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대신 자폭 택한 국민의힘의 셈법- 채희종 디지털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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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 대신 자폭 택한 국민의힘의 셈법- 채희종 디지털 본부장
2026년 02월 04일(수) 00:20
언론 매체는 늘어나지만 한쪽 편만을 드는 보도의 편향성은 되레 강화되고 있다. 진보 성향의 언론은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에 비중을 두고, 보수 언론은 당연히 국민의힘에 방점을 찍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보수든 진보든 비교적 객관적으로 다루는 기사 영역이 있는데 ‘여당과 야당’을 주제로 삼는 경우이다. 민주당은 여당을, 국민의힘은 야당을 가리킴이 분명함에도 논조가 형평성을 유지한다. 언론이 두 거대 정당을 정당명 대신 여·야로 표기할 때는 그들의 정체성이 아닌 역할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신문만을 놓고 보자. 최근 한 달여 간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의 여·야에 대한 기사나 사설, 칼럼 등을 보면 논조가 대동소이하다. 성향이 정반대인 신문들이지만 여당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의회 및 국정운영을 지적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야당과 관련해서는 외연 확장은커녕 자멸의 길을 택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언론은 여당보다는 야당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제명에 따른 야당내 분열이 크게 작용했겠지만 민주주의 정치에서는 근본적으로 여당보다 야당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대세력 축출로 확장은커녕 분열

20세기 민주주의의 최고 이론가 로버트 달은 “집권세력에 맞서 합법적으로 반대하고 경쟁할 수 있는 야당이 없다면, 그 체제는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나 권위주의로 흐르게 된다”고 했다. 칼 포퍼는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은 항상 오류를 가질 수 있다. 야당의 견제는 이러한 오류를 잡아내는 비판적 합리주의의 실천이며 평화로운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열어두어 사회적 폭발을 방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야당의 역할과 기능이 그 사회 민주주의의 수준을 측정하는 척도로 본 것이다. 야당의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과 반대는 결국 견제이고 그것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개념이다.

보수 성향이든 진보 성향이든 언론 입장에서는 현재 여당의 거듭된 실정에도 전혀 견제를 하지 못하는 야당이 좋은 먹잇감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믿고 챙겼던 더불어민주당의 김병기·강선우 의원은 그들을 둘러싼 갖은 의혹 속에 쫓겨나다시피 당을 떠났다.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로 승승장구했던 김병기, 한때 새 정부의 장관이 될 뻔했던 강선우, 거기에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지명된 국민의힘 출신 이혜훈 후보자. 이들의 갑질과 비리 의혹은 하나같이 덮을 수도 감당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당연히 민주당은 정치적 타격을 입고 대혼란에 빠져야 맞다. 예상과 달리 여당은 개인의 일탈이라며 꼬리를 자르고 당내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는 억지를 폈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이게 통한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 지지율은 40% 초반으로 타격을 입지 않았고 오히려 상승한 여론조사도 있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아직도 12·3 내란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정치적 셈법에 따라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 급기야 야당 지도부는 외연 확장은커녕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해 분열의 길을 택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내란 청산을 원하는 대다수 보수세력들의 바람과 상관없이 뜬금 없는 단식에 돌입해 출구를 찾지못하다가, 단식을 만류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손을 잡고 당무에 복귀하자마자 한동훈을 잘라냈다. 탄핵을 받았던 대통령이 탄핵된 또 다른 대통령을 추종하는 정치인의 손을 잡는 장면은 보수 지지자들로서도 좀체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적 장면이었다.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주길 바라던 중도층이나 보수층마저 등을 돌리게 하는 자폭행위나 다름없었다.



야당 부재…여당에는 ‘복’아닌 ‘독’

친윤이냐 반윤이냐로 계파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야당의 정체성이 모호한 만큼 미래는 더 암담해질 것이다. 지도부는 정적 제거와 함께 더욱 살기등등하고, 당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중진 의원들은 난장판 속에서도 2년 남은 총선만을 생각하며 뒷짐지고 있는 형국이다. 국힘을 지지하던 보수나 중도를 버리고 강성 지지층과 유튜버만을 바라보는 폭주의 결말은 이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보여주지 않았는가.

혹자들은 자폭을 택한 야당의 행태가 여당에게 행운이라고 하지만 야당 복은 반드시 독으로 변하는 게 정치 원리이다. 여당 입장에서 보수 야당의 추락은 당장에는 유리해보이지만 종국에는 폭주 가능성을 그만큼 높이게 된다. 역대 정권에서 보듯 비리나 실정이 계속되고 결국엔 의회와 정권을 내주게 된다. 야당이 강하지 못하면 여당은 부패하고 국민과 나라는 불행하게 되는 것이다.

윤석열에 대한 사형 구형과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23년형 선고로 보수 야당은 막다른 길에 섰다. 야당은 자신들의 퇴행이 여당의 폭주와 악재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여당을 향한 야당의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일지라도’ 옳다. 그것이 여당·정부를 긴장시켜 정책의 오류를 줄이고 완성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견제하지 못하고 반대하지 않는 야당은 짖지 않는 개만 못하다. 그 자체로 국가의 불행이고 국민의 손해일 뿐이다. 여당을 지지하는 마음 이상으로 야당을 응원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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