 수장고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향집’이 돌아와야 할 곳은 바로 여기, 광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